동시대의 컬트적 저널리즘

이융희 텍스트릿 팀장·<기획회의> 편집위원

웹소설의 핵심 키워드가 속도라는 사실은 더 주지할 필요가 없을 듯합니다. 빠른 속도 로 창작되고 소비되는 웹소설은 사회의 유행과 인터넷 공간의 밈Meme을 작품을 통해 종종 드러냅니다. 덕분에 웹소설은 기이할 정도로 사회 문화 현상을 빠르게 문학화한 장르가 되었죠.

이러한 현상은 비단 웹소설뿐만 아니라 웹을 기반으로 한 여러 문학에서 공통적으 로 보이는 현상이기도 합니다. 포털 사이트 다음에서 활동하던 댓글 시인 제페토를 떠올려 보세요. 그의 시가 사람들의 마음을 울렸던 이유는 시 자체의 힘도 있었겠지만 무엇보다도 그날 벌어졌던 사건 기사의 댓글에 바로 시를 달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재미있는 지점은 웹소설이 다루는 영역이 단순히 정치나 세계 경제와 같은 무거운 문제들에 한정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웹소설이 자본주의 상품인 만큼, 다루어지는 소재들도 아이돌이나 배우, 아티스트를 넘나듭니다. 그냥 저널리즘 문학이 아니라 컬 트적 저널리즘 문학이라고 할 만하죠.

오늘 큐레이션할 소설들은 그중에서도 문화예술을 소재로 한 작품들만을 모았습 니다. 영상 매체를 통한 방식과는 또 다른 매력의 이야기들을 웹소설로 접해 보시기 바랍니다.

『요리의 신』 양치기자리 지음, 문피아, 2017

우선 소개할 작품은 양치기자리의 『요리의 신』입니다. 여 러모로 『요리의 신』은 웹소설을 창작할 때 참고하기 좋은 표제작이라고 할 수 있는데, 특히 종이책시장을 전전하다 가 웹소설로 넘어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에게는 교과 서 같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웹소설에 적절한 캐 릭터와 문장 호흡을 만들어내는 과도기 같은 작품이기 때 문입니다.

『요리의 신』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요리를 주요 소재로 다루고 있습니다. 유명 요 리 프로그램인 <냉장고를 부탁해>나 <수요미식회> 속 재미 요소들, 가령 스타 셰프의 탄생이나 음식평론가 등의 유행을 관통하는 소재를 다룹니다. 고등학교 영어 선생님 이던 조민준이 꿈을 찾아 떠나는 여정은 먹음직스러운 음식들의 소개와 함께 구체 화됩니다.

『요리의 신』 이후, 수많은 음식소설들이 뒤이어 출간되었습니다. 하지만 분자 요리부터 전 세계의 이국적인 요리들까지, 먹음직스럽고 고급스러운 요리를 그에 걸맞은 문장으로 적절하게 표현한 작품은 『요리의 신』밖에 없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거예요.

 
 

『더 랩스타』 샤이나크 지음, 파피루스, 2016

『스타 메이커』 샤이나크 지음, 파피루스, 2017~2018

다음 소개할 작품은 샤이나크의 『더 랩스타』입니다. 실제 힙합 가수인 샤이나크 작가는 『더 랩스타』 이후 카카오페이지에서 연재한 『스타 메이커』까지, 깊이 있는 대 중음악의 이야기를 그야말로 맛깔나게 전달하는 명품 작가라고 할 수 있을 거예요. 『더 랩스타』는 그중에서도 힙합이라는 음악 장르에 초점을 맞춘 작품으로, 아직 힙 합의 대중화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2005년 한국의 광주를 배경으로 하여 18살 래퍼 이상현의 실패와 성공, 사랑과 우정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힙합이 무엇인지, 라임과 비트는 무엇인지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읽 으면서 힙합을 배우기에도 좋은 교과서입니다. 특히 소설의 주제 의식은 영어가 아닌 한국어 가사로 된 힙합, 그리고 국내의 여러 지역과 한국적인 정서를 로컬라이징한 힙합이 무엇인지에 대해 오랫동안 천착합니다. 이제 길거리에서는 힙합 노래가 들리 는 것이 일상이고, 음원 차트에서도 많은 힙합 노래들이 순위권을 차지하고 있습니 다. 영상과 사운드가 아닌 글로 듣는 힙합의 매력을 느껴 보시죠.

「귀신 들린 제작자」 장승민 지음, 문피아, 연재 중, 2019∼, 주 5일 연재

장승민의 「귀신 들린 제작자」를 이야기하기에 앞서 미완성으로 남은 걸작, 장우산 작가의 「탑 매니지먼트」를 먼저 살펴보죠. 「탑 매니지먼트」(문피아, 연재 중단)는 매니 지먼트 산업, 그러니까 연예계 전반의 백스테이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마치 독자가 연 예 관계자가 된 것만 같은 느낌을 주는 전개에, 미래를 미리 알고 있는 주인공을 합 쳐 연예 엔터테인먼트물의 클리셰를 만들었습니다. 「귀신 들린 제작자」는 이에 더해 「귀신 들린 제작자」만이 보여줄 수 있는 독특한 매력을 더 보여줍니다. 일단은 미래 의 유명 감독 송건제의 유령이 30년 전 과거의 송건제와 대화를 나누며 연예계에 대 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문예창작학과 졸업생인 송건제의 주변 인물과 학교, 교수와 문단의 이야기가 그려지는 방식이 꽤나 인상적입니다. 시나리오 작가들의 어려움과 영화 제 작의 시스템뿐만 아니라 문단과 아마추어의 병폐 등이 작품에서 적나라하게 노출되 고, 또 캐릭터의 목소리를 빌려 굉장히 신랄하게 비평됩니다. 최근 표절과 성추행 문 제, 문단이 가진 권력 등의 문제점을 인식하기 시작한 대중의 비판이 거세어지는 가 운데 이러한 이야기를 공론화된 즉시 빠르게 소설로 옮겨 작품화할 수 있다는 것은 웹소설만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천재의 게임방송」 하이엔드 지음, 문피아, 연재 중, 2019∼, 일일 연재

하이엔드의 「천재의 게임방송」은 인터넷 게임 방송과 BJ에 대해 다루는 수작입니 다. 웹소설 플랫폼인 문피아에서 주최한 2019년 대한민국 웹소설 공모전의 대상작이 기도 하죠. 모두가 접속된 세상, 신과 인간이 마치 방청객과 연예인처럼 서로를 바라 보고 있다는 뉴미디어 은유는 「전지적 독자 시점」(문피아, 연재 중)이나 「튜토리얼이 너 무 어렵다」(문피아, 연재 중, 5부 완결)부터 익숙한 방식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천재의 게 임방송」만이 보여주는 매력이 있습니다. 도네이션과 미션 등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인 터넷 게임 방송의 문화와 그들의 언어를 잘 구현했다는 점이 바로 그것입니다.

10대∼20대의 언어와 장르문학은 예전부터 긴밀한 관계였습니다. 귀여니가 젊은 세 대의 채팅 은어를 문학으로 언어화했던 것처럼 「천재의 게임방송」은 1초에 수십 개의 글이 올라가 제대로 확인하기 힘든 인터넷 게임 방송 속 채팅문화를 맛깔나게 구현 합니다. 소설에서 구현된 인터넷 용어들은 그야말로 인터넷 밈의 집합체입니다. 하나 의 작품이 2019년 인터넷문화의 전반을 그대로 기록하고 있으니, 흥미롭지 않을 수 없겠죠.

「음악천재를 위하여」 고광高光 지음, 문피아, 연재 중, 2019∼, 주 5일 연재

물론 웹소설이 다루는 문화가 늘 서브컬처 영역의 대중문화에만 국한된 것은 아닙 니다. 고광 작가의 「음악천재를 위하여」는 바이올린부터 피아노, 그리고 종래에는 지 휘와 교향곡까지 메인스트림의 클래식 음악을 다루고 있습니다.

산경의 『재벌집 막내아들』(라온E&M) 이후 환생 또는 회귀를 통해 재벌가에 들어 가 정보를 쥐고 돈을 모으는 클리셰는 꽤 많은 작품에서 재현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음악천재를 위하여」는 가지고 있는 정보와 재벌 집안이라는 바탕을 통해, 메인스트 림 문화를 한 명의 천재로 균열 내며 이야기를 진행합니다. 재벌들을 다루는 소설은 억을 넘어 조 단위의 재산을 굴리며 그들만의 세상을 이야기하고는 했는데, 「음악천 재를 위하여」의 주인공인 ‘현’은 재산보다도 특유의 ‘천재성’으로 음악계를 악동처럼 넘나들기만을 원합니다.

대중음악을 다루는 웹소설은 많지만 이처럼 클래식을 재미있게 다루는 소설은 많 이 없습니다. 『재벌집 막내아들』의 산경 작가가 썼던 『신의 노래』(라온E&M)나 『요리의 신』의 양치기자리 작가가 짧게 연재하다 중단한 「피아노 퀘스트」(문피아)정도밖에 없 었으니 「음악천재를 위하여」는 여러모로 각별한 소설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성스러운 아이돌」 신화진 지음, 문피아, 연재 중, 2019∼, 주 5일 연재

그런가 하면 대중문화에 판타지 코드 비중을 높여 만 든 신화진의 「성스러운 아이돌」 같은 작품도 있습니다. 제목으로도 알 수 있듯이 판타지 세계의 성자가 현실 세 계의 아이돌 몸에 빙의되어서 일어나는 좌충우돌 코미디 판타지입니다.

매니지먼트의 이야기를 코미컬하게 다루고 있는 만큼 앞선 연예 엔터테인먼트물 소설들처럼 시리어스한 부분을 파고들어 비평하거나 실제 연예계의 문화를 리얼하게 담 아내려는 노력은 덜하지만 그렇기에 대중문화와 스타에 대한 대중적 시각을 확인할 수 있어 아주 라이트한, 현대 웹소설다운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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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회의 492호에 연재되었던 큐레이션입니다

출처 :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khhan21&logNo=221591403805&parentCategoryNo=&categoryNo=44&viewDate=&isShowPopularPosts=false&from=post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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