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 웹소설에서 나타난 장르문학과 웹소설에 대한 인식

빅 라이프, 포텐 폭발, 김작가!, 기획에 산다를 통해 살핀 웹소설

 

 

전문가형 소설의 서사는 보통 이러하다. 자신의 전문 영역에서 성공하지 못한 B급의 인물이 주인공으로 제시되며, 그 인물은 특별한 기회를 통해서 새로운 능력을 얻는다. 이러한 기회 종류는 무척 다양하다. 미래의 지식을 갖고 과거로 돌아가는 경우도 있으며[회귀], 해당 직업군에서 우수한 능력을 발휘할 재능을 획득하는 것이기도 하다[이능획득, 게임시스템]. 보조적인 존재 때문에 가상의 능력을 얻거나 직업군에서 우수한 경력을 쌓은 사람의 지식을 습득하는 예도 있고[기인과 만남] 또는 가상의 공간에서 자신 직업과 관련된 능력을 대리 체험하기도[가상공간, 시스템] 한다.

 

웹소설 작가를 배경으로 한 소설도 마찬가지이다. 이번에 살펴볼 세 작품 빅 라이프, 포텐 폭발 김작가, 기획에 산다!라는 각각 다른 시기, 다른 작가에 의해서 창작되었음에도 동일한 마스터플롯 하에서 서사가 진행된다. 데뷔한 지 몇 년이 된 주인공은 계속 흥행에 실패하며 별 볼 일 없는 삶을 이어가는 무명의 작가이다. 그런 주인공에게 열등감과 스트레스를 느끼게 하는 것은 주인공 주변에 있는 성공한 작가의 존재이다. 우연한 기회에 해당 작가에게 모욕을 당한 주인공은 슬픔과 좌절에 빠진다. 그런 주인공에게 특별한 능력이 부여되고, 그때부터 주인공은 상업적인 흥행을 거두는 잘나가는 작가로 변모한다.

 

이 서사에서 주인공의 성공은 단순히 웹소설을 통해서 돈을 많이 버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실질적인 수익을 얻고, 그 돈을 바탕으로 투자를 하거나 주변의 동료 작가를 지원하기도 하고, 창작 스튜디오를 만들기도 한다. 영화 시나리오를 창작하기도 하고 게임 시나리오를 창작하는 등의 다방면의 콘텐츠 창작에 힘을 쓰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매력적인 이성과 연애를 하기도 하고, 각종 문학상이나 공모전에서 수상하는 등 명예와 권위 역시 얻게 된다.

 

이러한 성공가도가 가능한 것은 전문가형 소설의 성공 원인과 궤를 함께한다. 그렇게 성공할 수 있는 세계를 조형해 놓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세계는 처음부터 끝까지 변화가 없다. , 이능력을 얻기 이전에 주인공이 실패하고 있는 것도 작가가 설정해 놓은 세계의 질서 하에선 당연한 일인 것이다. 주인공은 작가로서 성공할 수 있는 능력을 얻었을 뿐, 실력이 없어서 무시당하고 소외당하던 기존의 구조를 개혁하지 않는다. 주인공이 얻은 능력은 그저 원래의 세계에 덧씌워진 한 장의 레이어에 불과하다. 이런 구조를 도식으로 정리하면 아래의 <그림4> 와 같다.

 

그림04.jpg

 

 

이러한 구조는 웹소설 소비집단에서 해당 직업과 대상이 어떻게 기능하는지 정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가난한 주인공이 능력을 얻어 웹소설을 통해 대박을 내서 자본주의 사회에서 성공을 거둔다는 서사는 결국 웹소설의 성공=자본의 획득이라는 공식 속에서 기능하는 것이고, 이것은 웹소설이 문학으로서 기능하는 것보다 하나의 상품으로서 기능하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 이러한 인식은 웹소설뿐만이 아니라 장르 소설 전반에 자리 잡았던 인식이기도 하다.

 

우지호 작가의 빅 라이프의 초반은 종이책으로 판매되는 무협 소설작가와 시장에 관한 이야기에 주력해있다.

 

쓰고 싶은 글을 쓰면서 살고 싶다./이것이 끊임없이 재건을 괴롭히는 문제였다./현실을 생각하면 쓰고 싶은 글을 쓸 수가 없었다. 일단 팔리는 글을 써야 한다. 당장 팔아먹어야 밥도 먹고 월세도 낼 수가 있는 것 아닌가./게다가 팔리는 글이란 무엇일까./재건은 이것도 전혀 파악을 못하고 있었다. 유행에 맞추고 편집자의 조언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고 참고해도 어려웠다. 아무리 노력해도 팔리는 글을 쓰는 일은 쉽지 않았다.1)

 

빅 라이프의 가장 첫 프롤로그의 장면이다. 가난하고 어려운 주인공의 현실을 보여주는 장면을 보여주는 것인데, 이때 주인공의 욕망은 쓰고 싶은 글을 쓰면서 사는 것이다. 그러나 그래서 쓰고 싶은 글이 무엇인지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나오지 않는다. 예술의식과 작가의식, 작품의 주제의식과 소명에 관한 이야기는 없지만, 해당 소설이 제도권 문학2)이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대신 서술은 바로 현실적인 문제로 돌아간다. 당장 팔아먹어야하는 글을 써야지만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 그렇다고 모든 글이 팔아먹을 수 있는 글이냐면 그렇지 않다. 주인공 재건은 그러한 시장 속에서 팔리는 글을 쓰는 일이 쉽지 않은 작가였으니까. 서사는 마스터플롯을 따라 그럼 과연 이 세상에서 팔리는 글을 쓰는 사람이 어떠한 지위에서 살아가는지 보여준다.

 

, 오명훈! 어서 와! 오랜만이다!”

동기들이 앞다투어 손을 흔들며 명훈을 맞았다./재건과 정진이 왔을 때보다도 훨씬 격한 반응이었다. 특히 여자들의 환호가 컸다.

너 성공했단 소린 들었는데 진짠가 보다. 옷 입은 게 완전 청담동 귀공자셔.”

하하하, 띄우지 마. 성공은 무슨. 이제 시작이지.”

명훈이 덤덤하게 말을 받으며 자리에 앉았다. 재건의 바로 맞은편 자리였다. 명훈이 재건을 향해 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했다.

오랜만이다, 재건아.”

, . 그래.”

재건이 어색한 웃음을 빼물고 손을 내밀어 악수를 했다. 자연스럽게 행동하고 싶은데 마음처럼 잘되지 않았다./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한다고 해서 모두가 작가로 살아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작가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 중 절대다수는 생계를 유지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전공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직종을 택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정진처럼 게임 회사 기획 팀에 들어가 시나리오와 퀘스트 작업을 하는 경우는 그나마 관련이 있으니 낫다고 볼 수도 있었다./재건이 졸업한 문예창작학과에서도 작가로 살아가는 사람은 손가락에 꼽을 정도였다. 특히 오늘 모인 같은 학번에서는 딱 둘이었다. 한 명은 재건, 그리고 또 한 명은 지금 재건과 악수를 하고 있는 명훈./그것이 오늘 재건을 불편하게 만들고 있었다.

명훈은 최근 로맨스 세 작품을 연달아 대박을 터뜨렸다./그중 하나는 콘텐츠 진흥원에서 주최하는 공모전에서 우수상까지 수상했다. 드라마 제작도 논의되고 있을 만큼 꽤나 큰 흥행이었다./덕분에 명훈은 작가들 사이에서 특히 유명세를 타고 있었다. 실질적인 수익도 억 단위를 넘어선 지 오래라고 했다.

(중략)

작가가 글을 써서 돈을 벌어야 작가지. 돈을 못 버니까 글쟁이라고 하면서 사람들이 비웃는 거잖냐.”

 

로맨스 세 작품을 연달아 대박을 터뜨린 명훈은 마치 청담동 귀공자같은 외모로 억대의 연봉을 얻고 동창회에서 큰 관심을 받는 유명인이 되었다. 문예창작학과 출신에서 글을 쓰는 작가인 명훈이 재건을 만나서 글에 대해 한 이야기는 단 하나다. . 그는 장르문학을 통해 성공하고 돈을 번 것으로 자의식을 충족하고 타인을 경멸한다. 그런데 이러한 인식이 제도권 문학까지 동일하게 나타나지는 않는다.

 

그래, 네 말마따나 나도 작가지. 그래서 작가라는 이름이 부끄럽지 않도록 최근엔 다소 품격 있는 글을 쓰고 있어.”

아아, 그래?”

(중략)

판타지를 10권까지 쓰는 데 들어가는 노력으로 단 한 권을 쓴다고 생각해 봐. 재건이 너도 나랑 같은 문창과 출신이니까 그 감각 알지? , 생업 걱정하느라 소설다운 소설을 쓴 지가 오래돼서 잘 모를 수도 있겠다.”

 

제도권 문학은 품격 있는 글로 여겨지고, ‘소설다운 소설이라고 취급받는다. 그 대척점에서 장르문학은 단지 돈을 벌기 위한 수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빅 라이프는 주인공 재건의 성공을 이렇게 제도권과 상업 시장 두 공간으로 나누어서 기술하고 있고, 그중 주된 서술은 장르문학에 치중해 있다.

 

그렇기에 주인공 재건에게 추가된 능력은 장르 소설 창작에서 돋보인다. 전문가형 웹소설에서 이능은 주요한 기능을 하는 만큼 흥미로운 지표가 된다. 이 세계에서 성공하기 위해서 어떠한 도구가 필요한지 대중이 생각하는 요소가 그대로 녹아 있다. 더군다나 법률 소설을 법률 전공자가 창작하거나, 경매 전문가가 경매에 대한 소설을 쓰거나, 실제 학원 강사가 스타강사와 관련된 소설을 쓰는 만큼 해당 전문직종 종사자가 창작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이러한 이능은 자신들이 바라는 이상적 인간상을 그대로 드러낸다.

 

그럴때 웹소설 창작자가 바라본 성공적 웹소설 창작조건에는 공통으로 글과 관련된 지식’, ‘지치지 않는 집중력’, 그리고 빠른 창작 속도가 들어간다. 이것이 빅 라이프에서는 앞선 세대 작가의 경험과 능력, 그리고 지치지 않도록 체력을 회복시켜주는 머그컵 외에 빠르게 쓸 수 있고 집중이 잘되도록 해주는 노트북으로 변주되었다.

 

언제까지 해줘야 돼?”

사실 그게 조금 걱정이야. 3일 내로 가능할까? 아직 보여주지 못했지만 전체 세계관에 대한 배경도 익혀야 하고. 빠듯하기는 해.”

“3일이라. 알았어.”

재건은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

시간당 1만 자를 써낼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이틀 내로 스타북스에 현대지존록 6권 원고를 넘겨줘야 하는 것 말고는 당장 급한 일도 없었다.

(중략)

그로부터 약 3시간 후.

사내 휴게실에서 진한 커피로 피로를 달래고 있던 수희는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재건으로부터 날아든 메시지가 화면을 채우고 있었다.

-오수민이랑 차세린 캐릭터 시나리오 초고 보냈어. 확인하고 연락 줘.

수희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시계를 쳐다보았다. 이제 고작 3시간이 지났는데 초고를 끝냈다고?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일이었다.

이상하네. 내가 설명을 잘못했나? 엉뚱하게 작성한 거 아냐?’

하루 안에 받을 거라는 기대는 애초에 하지도 않았다. 빨라도 하루는 족히 걸릴 거라고 예상하고 있었다. 수희는 근심스런 잰걸음을 옮겨 자신의 자리로 향했다.

이럴 수가……!’

문서를 열어본 수희는 소스라치게 놀라 입을 떡하니 벌렸다.

32,000자 분량의 시나리오 초고였다. 오탈자가 거의 보이지 않는 재건의 문장은 간결하고 명확하게 두 캐릭터의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었다.

 

작품에서 장르 소설 한 권의 분량이 14만 자라는 이야기가 기술되어 있다. , 이틀 동안 6권 원고를 넘긴다는 것은 이틀에 걸쳐서 하루에 7만 자씩 원고를 쓴다는 것이고, 7시간가량의 노동을 한다는 것이다. 소설 전체에서 이러한 기술 중 글의 퀄리티에 대한 이야기는 약술되거나 거의 이야기되지 않는다.

 

단지 외부에서 좋은 작품이라고 극찬하는 반응만 나올 뿐이다. 이러한 장르문학에 대한 인식은 작품을 창작하는 예술 행위로서의 질적 노동보다는 양적 노동에 더 가깝다.

 

특히 흥미로운 것은 빅 라이프에서는 안경이라는 매개를 통해 출판편집인의 능력까지 함께 부여된다는 것이다.

 

책을 읽는 동안 문단 곳곳에서 굵게 돋보이는 글자들이 있었다. 신중하게 살펴본 결과 오탈자와 잘못된 비문들이었다.

비문이…… 보여? 안경을 쓴 것만으로?’

재건의 심장이 쿵쿵 뛰었다.

이 뿔테 안경은 한마디로 편집자의 눈이었다. 엄청난 속독기능에 오탈자 및 비문을 모조리 잡아내는 능력까지 갖추고 있었다.

 

이러한 서술은 장르 소설 작품이 웹소설로 넘어가는 주요한 지점과 인식변화를 시사한다. 바로 출판 주체에 관련된 이야기이다. 20년 전 통신 시절부터 웹 브라우저까지 인터넷 장르 소설은 인터넷 연재-소설 출판의 과정을 통해 작품으로 물화 되었다.

 

이러한 물화의 과정에서 인터넷 연재는 연재 자체가 장르 시장에 자신의 작품을 선보이는 시연이었다. 이 과정에서 인기를 얻은 작품은 장르 플랫폼에서 상위에 노출되었고 장르 출판사의 모니터링을 통해 작품계약을 체결했다. , 물화 되기 이전의 창작은 작가 자신의 게시판 운영 행위에 의해 서비스되는 방식이었고 이때의 창작자는 창작자 겸 비영리 개인 발행인이 된다.

 

장르 소설 시장은 점차 인터넷 공간에서 바로 거래가 이루어지는 형태의 웹소설로 변화되었다. 물성을 띈 종이책이라는 개념이 약해지고 장르 소설은 점점 의 형태로 변화되어간다. 이때 계약 이전의 아마추어 단계에서 창작자가 해야 하는 행위와 계약 이후 프로 단계의 창작자가 해야 할 일은 큰 차이가 없다.

 

이미 거래된 소설도 독자의 반응에 의해서 언제든지 수정 가능하다.3) 과거의 출판업이 작성된 원고를 작가가 출판사에 넘기는 순간 출판의 주체는 출판사에 있던 것을 감안한다면, 이러한 출판 주체가 점점 작가에게로 옮겨간다. 작가의 역량은 단순히 창작에 있는 것만이 아니라 서비스 운영부터 출판 전략, 시장의 분석을 비롯해 기초적 편집까지, 모든 능력을 포괄한 것이다.

 

이러한 인식은 웹소설 연재 형태가 되었을 때 보다 뚜렷하게 드러난다. 아래부터는 웹소설 작가를 주인공으로 한 포텐 폭발, 김작가!를 통해서 내용을 알아보고자 한다. 장르문학이라는 대상을 매개로 이어지는 종이책-웹소설의 형태에서 웹소설은 장르문학을 가지고 있는 만큼 해당 문학의 내외부 인식과 어플리케이션을 기반으로 이루어지는 상거래 시스템이 동시에 혼재된 형태 변모, 인식된다.

 

주호가 대학을 졸업하고 전업 작가를 목표로 달려온 지 이제 3년이 넘었다.

졸업 직후, 낮에는 상하차 알바를 하고 밤에는 글을 쓰는 생활을 해왔지만, 몇 년 안에 전업 작가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그의 꿈은 결국 이루어내지 못했다.

지금까지 출간한 책이라고는 일반 소설 한 권이 전부.

출판사에 투고한 글이 출판결정이 났다는 연락을 받고 뛸 듯이 기뻐했던 것이 어제 같지만, 그 책이 2년 동안 벌어다 준 총 인세는 고작 80만 원이었다.

일반소설을 써서는 신인작가가 먹고살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뒤엔 웹소설이 뜰 거라는 이야기를 듣고 인터넷 연재에 도전하기로 했다.

연재 초반에 잠시 빛을 본 작품도 있었지만, 모든 글들이 결국엔 뒷심을 잃고 밑으로 추락했고 유료전환이라는 지점까지는 단 한 번도 도달해본 적이 없었다.

1년 정도 웹소설 연재사이트에서 머물면서 출판사와 계약은 맺었지만, 그때의 계약은 지금에 와서는 족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처음에 글을 써서 올렸을 때엔 자신의 계정으로 날아온 출판사와 매니지먼트사들의 쪽지를 보며 드디어 전업 작가가 되는 건가 싶어 가슴 설레어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쪽지들이 성적을 결코 보장해 주는 것이 아니란 것을 깨닫는 데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것은 단지 작가를 유지하는 데에 금전적으로 부담되는 것이 거의 없는 매니지먼트사와 출판사들이 이쪽 시장에 대해 잘 모르는 신인작가들을 꼬드겨서 선인세와 위약금으로 자신들 밑에 묶어두기 위한 것이었다.4)

 

2015년부터 2016년까지 연재되었던 빅 라이프와는 달리 포텐 폭발, 김작가!에서는 제도권 문학에 대한 열망과 비교가 소멸하고 오로지 돈과 생계에 관한 이야기로 인식이 예각화되었다. 특히 돈이 되지 않는 소설에 대한 인식을 비교해보면 웹소설에 대한 인식을 보다 명확하게 알 수 있다. 빅 라이프는 짧은 권수의 조기완결을 언급하며 그래도 완결된 서사를 이야기했지만, 포텐 폭발, 김작가!는 다르다.

 

-“...... 작가님 지금 쓰고 계신 신작이요, 그거 더 가도 유료화 성적 얼마 안 나올 거 같은데 그냥 접고 새로 시작하시면 어떨까요?”

역시나.

(중략)

주호도 이번에는 어떻게든 작품을 끝내야 할 거라고 생각했다.

...... 하지만 지금 그래도 벌써 40화까지 연재했는데, 성적 상관없이 그냥 쭉 가면 안 될까요? 유료성적 안 좋아도 괜찮으니까 이번엔 완결 내보고 싶어서요.”

하지만 주호의 말에, 최정우가 반대했다.

-“, 완결을 내는 건 작가의 마음이지만, 아직 2권 분량도 못 쓰셨잖아요. 그래도 이 책이 완결 이후에도 유통이 되려면 7권 이상은 쓰셔야 되는데 수익 없이 앞으로 5권 더 쓰시는 것보다 지금 빨리 갈아엎어서 수익 나올 작품 찾는 게 좋지 않으세요?”

 

(중략)

 

[도레미솔라라: 이 작가는 유료화하면 그때 오겠음. 그 전엔 안 볼란다]

물론 그리 공지를 올린 시점에서 따라온 독자 수가 많은 것도 아니었다.

독자 수가 많았다면 출판사에서 애초에 연중을 권하지도 않았겠지.

하지만 독자들의 마음도 이해는 갔다.

출판사의 권유에 고민하고, 또 고민해서 힘겹게 내린 결정이지만 독자들에게는 작가의 고뇌는 보이지 않는 법이었으니까.

그저 성적에 따라 언제든 연중할 수 있는 냉정한 작가만이 표면으로 드러날 뿐이었다.

출판사의 권유에 의해서든 아니든, 결국 모든 책임은 작가의 몫이다.’

 

이러한 운영은 앞서 말한 출판의 주체에 대한 내용과도 연결되어 있다. 장르문학 시장에서는 이러한 출판의 주체는 오로지 출판사의 역할이었다면 지금은 공지를 올리거나 최종적으로 유료화 결정을 내는 것은 오로지 작가의 선택사항으로 서술된다.

 

역시 작품을 둘러싼 논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것이 어떻게 자본을 벌어들이는가 하는 지점이다. 작품의 개성이나 문장력 등에 관한 이야기는 소거되어 있으며, ‘완결을 내는’, ‘독자를 끌어당기는’, ‘돈을 잘 벌 수 있는능력이 작가의 재능인 것처럼 이야기된다. 그렇기에 이러한 재능의 부분에서 포텐 폭발, 김작가!의 이능력은 보다 직관적이다.

 

<<이름>>

김주호

<<개화잠재력>>

작가

<<보유스킬>>

불굴의 의지 LV.5:어떠한 컨디션에서도 집필 작업이 가능한 상태다.

[레벨업 조건: 이미 최대레벨에 도달했습니다.]

집중력 LV.1: 30데시벨 이하의 소음도를 지닌 환경에서 집필 작업 시 집필능력+20%

[레벨업 조건: 60데시벨 이상의 소음도를 지닌 환경에서 집필 작업 (452/1800)]

야구소설 특화 LV.1: 야구소재의 소설을 쓸 때 인기를 끌 확률을 조금 높여준다.

[레벨업 조건: 야구경기 관람 (10/10), 야구규칙서 완독(0/1)]

<<발견스킬>>

트랜드 포착LV.1: 현재 인기 있는 트렌드를 대략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습득조건: ‘소설제국무료 투데이베스트 30위 이내 작품 30화 이상 읽기 (2/15)]

 

기존 클리셰 중 게임판타지의 레벨 시스템을 따온 이능력의 배치는 웹소설에서 종종 살펴볼 수 있는 현상으로, 개별 작품과 장르군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뚜렷한 지표이다.

 

근대 이후 존재를 숫자로 풀어내는 작업은 꾸준하였고, 특히 게임에서 수치는 인간의 존재 자체를 수치화된 데이터로 파악하는 장치였다.5) 무한정 올라가는 레벨 시스템의 맥락에서 수치화 된 능력은 필연적으로 상승을 전제하고, 목표가 된다. 추상적으로 존재했던 개념을 수량화하면서부터 독자와 작가는 이 소설의 서사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정확한 기준을 공유하는 것이다.

 

이러한 지표에 제도권 문학에서 보여주는 주제, 시대인식, 구조, 유려하고 미려한 문장, 스타일 등은 전혀 없다. 오히려 트랜드 포착과 같이 시장 구조에 대한 인사이트를 요구하고, 컨디션과 집중력을 유지하는 스킬만 존재할 뿐이다. 빅 라이프에서 볼 수 있었던 웹소설과 웹소설 작가에 대한 인식은 상품화, 그리고 기계화되었다.

 

작가의 게시판 운영과 출판주체로서의 행위에 주목한 소설이 있다. 바로 사략함대 작가의 기획에 산다이다. 이 작품은 2024년을 살아가던 주인공이 자살을 했다가 [리셋 라이프 시스템]이라는 이능력이 발동되어 2013년으로 회귀한 이후 포텐 폭발, 김작가!처럼 특이한 스킬 능력을 발휘하며 웹소설 작가로 살아가는 내용이다.

 

앞선 메타 웹소설처럼 [속기][속독] 등의 능력을 이용한 주인공은 이미 현시대에 유행할 소재와 서사 구조를 알고 있다. 기획에 산다를 통해 주목할 점은 주인공이 회귀한 2013년이 바로 유료 웹연재 시장이 열리는 지점이기 때문이다.

 

지금이 아마…….”

기억을 더듬어 봤다./그러고 보니 이제 막 유료 연재 시장이 열릴 때다./시작은 조아요6) 사이트다./1등 작가가 유료 연재 인세로 200만 원 정도를 벌던 때다. 그리고 몇 개월 후에 스마트폰이 대중화되고, 유료 연재 시장이 활짝 열린다.7)

 

주인공이 알고 있는 지식은 단순히 좋은’, 그리고 재미있는소설을 쓰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주인공의 행동은 제목 그대로 기획’, 홍보와 프로모션 마케팅의 영역에 더 가까운 행동들이다. 그리고 이것이 오히려 웹소설이라는 대상을 보다 정확하게 보여준다.

 

조아요의 임페리얼 연재 시스템은 작품을 등록하면 5편까지만 무료고, 나머지는 정액제로 결제해야 볼 수 있다. 내가 아는 것을 최대한 이용해 볼 참이다.

연속해서 작품을 등록하는 연참./그걸 뛰어넘는 물량 공세인 폭참, 광참./매에는 장사 없다는 말처럼 조아요 임페리얼 연재 판에 광참보다 강한 무기는 없다.

 

주인공은 인터넷에서 연재를 할 때 조회수를 늘리는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앞선 두 작품이 빠른 연재재미만을 내세운 것과는 관점이 완전히 다르다. 그 중 웹소설 작가의 게시판 운영적 측면을 잘 볼 수 있는 장면이 있다. 바로 게시판 연재시간이다. 김휘빈 작가는 자신의 저서 웹소설 작가 서바이벌 가이드에서 이러한 연재시간을 언급했다.8) 작가는 작품을 완성했을 때 해당 연재시간에 맞춰서 업로드하기 위해 플랫폼 시스템에서 구현해놓은 예약연재를 이용하는데, 이러한 예약연재는 무료로 제공되는 시스템이 아니다.

 

예약을 걸어야겠다.”

예약난으로 바로 이동했다.

망할 새끼들! 배고픈 작가들의 등을 치네?”

조아요 사이트는 다 좋은데 이렇게 예약을 걸려면 예약 쿠폰을 사야 한다. 한 편 올리는 데 300원이다.

 

작가는 자신의 전략에 맞춰 시스템을 구매해야 한다. , 자신의 작품을 더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 표지와 일러스트의 선정 등의 전략을 수립하고 그에 맞는 투자를 해야 한다. 지금은 이러한 행위를 앞선 포텐 폭발, 김작가!에서 본 것처럼 매니지먼트라는 형태의 연재지원 회사가 전담하지만, 그러한 전략을 사용할지 말지는 매니지먼트와 작가의 계약사항에서 선택되며, 해당 프로모션 전략에 따라 수익 배분이 달라진다. 이런 프로모션 전략은 오롯이 웹소설이라는 상품을 어떻게 팔 것이냐에 집중되어 있다.

 

기획에 산다는 그 외에도 다양한 전략이 등장한다. 연속으로 소설을 올리는 연참의 조회수 집계가 일정 시간의 텀을 두어야지만 집계되도록 시스템이 변경되자 스마트폰을 재부팅 하면 할당 IP가 변경되는 것을 이용해 자신 소설 게시글을 많이 클릭해 조회수를 올리는 방법 등, 소설 외적인 행위가 소설에 반영되는 형태가 그대로 소설에서 노하우, 그리고 돈을 버는 방법으로 표현되는 것이다.

 

기획에 산다에서는 미래의 정보를 알고 있다는 장점을 이용해 각종 사업을 진행한다. 미래에 대박날 무명 가수와 친목을 다지기도 하고, 사업으로 대박이 날 CEO에게 도움을 주기도 한다. 이러한 행위는 모두 정보를 바탕으로 성취를 하고자 하는 욕망이 반영된 것이다. 특히 기획에 산다에서는 비트코인에 일찍 투자하는 서사가 존재하는데 이런 유명해 질 무명 가수와의 친목’, ‘크게 될 기업 CEO를 미리 알고 투자’, ‘비트코인을 구매하는 행위들이 보여주는 자본주의 사회의 성공이 웹소설과 같은 층위에서 서술되는 건 주목에 값한다.

 

 

+

 

전자출판학회 봄철 정기학술대회에서 발표했던 '「이야기의 욕망에서 욕망의 이야기로, 웹소설 서사의 출현과 코드적 읽기의 세계」 원고의 세 가지 챕터 중 2번 챕터의 원고를 옮깁니다. 아직 학회측으로부터 전체 발표자료집의 파일을 받지 못해서, 파일의 업로드는 조금 늦어질 것 같습니다.

 

※ 각주

 

1 ) 빅 라이프 1, 우지호. 별도 인용 표기가 있기 전까지는 모든 인용은 해당 작품에서 인용을 반복한다. 웹소설 판형에 맞춰 문단 구분 없이 마침표에 맞춰 엔터처리가 된 원본의 문장은 원고의 분량을 위해 부득의하게 /표시와 함께 연결하여 표기하였다.

 

2) 필자는 문단에서 창작되는 문학을 기본형으로 바라보는 문학의 시선에서 벗어나고자 담론에서 주로 사용되는 순문학/순수문학이라는 말 대신 등단 제도와 공모전의 수상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문학작품을 제도권 문학이라는 말로 칭하고자 한다. 편의를 위해 장르문학과 제도권 문학을 구분해서 표기했으나 이것은 명백한 상업상품으로 자신을 정체화한 웹소설 작가들의 인식을 드러내기 위한 구분이다

 

3) 현실의 주인공이 무협 세계로 넘어가 고수가 된다는 퓨전 무협작품 도둑놈에서 고수까지는 문피아에서 유료 연재된 소설이다. 작품이 연재 도중 현실에서 넘어온 또 다른 캐릭터를 라이벌로 등장시켰고, 주인공에게만 주어져야 할 특권이 다른 캐릭터에게 넘어간 것을 본 독자들이 집단으로 반발, 구매거부 의사를 밝혔다. 이후 작가는 판매된 소설 내용을 수정하였고, 구매한 고객들을 위해 해당 화수를 무료로 제공하였다. 이렇듯 이미 연재된 작품에 대한 A/S는 인터넷 공간에서 실시간으로 이루어지며, 단순히 A/S뿐만이 아니라 독자에게 불쾌감을 준 것을 위한 보상 또한 이루어진다.

 

4) 포텐 폭발, 김작가!, 문필드. 별도 인용표기가 있기 전까지는 모든 인용은 해당 작품에서 인용을 반복한다.

 

5) 81년생 마리오, 인문학협동조합 엮음, 요다, 2017. 게임 비평가 이경혁은 게임 캐릭터의 스펙, 현실의 스펙이라는 챕터에서 게임 삼국지시리즈를 예시로 캐릭터의 능력을 수치로 표기하는 것을 근대화와 연결지어 설명하였다. ‘존재를 숫자로 풀어내는 수치화 작업은 갈릴레이 케플러 뉴턴을 거치며 체계화되었고, 이는 물리학과 수학의 영역을 넘어 사회 전반에 퍼져 나갔습니다. 우리가 근대화라고 부르는 방식입니다. (중략) 데이터 시대의 수치화를 통한 새로운 재현방법은 한켠에 사람을 계량화시켜 새로운 감시체계 안에 복속시키는 결과를 품습니다’ 151-156p.

 

6) 해당 표기는 장르소설 플랫폼 조아라의 변형으로 보인다. 후에 기술되는 임페리얼 연재 시스템은 조아라 연재 방식 중 하나인 노블레스 연재에서 따온 것이다. 이렇듯 현실을 바탕으로 조금씩 변용된 기획에 산다작중의 기술은 웹소설 시스템이 어떻게 정착되고 그 안에서 작가들이 어떻게 연재하며 시장을 만들어왔는지 살펴볼 수 있는 주요한 자료가 된다.

 

7) 기획에 산다, 사략함대. 별도 인용 표기가 있기 전까지는 모든 인용은 해당 작품에서 인용을 반복한다.

 

8) 본인이 타깃으로 삼은 대상과, 그 대상의 생활 사이클에 대해 생각해보자. 학생이라면 등하교 시간, 점심시간을 고려하자. 회사원이라면 출퇴근 시간을 고려하자. 그들은 언제 쉴까? 유료 연재도 작품 성향에 따라 업로드 시간이 달라지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출근 시간을 노릴 경우 아침 대여섯 시에 업로드 되고 무겁거나 진지한 성향의 작품은 퇴근 후 오후 여섯 시에서 여덟 시 사이, 즉 저녁 먹고 느긋하게 쉴 수 있는 시간에 업로드 된다는 것이다. 작품이 어느 정도 인지도가 생기면 순위권에는 안정적으로 진입할 수 있으니, 작품의 성향에 맞는 시간에 편하게 읽을 수 있게 업로드 하는 것도 좋은 전략으로 여겨진다.’ 웹소설 작가 서바이벌 가이드, 김휘빈, 이마, 2017.  작가는 웹소설 연재에 따른 전략175~187p에 걸쳐 길게 기술했다. 단순히 인터넷에 소설을 업로드 하는 것으로 작가의 업무가 끝나는 것이 아니라, 판매를 위한 프로모션 전략을 함께 수립, 접근해야 한다는 요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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