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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예모의 정치적 철학은 어떻게 이연걸 주연 <영웅>에 압축되었는가

 

리처드 제임스 해비스(Richard James Havis)

2020517

 

중국 감독 장예모는 자신의 2002년 영화 <영웅>이 예술영화와 무협영화의 결합을 의도한 것이라 말해왔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영화는 무협영화와 역사드라마의 꺼림칙한 조합이 된 것 같다.

 

무술 씬은 우아하고, 대형 무대장치를 쓴 전쟁장면은 인상적이며, 영화의 근저에 깔린 섬세하고 신중한 미학은 영화를 아름다움을 살렸다. 그러나 <영웅>의 무거운 주제는 판타지적인 여러 무술 씬과 잘 결합하지 않으며, 다소 압제적인 메시지는 종종 영화가 질서라는 명분으로 권위주의를 정당화하는 프로파간다 영화라는 인상을 준다. 장예모는 무협 영화를 두 번째 진행하는데, 전작인 <연인(The House of Flying Daggers)>은 아름다운 의상과 그만큼 우아한 무술 시퀀스를 갖춘 탁월한 장르 작품이었다.

 

2년 먼저 나온 안리의 영화 <와호장룡(Crouching Tiger, Hidden Dragon)>처럼 <영웅> 또한 홍콩 인재를 많이 채용했다. 매기 청(Maggie Cheung Man-yuk), 토니(Tony Leung Chiu-wai), 그리고 견자단(Donnie Yen Ji-dan)이 그들이며, 무술안무가로는 토니 칭(Tony Ching Siu-tung)이 투입되었다. 장예모는 또한 일본의 유명 의상 디자이너 에미 와다(Emi Wada)를 채용하여 화려한 의상을 만들었다.

 

영화는 230BC 국가가 일곱 왕국으로 분열되어 패권을 위해 서로 다투는 중국 전국시기를 배경으로 한다. 진나라의 폭군은 마침내 일련의 잔혹한 정벌을 통해 여섯 경쟁 왕국을 패배시키고, 중국을 첫 번째로 통합시켰다. (이하 스포일러 있음.)

 

장예모에 의해 기획된 스토리는, 실패했던 실제 암살 시도에 느슨히 기초했다. <영웅>은 자신들의 나라를 침략하는 진나라의 폭군을 죽이러 주나라에서 온 가상의 암살자 그룹 이야기를 다룬다. 구로사와 아키라의 <라쇼몽>처럼 영화는 -플래쉬 백을 통해- 마침내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사건을 여러번 다양하게 반복하여 전한다.

 

이연걸은 무명(無名, Nameless)을 연기하였다. 그는 100-왕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허락된 가장 가까운 거리- 내에서 왕을 보이지 않는 공격으로 죽일 수 있는, 알려지지 않은 검객이다.

 

왕의 요새에 들어가기 위해 무명은 왕의 신뢰를 얻고자 주에서 온 무술가 셋을 죽이고자한다. 이들은 모두 이전에 왕을 죽이는데 실패한 이들이다: 은모장천(견자단), 비설(장만옥), 그리고 파검(양조위).

 

그러나 파검은 민족 통일이 잔혹한 폭군을 불러올지라도 혼란보다 바람직하다고 무명을 납득시킨다. 이에 무명은 결국 암살 시도를 포기하고, 왕으로 하여금 피비린내 나는 정복과 중국 통일을 하게 내버려둔다.

 

미국 텔레비전 쇼 <시네마 AZN>과의 인터뷰에서, 장예모는 자신이 어린시절부터 무협소설 팬이었다고 말했다. 장예모는 문화대혁명시기 자랐으며 몰래 무협소설을 읽었는데, 대다수의 무협소설은 반사회주의를 이유로 금지되어 있었다.

 

책이 발견되면, 가족 전체에게 문제가 될 수 있었어요.” 그는 말했다. “그러나 저는 이후로 줄곧 진심으로 무협문학을 소비했죠. 저는 언제나 그게 재미있고 매력적인 대상이라 느꼈어요.”

 

장예모는 중국의 5세대 영화감독의 선도자 중 하나로, <홍등><국두> 같은 시대물을 만들었다. 이 작품들은 중국의 권위주의적 정치 시스템에 대한 알레고리적 공격으로 해석될 수 있다.

 

장예모는 한 번도 엔터테인먼트 영화를 감독해본 적이 없으며, 무협 영화를 감독해본 경험 또한 없다. 때문에 그는 <영웅>의 검투 시퀀스를 위해 홍콩의 감독이자 무술 안무가인 토니 칭을 고용했다. 토니 칭은 장예모의 오랜 친구로, 1990년의 판타지 액션영화인 <진용(A Terracotta Warrio)>에서 배우로 나온 장예모와 그의 연인인 공리의 연기를 감독했었다.

 

토니 칭은 서극의 <천녀유혼><동방불패>를 무술감독했고, 끝내주는 특수효과와 소품을 다수 사용한 멋지고 판타지적인 싸움 시퀀스로 명성을 떨쳤다. 하지만 크리스토퍼 도일(Christopher Doyle)에 의해 촬영된 <영웅>의 전투 씬은 그 반대이다. 씬들은 젠틀하고 조심스럽게 구성되었으며, 슬로우 모션을 비중 있게 사용하여 제작되었다.

 

비록 이 씬들은 예쁘지만, 반복적인 슬로우 모션은 싸움 씬을 추상화하고 씬의 긴장감을 제거했다. 물론 무술영화의 감독들은 언제나 그들의 퍼포먼스를 느리게 하려 노력한다. 왜냐하면 때때로 그들의 진짜 움직임이 스크린에서는 너무 빨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화>의 안무는 느리면서도 양식화되어 싸움 씬이 전투라기보다는 형식화된 춤처럼 보인다.

 

장예모는 자신이 무술영화에 대해 아무 지식이 없으며, 장르의 규칙에 대해서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 결과 일종의 아웃사이더영화가 만들어졌다. 유교적이며 불교적인 가치가 폭력적인 행동을 하는 것과 조화를 이루게 하려는 시도나, 살해된 가족 구성원에 대한 복수 의무 같은, 장르의 전형적인 주제와 비유가 그의 이야기에는 두드러지지 않는다. 그의 캐릭터들은 매우 현대적인 퍼스낼리티를 지닌, 무협 영웅의 모던화된 바리에이션이다.

 

당신이 무협문학의 역사를 보면 알 수 있듯, 책들은 언제나 복수에 매달린다.” 장예모는 영화 제작 노트에서 말했다. “이소룡과 성룡을 불문하고 오랜 세월 동안 복수는 중국 무협문학의 유일한 주제였다. 나는 장르를 새로운 방향으로 틀고 싶었다. 내 이야기에서 목표는 폭력을 줄이는 것이다. 내 캐릭터들은 전쟁을 끝내고자하는 열망이 동기이다.“

 

장예모는 자신의 영화 메시지를 정치적이기보다는 문화적으로 표현해왔다. “신체적 희생의 이상은…… 그 자신을 전체의 이익을 위해 희생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메시지는 권위주의가 혼란보다 낫다며 중국 당국의 철학을 정당화하는, 영화의 프로파간다적 정치성을 무시할 수 없다.

 

장예모는 영화가 정치적이지 않다고 말하지만 사실 믿기 어려운 말이다. 그는 순진한 영화제작자가 아니다. 그의 초기 영화는 시대극 배경 안에서 공산주의에 대한 예리한 비평들을 영리하게 숨겨 놓았다. 또한 그는 자주 당국의 권위와 갈등을 일으켰고, <인생> 같은 영화는 일시적으로 상영금지되기도 했다.

 

<책상 서랍 속의 동화(Not One Less)><집으로 가는 길(The Road Home)>-그가 <영웅>을 만들기 전 만든 영화-에서 장예모는 저항하기보다는 정치적 기관의 총애 받는 영화제작자가 되기를 선택한 것으로 보이며, <영웅>은 그 패턴의 일부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문화대혁명에 관한 그의 최근작 <원 세컨드(One Second)>2019년 베를린 영화제를 앞두고 삭제된 것은, 그가 어쩌면 그의 초기 관점으로 돌아오거나, 최소한 초기 관점을 전부 포기하지는 않았음을 시사한다.

 

원제: How Jet Li’s nameless Hero encapsulates Zhang Yimou’s political philosophy in classic martial arts film from 2002

(https://www.scmp.com/lifestyle/entertainment/article/3084502/how-jet-lis-nameless-hero-encapsulates-zhang-yimo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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