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기(조선 중기)의 여성 원귀들

전혜진 2019.04.21 01:30 조회 수 : 86

16세기(조선 중기)의 여성 원귀들

 

16세기에는 본격적으로 성리학이 발전하였다. 성리학과 왕도정치를 강조하는 사림파가 관학파의 학풍을 계승한 훈구파를 몰아내어, 성리학이 유학의 중심이 된 종종반정을 기점으로 불교와 토속신앙에 대한 관심은 급감하였다.

 

훈구파를 몰아낸 뒤 사림들은 출신이나 학파로 나뉘어 성리학이나 예법에 대한 논쟁에서부터 현실 정치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대립하기 시작하였다. 이로 인해 이기론이 발전하는 등 학문적으로는 다양한 발전이 이루어졌고, 정치적으로는 붕당정치가 시작되었으며, 사화가 발생하기도 하였다.

 

 

 

종류

죽음의 방식

죽음의 이유

전개

결말

원한

조상

기타

자결

살해

기타

정절

배신

모함

희생

기타

신원

복수

승화

비판

증표

현몽

기타

사망

재생

환생

<안생과 노비 출신 아내의 비극적 사랑>

 

 

 

 

 

 

 

 

 

 

 

 

 

 

 

 

<뱀이 되어 나타난 여승>

 

 

 

 

 

 

 

 

 

 

 

 

 

 

 

<이기빈>

 

 

 

 

 

 

 

 

 

 

 

 

 

 

 

<송원의 선비가 벌레를 죽여서 일가족이 몰살함>

 

 

 

 

 

 

 

 

 

 

 

 

 

 

 

 

<성현의 외가 정씨 가문에 살던 귀신>

 

 

 

 

 

 

 

 

 

 

 

 

 

 

 

 

<귀신을 본 안씨 가문 사람들>

 

 

 

 

 

 

 

 

 

 

 

 

 

 

 

 

<기건과 이두의 집에 붙은 귀신들>

 

 

 

 

 

 

 

 

 

 

 

 

 

 

 

 

<분묘>

 

 

 

 

 

 

 

 

 

 

 

 

 

 

 

 

<5대조 할머니의 묘소를 찾아낸 성현 형제>

 

 

 

 

 

 

 

 

 

 

 

 

 

 

 

 

<소릉의 폐위와 복위때 생긴 기이한 일들>

 

 

 

 

 

 

 

 

 

 

 

 

 

 

<단종의 어머니 현덕왕후의 능(소릉)을 회복시킨 이유>

 

 

 

 

 

 

 

 

 

 

 

 

 

 

 

<여귀에게 홀려 하룻밤을 보낸 채생>

 

 

 

 

 

 

 

 

 

 

 

 

 

 

 

 

석태룡전

 

 

 

 

 

 

 

 

 

 

 

 

 

 

 

 

설공찬전

 

 

 

 

 

 

 

 

 

 

 

 

 

 

 

 

안락국전

 

 

 

 

 

 

 

 

 

 

 

 

 

 

 

 

 

정생전

 

 

 

 

 

 

 

 

 

 

 

 

 

 

 

 

하생기우전

 

 

 

 

 

 

 

 

 

 

 

 

 

 

 

 

 

 

이 시기에는 용재총화에 수록된 <뱀이 되어 나타난 여승>과 같이 상사뱀형 원귀담이 등장하며, 관리에게 억울함을 호소하는 여성 귀신도 등장한다. 또한 음애일기에 수록된 <이기빈> 소설 석태룡전처럼 자식을 보호하려는 어머니의 혼령을 비롯하여, 사재척언에 수록된 <분묘>용재총화에 수록된 <5대조 할머니의 묘소를 찾아낸 성현 형제>와 같은 여성 조령이 나오는 귀신담과 함께, 왕족이자 신령으로서의 현덕왕후가 자신의 능이 폐위된 원한을 품고 나타나는 소릉 관련 야담도 등장한다.

 

소릉은 문종의 추존왕비이자 단종의 어머니인 현덕왕후 권씨의 무덤으로, 세조 때 폐서인이 되고 능 역시 훼손되었다. 실록에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전하고 있다.

 

의정부에서 아뢰기를, “현덕왕후(顯德王后) 권씨(權氏)의 어미 아지(阿只)와 그 동생 권자신(權自愼)이 모반(謀反)하다가 주살(誅殺)을 당하였는데, 그 아비 권전(權專)이 이미 추후하여 폐()하여서 서인(庶人)으로 만들었으며, 또 노산군(魯山君)이 종사(宗社)에 죄를 지어 이미 군()으로 강봉(降封)하였으나, 그 어미는 아직도 명위(名位)를 보존하고 있으므로 마땅하지 않으니, 청컨대 추후하여 폐()하여서 서인(庶人)으로 만들어 개장(改葬)하소서.”하니, 그대로 따랐다. (국사편찬위원회, 세조실록 8, 세조 3626일 무오 2번째기사, 조선왕조실록, http://sillok.history.go.kr/id/kga_10306026_002, 2017423.)

 

당대의 야사로는 단종이 살해당한 뒤 현덕왕후가 세조의 꿈에 나타났고 이후 동궁이 급사하여 세조가 현덕왕후의 능을 훼손했다고 알려졌으나, 실제로 소릉을 폐한 것은 단종이 폐위되어 노산군이라 불렸던 시기의 일이다. 현덕왕후는 아들을 낳고 얼마 지나지 않아 죽었고, 문종이 즉위한 뒤 왕후로 추존되었지만 남편도 요절하였으며, 아들인 단종은 폐위 및 사사되었고, 그녀의 신위는 종묘에서 출향당해 불살라졌다. 당대의 민중들은 그녀의 신령이 원한을 품고 원귀가 되었으리라고 상상하였고, 이와 같은 민중들의 전복적 상상과 상보성의 논리에 기반하여 만들어진 현덕왕후의 원귀담은 왕도 정치를 내세우며 소릉 복위를 추진하던 사대부들의 유가적-도학적 역사의식과 공명하며 필기·야담류에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용천담적기<소릉의 폐위와 복귀 때 생긴 기이한 일들>에서 김안로는 현덕왕후의 원혼을 유가적 이념을 수호하는 신령한 귀신으로 인식하였으며, 그 귀신의 현현을 소릉 복위의 정당성을 확인시켜주는 증거라고 해석했다. 이 이야기에서의 현덕왕후는 자신의 능을 모욕하는 자에게 벌을 내렸고, 종묘에 벼락을 치게 하고, 복위를 반대하는 자를 죽이고, 감독관의 노고를 치하한다. 반면 음애일기<단종의 어머니 현덕왕후의 능(소릉)을 회복시킨 이유>에서 현덕왕후의 원혼은 부인의 울음소리로만 표현되며, 소릉을 복원하고자 하자 신인이 도와주어 잃어버린 현덕왕후의 관을 찾게 된다. 이는 현덕왕후를 정치싸움의 주체이자 사림파의 명분을 강화시키는 신령으로 보느냐, 혹은 수동적인 여성 원귀의 입장으로 보느냐의 차이로 보인다.

 

이 시기에는 용천담적기에 수록된 <송원의 선비가 벌레를 죽여서 일가족이 몰살함>과 같이 귀신이 여성에게 빙의하는 이야기도 발견된다. 강상순은 조선 전기 귀신담의 특징 중 하나로 빙의담을 꼽으며, 빙의되는 주체는 주로 여성, 소년, 노비를 비롯한 하층, 즉 사회적 억압을 받는 존재들이라는 점을 지적하였다.

 

아키바 다카시는 무속신앙에서의 신내림 증상에 대해 괴로운 시집살이로 지친 젊은 부인의 번뇌가 낳은 히스테리라고 설명하며, 부권가족의 구조 자체가 여성 무속인을 만들어내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즉 강상순의 말대로 귀신 지핌 현상이 사회적 위계나 차별과 밀접히 연관된 사회-심리적 병리현상임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빙의의 또 다른 형태는, 귀신을 쫓아내는 사대부 이야기로 표현된다. 용재총화에 수록된 <성현의 외가 정씨 가문에 살던 귀신>이나 <귀신을 본 안씨 가문 사람들>이 그렇다. 이들 이야기에는 강직하고 훌륭한, 성리학으로 무장한 위엄있는 사대부는 요망한 귀신들을 내쫓고 괴력난신이나 무속신앙을 능히 제압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드러난다. 이를 강상순은 지배층의 기획이라고도 표현했다. 민중들 사이에 오랫동안 뿌리내리고 있었던 무속적 관념에서의 귀신도 강한 기와 올바른 도덕으로 물리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강상순의 설명과 같이, 이와 같은 축귀담은 귀신의 실재를 인정한 바탕 위에서야 생성 가능한 이야기.

 

한편 <기건과 이두의 집에 붙은 귀신들>의 경우 행패를 부리는 고모의 귀신이, 소설 설공찬전에는 사촌에게 빙의하는 공찬 남매의 귀신이 나타나는데, 귀신이 일가친척에게 나타나 괴롭히는 모습은 종법적 가족주의가 정착된 조선 후기의 필기·야담에서 조령들이 신령한 귀신으로서 후손을 돕는 것과는 다른 모습으로, 다분히 무속적인 귀신 관념을 반영한다. 무속에서는 조상이라 하더라도 제사나 굿이 끝나면 산 자의 세계에서 분리되어야 하며, ‘조상 손은 가시손이라는 말처럼 비록 조상에게 악의적 의도가 없더라도 그 등장은 가족에게 위험을 끼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즉 조선 초기의 사대부들은 이와 같은 무속적 관념을 인지하고 있었으며, 죽어 귀신이 된 존재가 현세에 출몰거나 귀신과 접촉하는 것은 재앙의 빌미가 된다고 생각하는, 원초적인 귀신 관념을 갖고 있었으리라고 생각할 수 있다.

 

15세기의 여성 귀신들과 비슷한 점도 있다. 정생전의 처녀는 임신하여 쫓겨난 뒤 정생에게도 버림받아 아이를 낳고 자결하지만 정생은 그 아이마저도 제대로 거두지 않는 등, 원귀가 되고도 남을 상황에서 죽어갔으나 그녀는 복수하지도 되살아나지도 요구하지도 않는다. 그녀는 고승이 된 아들을 이끌어 정생에게 효도하게 하고, 정생에게 자신과의 인연을 깨닫게 할 뿐이다. 기본적으로 억울한 일을 당하고도 복수하지 않는 15세기의 여성 원귀담에 효를 강조하는 유교 이데올로기가 결합된 형태이나, 동시에 고승이 된 아들과 전생의 인연을 통해 불교와 도교적인 색채도 띠고 있다. 한편 하생기우전의 하생은 금오신화만복사저포기처럼 죽은 여자와 만나 사랑을 나누고 그녀가 주는 정표를 가지고 돌아와 그녀의 아버지를 만나나, 결말에서 무덤을 열자 처녀가 되살아나 하생과 혼인한다. 결말에서 환생이 등장하는 것으로 이전과의 차이점을 보이고 있다.

 

불교 및 무속적인 색채와 환생·재생담은 안락국전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월인석보안락국태자전을 각색한 이 소설에서 억울하게 희생된 원앙부인은 아들인 안락국에 의해 되살아난다.

 

강상순은 이 시기의 필기·야담류에 유가적 귀신 관념 뿐 아니라 민중과 사대부 부녀자들 사이에서 전승되어 왔던 더 오래되고 뿌리깊은 무속적·주술적 귀신 관념이 함께 반영되어 있으며, 다고 설명하였다. 이 시기의 귀신 서사는 대부분 설화적 지괴에 속하며, 미지의 존재에 대한 인간의 미약함과 공포감이 드러나 있다. 하지만 여성 귀신담의 종류와 숫자기 늘어난 이 시기는 귀신 서사가 본격적으로 발달하였으며, 귀신의 형태가 구체적으로 묘사되기 시작하는 시기로도 볼 수 있다. (삼국유사의 비형랑이나 보한집에서 이인보가 관계했던 여귀도 그 힘과 기이함에 대해서는 서술되어 있지만 형상은 묘사되어 있지 않았다.) 용재총화에 묘사된 귀신은 단편적이기는 하지만 후대에 일반화된 귀신·요괴의 모습과 유사한 형태를 보이며, 직접적인 묘사는 아니지만 여종에게 빙의한 귀신이 낮이면 공중에 떠 있고 밤이면 대들보 위에 깃들었다’(3)를 통해 죽은 영혼인 귀신이 구체적 형상 없이 새나 연기와 같을 것이라는 당대의 인식을 반영하고 있다. 김정숙은 이에 대해 따라서 문헌자료에 한정시킨다면 용재총화에 귀신의 모습이 점차 묘사되기 시작했고 여귀의 모습도 조금씩 전형적 형태를 갖춰가기 시작했다고 말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 시기의 원귀들은 적극적인 신원이나 인정을 요구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는 홍 재상을 해치게 되었지만, 배신당한 여승은 뱀이 되어 나타났을 뿐이다. 기유의 집을 시끄럽게 한 귀신에 대해 민중들은 권력에 패배하여 죽은 유계랑의 원귀라고 여겼다. 이들은 억울하게 죽었지만 복수하거나 자신들의 죽음을 정당화해 달라고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 정생전의 처녀도 꿈에 나타나 아들을 데려가라고 말할 뿐이다. 이는 필기·야담의 기록자나 소설의 창작자가 정치적인 승자이자 당대의 지배층이었다는 점이 반영된 부분으로 볼 수 있다. 사대부들이 내세우는 명분을 넘어 패자의 억울함을 동정하는 마음은 이입하고, 때로는 정변이 거듭된 시기에 살아남은 사대부로서 패자/희생자에 대한 일말의 죄책감을 느꼈을지도 모르지만, 기본적으로 약자, 패배자, 희생자들이 자신의 억울함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것을 불편하게 느꼈거나, 원귀들의 소리없는 항변에서 적절한 상징적 의미를 해독해내기 어려웠을 수 있다.

 

 

 

현덕왕후의 원귀가 예외적으로 적극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었던 것은, 그것이 김안로와 사림파의 주장을 정당화할 수 있는 목소리로 기능했기 때문일 것으로 보인다. , 이 시기의 원귀 서사에서 원귀들은 원한을 풀어달라 호소할 목소리를 낼 수 없었으며, 그들의 원한이 서술자의 필요와 맞아떨어졌을 때에만 비로소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고 추측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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