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 문학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

이융희 2019.03.10 17:15 조회 수 : 310

장르 문학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

 

 

  평소처럼 SNS를 통해서 이야기하기보다는 이러한 대화 자체를 텍스트릿 공간을 통해 남기는 것이 유익하다고 생각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 특히 arthurgodrdonpym님이 보론으로 제시한 3번 질문은 내가 트위터를 통해 이야기되었던 질문에 대한 답변과 보론이었던 만큼 나 역시 그 부분에 대한 보론과 질문, 그리고 나의 주장과 생각을 정리하고자 한다.

 

  내가 이전 글(http://textreet.net/board_GybH00/15224)을 읽고 러프하게 남겨놨던 의견은 아래와 같다.

 

  '사람들 사이에서 '어째서 문단은 장르문학을 평가하지 않냐'와 '문단은 잘못된 방법으로 장르문학을 평가한다'고 의견이 분화된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상태다. 문학장에서 모든 사람이 하나의 정의를 따르는 것이 오히려 부자연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글쓴이는 '장르문학은 보편적이다' 혹은 '장르문학은 특수한 이해를 필요로 한다'고 할 때 구체적으로 어떤 세부적인 맥락에 담겨 있는지 구분을 못하고 있다. '보편적인 문학'을 말할 때도 장르 작가들 사이에서 의미가 천차만별이다. 그리고 웹소설의 소비층에서 기존의 문학적인 관점을 어떻게 거부하는지에 대해선 알지 못한다(그렇기 때문에 <달빛 조각사>와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이 언급된 부분은 겉돌고 있다). 글쓴이가 '순문학'이라는 표현을 쓸 때 '문단 문학'을 지칭하는지 '비 장르소설'을 지칭하는지도 불분명하다. 지금 장르문학에서 독자적인 방법론을 만들고자 하는 것은 기성 제도에 편입되려고 하는 게 아니라 제도 바깥에서 얘기하고자 하는 것이다.' 

 

  1.

  3번의 질문은 결국 누가 주체로서 범주를 호명하고 타자화하는가의 문제이다. 이를테면 선빵의 문제다. 순문학에서 바라보는 '순문학'과 '장르문학'의 정체성과 장르문학의 '순문학'과 '장르문학'의 정체성은 다를 수밖에 없다. 이건 글쓴이 역시도 염두에 둔 것 같지만 또 그렇지 않은 듯도 하다. 왜냐하면 3번의 글 후반부에서는 제도권 문학 속에서 장르 문학의 소재가 섞여있는 애매한 소설들이 문단 문학의 독자를 탈락시키는 내용이 나오기 때문이다.

 

  논의 이전에 이것부터 짚고 넘어가야 하지 않을까. 장르문학은 대중소설일까? 그렇지 않다. 장르문학은 대중문학이 아니다. 그것은 현대사회에서 장르적 요소가 만화, 게임, 또는 장르 드라마 등으로 보편적으로 사용되었기 때문에 기초적인 장르의 리터러시를 일반 대중이 갖고 있기 때문에 보이는 착시현상이다. 가장 인기 있는 웹소설의 판매량이 얼마나 되는가. 그런 판매량과 구입층을 과연 '대중'이라는 칭호로 묶을 수 있는가.

 

  장르문학은 아직까지 대중의 입성을 거부하는 문턱이 있다. 쉽사리 관습을 넘어오지 못하고, 대중들이 "최근의 장르문학을 읽기 힘들다."며 거부감을 느끼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이다.

 

  텍스트릿을 운영하면서 제일 많은 듣는 요청은 웹소설에 대해서 읽어보고 싶은데 무엇부터, 어떻게 읽어야 할지, 뭘 재미요소로 봐야 할 지 잘 모르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10년 전에 판타지 소설이, 30년 전에 무협이 듣던 소리와 다르지 않다. 흔히 장르의 '맛'이라고 하는 것은 독법에 의해서 결정된다. 독서를 하기 위해 우리는 입사식을 거쳐야 하는 것이다.

 

  흔히 말하는 대중문학은 이러한 관습을 제도권의 기초교육에 의존한다. 기본적인 교육과 미디어 리터러시를 거치면 대중문학을 쉽사리 독해할 수 있다. 순문학이 장르화 되는 것은 현대 사회에서 순문학이라고 창작되는 내용들이 교과서나 제도권 교육 바깥에서 점차 추상화되고 탈서사화, 탈맥락화 되기 때문이다.

 

  과거 장르문학 독자들의 입사식은 제도권 바깥에 존재하는 유해업소 대여점과 그를 기반으로 한 대여 문화에 의해서 이루어졌다. 친구가 빌려온 소설을 같이 보거나, 인터넷에서 추천 받은 소설을 700원 또는 800원이라는 값싼 가격으로 가져왔다.

 

  대여점 문화는 그 폐해에도 불구하고 신인 작가가 신작을 냈을 때 그것이 전국에 총판을 통해 뿌려진다는, 지금의 문예지가 신인관리를 하면서 유지하는 구조를 보여줬다. 양판소가 쏟아져나온다는 비판도 받지만, 또 그때부터 10, 20년 이상 작품을 써오며 꾸준히 실력을 쌓아온 좋은 작가들의 데뷔 발판이 되기도 했다. 이러한 구조는 사실 문단과 다를 바 없다. 2017년 신춘문예로 데뷔한 작가의 숫자는 108명이다. 우리는 그 중에 몇 명이나 기억하고 있는가?

 

  다시 이야기를 돌아와서, 이렇게 입사식을 거치는 과정은 팬덤이 해석에 대한 정보지식을 공유하는 것이다. 이러한 '장르'는 최근 개별 작품을 '우리 장르'라고 부르는 명명 방식으로까지 축소된다. 일본 동인 시장에서 유래하였다는 이 말은 현재의 장르 소비 형태를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특정 작품군이 아니라 개별 작품조차 '장르'적으로 소비해야 한다면, 이것이 대중문학이 될 수 있을까?

 

  2.

  최근 1세대 작가분들을 인터뷰 할 때 꼭 여쭤보는 것이 '순문학'이라는 용어가 만들어진 계기를 알고 있느냐 하는 것인데, 이 때 장르문학 사람들이 이 용어를 명명한 과정에서 장르문학이 테두리를 쳤느냐, 아니면 순문학에 테두리를 쳤느냐 하는 점을 목격하게 된다.

 

  최근 인터뷰한 용대운 작가의 인터뷰에서는 "그들은 우리를 문학으로 명명한 적이 없었다. 무협 소설 쓰는 사람이었고 판타지 소설 쓰는 사람이었다. 제도를 통과한 자기들이 순수한 문학이라고 이야기하며 순문학이라는 말을 썼었다." 라고 했다. 이 때 순문학이라는 호명은 장르문학의 테두리를 만드는 방식이라기 보다는 장르문학이 문학이라는 거대 틀에서 자신을 문학으로 스스로 인정하고, 정체성을 만드는 동시에 제도 안에 안착해있던 '순문학'이라는 호칭을 적극적으로 비웃는 방식에 더 가깝다.

 

  그럴때 '기성 제도에 편입되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라는 내 이야기는 장르문학의 작가들이 문학적 정체성을 만들어내는 '문단'이라는 구조와 이분법 자체의 거부한다는 뜻이다.

 

  물론 그렇다고 이것이 장르문학이 구체적 특징을 가지고 있지 않고, 보편적 문학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는 소리가 아니다. 그건 1번의 의견과 정면으로 대치된다. 내가 주장하는 것은 이러한 구분을 텍스트에서 보는 것이 과연 옳은가? 하는 질문이다.

 

  3.

  내가 앞선 글을 읽고 어떠한 한계, 또는 오해를 받았다면 그것은 '웹소설에 대해서 잘 모른다'고 이야기한 필자의 인식 때문이리라 생각한다. 트위터에서 모든 의견의 서두를 '좀 옛날 이야기 같다'는 강렬한 느낌으로 시작했던 것도 그러하다.

 

  필자는 보론에서 성균관 스캔들에 대한 이야기를 덧붙였지만 달빛 조각사의 이야기는 의도적으로 탈락시켰다. 나의 오해는 대부분 "달빛 조각사가 저기에 왜 있지? 그리고 달빛 조각사 독자들은 진짜로 출판 장르문학의 독자와 겹치지 않을 거라고?" 때문에 발생한 것이었다.

 

  2017년 웹소설에 대한 리서치 결과를 보더라도 대다수의 소설은 장르문학이라는 문구가 나온다. 2017년 연말에 연구를 해서 2018년에 보고된 이 글에서는 웹소설은 장르문학이다. 라는 등식을 세우고 보고하는 것이다. 많은 작가들이나 독자들이 10년, 20년 넘는 독서 경험으로 장르를 읽는다고 증언 하는데 그런 상황에서 장르문학에 대한 포괄적인 이야기를 할 때, 그리고 문단 문학과 vs 장르 문학이라고 할 때 웹소설에 대한 논의가 빠지는 건 의아할 수밖에 없다. 과연 웹소설 독자들은 웹소설이 탄생했을 때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인가?

 

  용대운 작가님의 인터뷰는 여러가지로 증언이 되는데, 네이버 웹소설이 등장하기도 이전인 2012년 북큐브에서 연재되었던 군림천하의 구매량은 당시 베스트였다. 매체가 변화하더라도 작품에 따라서 독자는 그대로 연결되는 것이다. 네이버 웹소설이 정규 연재를 위해서 가져왔던 작가진들, 문피아나 조아라에서 연재하고 있는 작가진들을 보더라도 이러한 독자는 '장르문학'이기 때문에 분화되는 것이 아니다. 예시로 들었던 달빛 조각사 역시 카카오페이지를 먹여살렸다는 이야기로 유명하다. 이건 그냥 장르와 텍스트의 호불호에 더 가깝다. 웹소설은 장르적 특징이기도 하지만 매체적 차이기도 하다.

 

  이번 글에서 내가 헷갈리는, 또는 잘 이해를 못 하는 부분은 글쓴이가 서점용 출판 책의 관습을 일정 출판사나 독자, 또는 작가의 오롯한 공으로 만들어간다는 점이다. 과연 다른 로맨스는 서점 시장을 원하지 않나? 웹소설 연재본과 서점용 장르소설의 성공이 분별되는가? 그렇지 않다. 로맨스 작가들이 웹소설 연구, 또는 장르 문학 연구나 비평에서 가장 반발하는 부분이 이부분이었다. 그들은 오랜 시간 동안 두 가지의 흥행을 양립해오고 있으니까.

 

  4.

  여기까지 도달했을때 2번에서 제기한 질문을 조금 더 들어가 나눠볼 수 있다. 장르문학의 실체에 들어간다고 한다면, 그 실체는 작가에게 있는가 또는 작품에게 있는가 또는 읽는 독자에게 있는가? 우리가 종종 사용하는 팬덤이라는 단어는 이러한 실체를 텍스트가 아닌 창작자와 독자 속에서 이루어지는 독해 행위로 중심점을 옮겨놓는다. 독자가 수행하는 방식 자체가 장르문학이 되는 것이다. 

 

  우리는 제도권 문학, 또는 드라마나 영화, 만화를 볼 때 "이건 ~~장르잖아!" 라고 외치는 사람들을 종종 보게된다. 그들은 텍스트 내부의 요소를 장르적으로 재배열 한다. 장르문학이라는 것의 '장르'가 단순히 소재나 서사, 핵심이나 주제의식에 의해서만 정해지는 고전적 형태의 정의가 아니라 독해 이전에 독자로 하여금 특정 독해를 강요해왔던 외부 관습 모든 것을 뜻한다.

 

  그리고 이러한 관습은 계속해서 변화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녹스의 10계명'일 것이다. 과거 추리소설의 10계명에서는 '중국인을 등장시키지 마라'는 말이 있었다. 서구인들을 중심으로 하는 추리소설에서 동양인들을 등장시키면 합리적 이성 바깥에서 사고하고 행동하는 것처럼 여겨지기 때문에 그랬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관습은 시대가 지나면서 탈락된다.

 

  내 의견에 대한 반론과 앞선 글을 되돌아보면 결국 장르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이해에 대한 견해 차이가 발생한다. 여기서부터는 나의 최근 관점과 주장이라 할 수 있겠는데, 이미 SF나 판타지, 로맨스나 무협 같은 장르는 서사적인 내용이나 작품들을 이야기하기에 너무 낡은 구분이다. 화소화된 장르는 이제 작품과 작품을 가로지른다. 한 작품 속에 하나의 주제만 담겨 있고 하나의 메시지만 담겨 있다는 믿음이 낡아버린 것처럼, 한 작품의 장르가 하나로 귀결된다는 것도 이제 서서히 풍화되는 이야기이다.

 

  미래파 시인들의 시를 오타쿠적 관점으로 재해석했던 이병철 평론가의 논문처럼 최근 제도권 문학 작가들은 그들이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접했던 대중매체의 문화들을 의식/무의식적으로 파편화하여 다양하게 출몰한다. 이것을 장르적 색채를 따랐다고 하는 프레이밍은 그것이 '문단에서 평가받았기 때문에'라는 전제조건을 따른다. 작가가 과연 장르를 어떻게 생각했을지, 작가의 증언을 과연 100% 신뢰하여 작품을 바라볼 수 있을지는 좀 더 생각해 볼 일이다.

 

  5.

  그렇지만 장르 문학에 맞는 잣대로 비평하라는 명제와 필요성은 어긋나지 않는다. 올라온 글의 논지나 이야기들에 대해서 반론하듯 의견을 펼쳤지만 공감하는 부분이나, 몰랐던 부분을 채우는 이야기도 많았다. 무엇보다 이런 의견 자체가 텍스트릿이라는 공간 내에서 펼쳐질 수 있음이 기껍다.

 

  arthurgodrdonpym님은 더 이상 의견에 대해 답하지 않겠다고 하지만, 이러한 글이 오가는 과정에서 다른 분들이 또 다른 의견을 주고받을 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기에 나도 내 의견을 여기에 덧붙여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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