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기(조선 중기)의 여성 원귀들

전혜진 2019.04.21 01:41 조회 수 : 222

17세기(조선 중기)의 여성 원귀들

 

 

16세기 말 벌어진 임진왜란과 17세기 초의 병자호란으로 인해 조선은 큰 변화를 겪게 된다. 전란으로 인한 참혹한 죽음과 굶주림, 경제적, 정신적 피해는 이 시기 사람들에게 죽음과 재난을 가까운 것으로 여기게 했다. 한편 성리학의 발전과 붕당정치로 인해 예송논쟁이 있었으며, 숙종 때는 환국정치에 따른 정치적 불안도 있었다. 이 시기의 귀신담은 이런 정세를 반영하고 있다.

 

 

 

종류

죽음의 방식

죽음의 이유

전개

결말

원한

조상

기타

자결

살해

기타

정절

배신

모함

희생

기타

신원

복수

승화

비판

증표

현몽

기타

사망

재생

환생

<귀신과 정을 나눈 박엽>

 

 

 

 

 

 

 

 

 

 

 

 

 

 

 

 

<종랑의 시신을 묻어 준 무사>

 

 

 

 

 

 

 

 

 

 

 

 

 

 

 

 

<권손용>

 

 

 

 

 

 

 

 

 

 

 

 

 

 

 

 

<득옥>

 

 

 

 

 

 

 

 

 

 

 

 

 

 

<원혼으로 나타나 수령에게 하소연한 여자>

 

 

 

 

 

 

 

 

 

 

 

 

 

 

 

<김효원>

 

 

 

 

 

 

 

 

 

 

 

 

 

 

 

<최영수의 꿈 이야기>

 

 

 

 

 

 

 

 

 

 

 

 

 

 

 

<구봉서>

 

 

 

 

 

 

 

 

 

 

 

 

 

 

 

 

<북교의 제사>

 

 

 

 

 

 

 

 

 

 

 

 

 

 

 

<귀신을 물리치는 경귀석>

 

 

 

 

 

 

 

 

 

 

 

 

 

 

 

 

<여귀가 된 궁녀와 황건중>

 

 

 

 

 

 

 

 

 

 

 

 

 

 

 

 

<기녀 귀신의 빌미>

 

 

 

 

 

 

 

 

 

 

 

 

 

 

 

 

<조카 집을 탕진한 안씨 귀신>

 

 

 

 

 

 

 

 

 

 

 

 

 

 

 

<귀신의 곡소리가 부르는 죽음>

 

 

 

 

 

 

 

 

 

 

 

 

 

 

 

<나무 요괴>

 

 

 

 

 

 

 

 

 

 

 

 

 

 

 

 

<저승의 복식>

 

 

 

 

 

 

 

 

 

 

 

 

 

 

 

 

강도몽유록

 

 

 

 

 

 

 

 

 

 

 

 

 

 

 

순군부군청기

 

 

 

 

 

 

 

 

 

 

 

 

 

 

 

 

운영전

 

 

 

 

 

 

 

 

 

 

 

 

 

 

 

 

유소낭전

 

 

 

 

 

 

 

 

 

 

 

 

 

 

 

 

 

 

우선 전란으로 제대로 장례를 치르지 못한 원귀들의 해원담을 찾아볼 수 있다. 효빈잡기<권손용>에서는 어머니의 혼령이 제대로 된 장례를 요구한다. 17세기부터 제사 흠향을 당부하거나 조상 묘지를 찾아주거나, 보은하거나 집안일을 부탁하거나 해결하는 등 종법적 가족질서를 수호하기 위해 후손 앞에 나타나는 조령들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하는 것이 반영된 것이다. 장례를 치러 줄 가족이나 친척이 없는 경우 어우야담<귀신과 정을 나눈 박엽>이나 <종랑의 시신을 묻어 준 무사>와 같이, 시신이 수습되지 못한 여자 귀신은 훌륭한 남자를 만나 정을 나누고 장례를 통한 안치를 얻어낸다. 윤혜신은 이에 대해 죽은 자는 자신의 죽음이 공적(公的)으로 인정받는 장례를 통해 마지막으로 사회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확인하고 새로운 형태의 삶을 사회 속에서 살게 된다고 설명했다.

 

17세기에도 소릉 관련 필기·야담이 발견된다. 월정만필에 수록된 <꿈에서 정미수와의 씨름에 진 유순정이 중풍에 걸려 소릉이 복위됨>에서는 현덕왕후의 혼령 대신, 현덕왕후의 외손이자 중종반정의 공신인 정미수의 혼령이 소릉 복위를 반대하는 유순정을 벌한다. 이는 정미수가 그 스스로 현덕왕후의 유지를 받들어 소릉 복위를 주장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가족 내부의 갈등, 즉 남성의 축첩과 호색, 이로 인한 여성의 질투와 증오가 원귀담을 통해 표출된 예로 국당배어<득옥>이 있다. <득옥>은 사대부 가문 내부에 잠복되어 있던 남성의 축첩과 호색, 이로 인한 여성들 간의 질투와 증오라는 문제가 원귀 이야기로 표출된 초기적 형태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으며 여성 원귀가 직접적인 복수를 택한 예로 보인다.

 

여성 귀신이 관리에게 나타나 호소하고 요구하는 형태가 이 시기에 구체화된다. , 여기에는 약자로서의 원귀만이 아니라, 조령(<원혼으로 나타나 수령에게 하소연한 여자> : 음애일기<이기빈>과 동일)이나 서낭신(<김효원>), 왕족(<최영수의 꿈 이야기>)처럼 신령한 존재들도 포함된다. 어우야담에 수록된 <북교의 제사>에서는 한성 부윤의 꿈에 한 여자가 피를 흘리며 나타나 호소하여, 이후 여제에 아이 낳다 죽은 산모, 즉 하탈영산을 위한 위패도 배설하였다는 이야기이며, 서곽잡록에 수록된 <구봉서>는 자신의 억울함을 풀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살해한 누명을 쓰고 억울하게 옥에 갖힌 남편을 구하기 위해 나타난다.

 

이 시기 관리에게 나타나는 여성 원귀들은 <최영수의 꿈 이야기>를 제외하면 모두 자신의 언어로 구체적인 도움을 청하고 있다. 또한 정절의 문제나 가족 내부의 갈등이 아닌, 재산의 분재나 억울한 누명을 쓴 남편을 구하기 위해 나타나는 등 집안의 큰 일을 돌보고자 하는 조령과도 같은 속성을 일부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북교의 제사>와 마찬가지로 제사를 받지 못하는 자신에 대한 억울함을 풀기 위해 나타난다. 이와 같은 점에서 후기의 여성 원귀 신원 설화들과는 조금 다른, 초기적 형태로 보인다.

 

특히 <북교의 제사>에서 하탈영산이 피를 흘리며 나타나 호소하였다는 것은, 어우야담에 수록된 <저승의 복식><이씨의 꿈에 나타난 유사종>과 함께 죽은 자가 죽었을 당시의 모습, 또는 장례시에 수의로 입었던 옷을 입고 나타난다는 당시의 믿음을 보여준다.

 

귀신을 쫓아낸 이야기는 여자 귀신이 남자를 유혹하는 형태로 발전하였다. 어우야담<여귀가 된 궁녀와 황건중><기녀 귀신의 빌미>는 아름다운 여자 귀신이 유혹하나 심지굳은 사대부는 이를 능히 물리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한편 <귀신을 물리치는 경귀석>은 귀신을 물리치는 신령한 도구에 대한 당대의 상상력을 보여준다.

 

귀신을 쫓아내지 못한 이야기로는 어우야담<조카 집을 탕진한 안씨 귀신>이 있는데, 용재총화<기건과 이두의 집에 붙은 귀신들>과 마찬가지로 행패를 부리는 고모 귀신이 나타나 온 가족을 괴롭히는 내용이다. <귀신의 곡소리가 부르는 죽음>에서는 여자 귀신이 모습을 드러내지 말고 곡소리만을 내며, 온 가족을 죽게 만든다. 윤혜신은 이렇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소리만 내는 귀신에 대해 강렬한 트라우마를 암시한다고 설명하며, 이들은 대부분 사고사를 당했거나 전란에서 죽은 영혼들로, 전란으로 야기된 불안한 정서가 몽유록, 소설, 실기, 야담, 패설 등에 두루 나타나며 대규모로 집단적 트라우마가 발생한 자취를 담고 있다고 설명하였다.

 

이 시기의 소설에서도 이와 같은, 전쟁 이후의 현실을 반영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강도몽유록에서는 병자호란 당시 강화에서 죽은 열다섯 명의 여성 귀신, 특히 반정공신의 가족이었던 여성들이 전쟁중에 허무하게 죽은 것을 한탄하고, 전쟁 중 책임을 다하지 못한 아버지, 남편, 시아버지, 자식에 대한 울분을 토로하는 등, 반정공신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다.

 

이렇듯 이 시기에는 의 귀신들은 전 시대 필기·야담류에 수록된 귀신들에 비해 훨씬 구체적이고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강상순은 이에 대해 억울하게 죽었거나 제대로 매장되지 못한 사람이 모두 여귀나 원귀가 된다면, 전란과 전염병, 사화 등으로 인해 집단적이고 억울한 죽음이 많았던 16세기말~17세기 전반의 세계는 무수한 여귀·원귀들로 차고 넘칠 것이며, 어우야담, 국당배어등에 그려진 무주고혼들, 종루 거리를 다니는 행인만큼 많은 귀신들은 이런 현실을 보여준다고 설명하였다. 또한 귀신이라기보다는 귀물에 가까운, “정체나 성격, 출현의 이유나 목적이 불분명한”, “성리학적 상징질서에 포획 불가능한 낯선 실재로서의 귀신들이 구체적이고 다채로운 속성을 띠고 출몰하기 시작한다. 이를테면 여자/여우 요괴에 대해 지봉유설에서는 <나무 요괴>에서 귀매가 사람을 유혹해 호합하는 것을 보면 귀신은 남자로 되고 여우는 여자로 되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조령도 마찬가지다. 강상순은 조선 전기에는 거의 등장하지 않았던 조령이 어우야담의 귀신담 52편 중 12화를 차지할 만큼(23%) 비율이 높아졌으며, 이 비율은 조선 후기로 갈수록 더욱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강상순은 조령이 대거 출현하는 것은 유몽인의 어우야담이후로, 유교적 제사가 형식적 제의가 아닌, 인격적 실체성을 지닌 조령과 직접 소통하는 제의라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제사의 효과와 의의를 강조하려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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