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원귀에 대한 기록과 연구들

전혜진 2019.03.30 02:13 조회 수 : 158

여성 원귀에 대한 기록과 연구들

 

 

기록으로 전하는 귀신담에서 여성 원귀의 비율은 의외로 낮다. 최기숙은 처녀귀신 조선시대 여인의 한과 복수에서 청구야담에 수록된 총 183편 중 귀신담은 단 6편이고, 이 중 여성 귀신담은 2편이며, 기문총화의 총 637편 중 귀신담은 12, 이 중 여성 귀신담은 단 1편이라고 소개하였다.

 

전통창작소재 자료집 제작 - “국역 대동야승543편의 자료 중, 귀신 이야기는 32편이다. 이 중 귀신이 원한을 품은 이야기는 총 11편으로, 이 중 여성이 원한을 품은 이야기는 7, 남성이 원한을 품은 이야기는 1, 남녀가 섞여 있는 다수의 원혼이 나타난 이야기는 1, 영물인 짐승이 원한을 품은 이야기가 2편이다. 그런데다 <절개를 지키다 자결한 여종>청파극담용재총화, <소릉(현덕왕후) 관련>음애일기용천담적기, 월정만필에 비슷한 내용이 중복되어 있어, 실제로 현전하는 여성 원귀 설화의 양과 종류가 의외로 다양하지 않음을 짐작케 한다.

 

 

 

 

분류

구분

원혼

자료코드

절개를 지키다 자결한 여종

여성

2

청파-10, 용재-60

전처의 원혼

여성

1

부계-12

사랑의 배신(뱀으로 환생)

여성

1

용재-42

소릉(현덕왕후)관련

여성

3

음애-2, 용천-2. 월정-11

무덤을 파헤쳐 복수

남성

1

용재-97

짐승 원혼의 복수

짐승

2

용천-19, 용천-20

귀신에게 화를 입음

/

×

3

용재-35, 용천-5, 부계-5

귀신 퇴치

/

×

7

용재-10, 용재-34, 필원-15, 오산-12, 패관-17, 패관-20, 기옹-2

남성을 유혹

여성

×

1

용천-11

빙의

여성

×

2

용재-36, 용천-20(중복)

제사 강조

남성

×

3

오산-1, 용천-1, 송도-1

집안 신

남성

×

2

송와-11, 죽창-7

고려시대 사람

/

2

송도-1(중복), 송도-3

신적 존재

남성

×

2

오산-5, 오산-6

욕망(뱀으로 환생)

남성

×

1

용재-58

 

 

 

실제로 여성 원귀가 등장하는 귀신담은 크게 <절개를 지키다 자결한 여종>, <전처의 원혼>. <사랑의 배신(뱀으로 환생)>, <소릉(현덕왕후) 관련>의 네 가지다. 또한 빙의와 관련된 내용에서 빙의당한 사람은 용재총화용천담적기모두 여성이었다. 반면 남성은 조상이나 위인의 신령한 귀신으로 등장하거나, 성리학 문화의 요체이자 수호자로서의 인간 관리가 사특한 귀신이나 도깨비를 몰아내는 형태로 등장한다. 위 예시에서 기옹만필에 수록된 지리산 천왕봉 음사의 괴이함을 없앤 승려 천연만이 사대부가 아닌 존재로서 귀신을 퇴치하거나 특정 장소의 괴이함을 없애고 있다.

 

이와 같은 고전 서사 속의 여성 원귀에 대해서는 최기숙, 조현설, 김정숙, 윤혜신, 강상순 등의 연구가 있다.

 

고마쓰 가즈히코는 <금석물어집>을 인용하여 이미 헤이안 시대 말기에 이 세상에 마음을 남긴 자가 그 마음을 풀기 위해 나타난다는, 살아있는 자가 생각하는 이야기로서의 유령담이 성립했다고 언급했한 바 있다. 사에키 다카히로는 야나기타 구니오의 유령과 요괴에 대한 구분을 인용하며, “유령은 이 세상에 대한 강한 집념이 남은 성불하지 못한 죽은 자의 영이고, 강한 집념이란 특정 상대에 대한 원한이나 그리움이다. 그러므로 원망하거나 그리워하는 상대 앞에 나타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하였다. 이와 같은 원한을 품은 망자에 대한 관점은 한국의 여성 원귀에도 적용된다고 볼 수 있다.

 

최기숙은 처녀귀신 조선시대 여인의 한과 복수에서 여성 원귀에 대해 중점적으로 분석하며 귀신은 한의 증거인 동시에 의지와 욕망의 표상이며, “억울한 일을 당하고도 하소연할 곳이 없었던 여자들이 귀신이 되어서야 비로소 말하는 입을 갖게 되었다고 설명한다. 또한 최기숙은 남자 귀신이 대부분 조상령으로 기려지는데 여자 귀신은 원귀로 등장하여 남성 사대부에게 억울함을 호소하는 현상에 대해 귀신에 대한 상상력에 성별이라는 요소가 개입된 것으로 보고, 귀신담을 읽을 때 젠더 차이를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조현설은 원혼형 설화를 정절형, 욕구형, 좌절형으로 나눈 기존의 분류를 소개하고, 원혼 설화를 다시 아랑형 전설(신원형), 상사뱀형·신립장군형·사그라진 신부형 전설(구애형), 황씨부인당형 전설(좌정형)로 재분류한 뒤, 해원의 방식과 원혼을 만드는 부조리한 세계를 보는 주체의 시선에 따라 신원형은 간접 해원으로, 구애형과 좌정형은 직접 해원으로 구분하고, 구애형 중 상사뱀형 전설을 다시 전이형과 승화형으로 나누어 소개하며, 그 자체로 전복적인 여성 원귀의 해원 욕망이 남성 인물, 나아가 남성 화자에 의해 현실의 구조 안에 다시 포획되고 억압되었음을 주장하였다.

 

김정숙은 가부장적 가문의식, 문중의식이 전 사회로 확대되었던 18, 19세기에 겁탈을 당하거나 억울하게 살해당한 이전의 원귀와 달리, 가부장적 질서를 파괴했다는 죄목을 쓰고 죽거나 자살한 원귀가 등장하는 작품이 다수 등장하였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강상순은 조선 전기에는 원귀가 모호하게 묘사되었으나 중기의 필기·야담류에서는 여귀나 원귀가 구체적으로 묘사됨을 지적하며, 이런 이야기들이 동시대인들이 사회적 갈등과 재난의 원인이라고 생각한 지점을 반영한다고 언급하였다. 특히 18세기 이후 야담에서 계모나 이복형제에게 살해당하거나 음행의 누명을 쓰고 죽어 수령에게 억울함을 호소하는 여성 원귀들이 두드러지게 나타남을 들어 여성의 억압과 희생을 바탕으로 가부장적·종법적 가족제도가 확산·고착되어가던 시대 상황과, 국가()의 직접 지배 체제가 더욱 강화된 당대의 정치 문화 때문이라고 설명하였다.

 

고영란은 <장화홍련전><시료게다스모노가타리 기키가키>를 비교하여 한국과 일본의 두 작품 속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여성에 의한 사회적 질서 확립의 욕망을 밝혀내었다.

 

한편 권선경, 로렐 켄달은 무속의 관점에서 여성 원귀를 고찰하였다. 권선경은 처녀귀신이 무속에서 조상신격인 호구 말명으로 모셔지고 잡귀인 영산으로 나간다는 점을 여성의 통과의례 및 이중적 성격과 연관지어 설명하였다. 로렐 켄달은 무당, 여성, 신령들 1970년대 한국 여성의 의례적 실천에서 설령 억울하게 죽은 경우가 아니라도, 무속에서는 영산이나 잡귀는 물론 조상말명까지도 정당하지만 운명적으로 좌절될 수 밖에 없었던 욕망으로 인해 저마다의 한을 품고 있는 것으로 보며, 특히 통과의례와 재생산을 마치지 못한 젊은 여성 원귀는 호구말명으로 모시거나, 다른 가족구성원의 통과의례에 맞춰 여탐 등을 통해 한을 풀어 주는 등 조심스럽게 접근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같은 여성 원귀는 현대에까지 이어진다. 백문임은 공포영화, 박상완은 사극의 관점에서 이를 다루었다.

 

백문임은 공포영화의 괴물은 억압된 타자로, 고전 서사에서의 여성 원귀는 근대성이 가미되며 억울한 사연을 품고 죽은 여성이 현실에 돌아와 잔인한 복수극을 펼치는 한국 공포영화의 장르적 특질로 이어졌다고 설명한다. 이때 전래의 귀신담이 공포영화로 변이되는 과정에서 여성 원귀의 형상과 출현 이유가 달라졌고, 억울함을 호소하는 대신 직접 복수에 나섰으며, 이에 따라 불교가 퇴마의 역할을 담당하며 원귀를 퇴치하는 모티프가 등장했다고 설명했다.

 

박상완은 처녀귀신 서사를 사회에 의해 희생된 개인의 인간다움이 사또라는 공권력에 의해 해원이 이루어지며 회복된다는 것이라 설명하였다.

 

이와 같이 필기·야담류에 기반한 텍스트를 바탕으로 귀신담과 사회적 갈등의 관계를 확인할 수 있었다. 기록된 귀신담 중 여성 원귀의 비율은 적지만, 여성 원귀담은 약자이자 억압된 타자로서의 여성이 가부장적·종법적 가족제도에 의해 지배된 현실 속에서 여성 원귀담이 전복적인 서사로서, 때로는 남성 사대부 화자에 의해 현실의 구조 안에 포획되고, 더러는 가부장제의 질서 안으로 다시 들어가면서도 사회적 질서 확립에의 열망을 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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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이와 이단의 문화사 팀, 『귀신·요괴·이물의 비교문화론』, 소명출판, 2014
    • 강상순, 「조선시대 필기·야담류에 나타난 귀신의 세 유형과 그 역사적 변모」
    • 고영란, 「근세기의 한일 여성 괴담」
    • 고마쓰 가즈히코, 「일본의 괴담을 생각한다 – 괴담사 구축을 위한 비망록」
    • 사에키 다카히로, 「일본의 유령·요괴 – 연구사와 일본인의 괴이관(怪異觀) 변천
  • 최기숙, 『처녀귀신 – 조선시대 여인의 한과 복수』, 문학동네, 2010.
  • 김풍기, 함복희, 김복순, 이은희, 『전통창작소재 자료집 제작 - “국역 대동야승”』, 2015년 전통창작소재 자료집 제작사업 성과, 한국고전번역원 콘텐츠 기획실, 한국고전번역원, 2015.
  • 조현설, 「정신분석학적 페미니즘과 고전 여성문학 ; 원귀의 해원 형식과 구조의 안팎」, 한국고전여석문학연구 7권, 한국고전여성문학회, 2003.
  • 김정숙, 「조선시대 필기·야담집 속 귀신·요괴담의 변화 양상 – 귀신·요괴 형상의 변화와 관심축의 이동을 중심으로」, 한자한문교육 21권, 한자한문교육학회, 2008.
  • 권선경, 「여성 원혼의 존재양상과 신격화의 의미 – 서울 지역 호구를 중심으로」, 『민족문화연구』 65권,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 2014.
  • 로렐 켄달, 『무당, 여성, 신령들 - 1970년대 한국 여성의 의례적 실천』, 김성례·김동규 옮김, 일조각, 2016
  • 백문임 『월하의 여곡성 – 여귀로 읽는 한국 공포영화史』, 책세상, 2008.
  • 박상완, 「텔레비전 역사드라마의 야담(野談) 수용 과정 연구」, 인문학연구 91권, 충남대학교 인문과학연구소, 2013

 

 

귀신에 대한 글을 몇 편 올릴 겁니다. 정확히 말하면 이건 썼다가 망한 졸업논문의 일부입니다. 망한 논문이야 다시 생각하기만 해도 고통스럽습니다만 참고자료 정리한 목록으로는 유용하다 싶어서, 자료가 정리된 부분 위주로 부분부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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