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 과거부터 현재까지 (2)

텍스트릿 2018.05.14 21:47 조회 수 : 492

로맨스, 과거부터 현재까지(2)

 

1. 삼중당 하이틴 로맨스

 

열다섯 살,

하면 금세 떠오르는 삼중당 문고

150원 했던 삼중당 문고

수업시간에 선생님 몰래, 두터운 교과서 사이에 끼워 읽었던 삼중당 문고

특히 수학시간마다 꺼내 읽은 아슬한 삼중당 문고

-장정일, 삼중당 문고 중.

 

1980년, 고전을 비롯해 다양한 번역서를 내놓던 출판사 삼중당은 캐나다 로맨스 소설 브랜드 ‘할리퀸’을 번역하여 ‘삼중당 하이틴 로맨스’ 브랜드로 내놓는다.

 

현재까지도 ‘할리퀸’은 로맨스의 대표적 브랜드로 많은 사람들에게 로맨스 소설 그 자체로 통용되는 이미지가 있다. 동시에 매우 통속적이며 뻔한 이야기를 다룬다는 편견이 있다.

 

어릴 적 방송에서 방송인이 ‘할리퀸을 쓰다가 막히면 제비뽑기를 하여 이야기를 진행한다(그래서 이야기가 다 똑같은 것이다’ 류의 이야기를 방송에서 했었고, 그 방송 이전에도 일상적으로 들었던 이야기다.

 

그러나 말했듯, 장르는 규범 안에서 성립된다. 어떠한 특징적 골격(플롯)을 추출할 수 없는 장르는 존재하지 않으며, 이를 조롱하는 것은 장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정 장르가 그 패턴을 알 수 있을 정도로 ‘통속적이며 뻔하다’는 것은, 이 장르가 ‘규칙을 가진 장르로 성립하였음’을 말한다. 동시에 그런 규칙을 선호하는 독자들의 층을 가졌다는 것이기도 하다.

 

할리퀸은 이미 완성된 ‘협의의 로맨스’ 상태였으며 삼중당은 이 완성된 ‘협의의 로맨스’를 번역하여 공급하였다. 한국의 독자들은 할리퀸을 통해 로맨스를 습득하였으며, 때문에 한국에서 ‘장르 로맨스’의 시작점을 찾는다면 ‘삼중당 하이틴 로맨스’부터 시작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02_01_삼중당하이틴로맨스광고.jpg

 

1980년 1월 9일 동아일보 5페이지 광고면(http://newslibrary.naver.com/viewer/index.nhn?publishDate=1980-01-09&officeId=00020&pageNo=1)

//하이틴 로맨스의 발간 시기가 79년인지 80년인지 이야기가 조금씩 다른데, 텍스트릿의 필진인 손진원 선생님의 도움으로 당시 발간된 서적의 판권면을 확인한 결과 79년 라이센스를 얻고 80년 출간한 것으로 보인다. 해당 광고는 출간과 동시에 이루어진 광고로 보인다.//

 

삼중당은 할리퀸을 ‘하이틴 로맨스’라고 이름 붙여 발매하였다. 그러나 사실, 할리퀸은 성인 여성 대상의 소설이었다.

 

로맨스는 기본적으로 연애, 즉 일반적으로 성애(에로스)라고 일컬어지는 것를 다루며, 로맨스는 여성에게 유일하게 허락된 성적 표현의 출구기도 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로맨스는 성적 평가나 접촉을 표현한다.

 

현재까지도 성적인 요소를 다루는 것은 로맨스의 중요한 요소이다. 흔히, 독자들이 ‘(섹스)씬이 없는 로맨스는 앙꼬 없는 찐빵’이라고 하듯이 말이다.

 

물론 당시 유통된 소설들의 묘사는 당시의 기준으로도 문제가 없는 수준이었던 것 같다. 나도 보지 않아서 모르겠다만 90년대 10대를 지낸 사람들이 본 ‘섹시 보이’나 ‘꽃이 되자’ 같은 ‘쇼코미’ 정도의 수위가 아니었을까. 하여간 삼중당 하이틴 로맨스는 5백여권의 책을 내고 브랜드의 문을 닫는다.

 

다만 할리퀸의 수입이 중단된 것은 아니다. 다른 출판사에서도 할리퀸 및 로맨스를 출간하였으며, 1992년 설립된 국내 로맨스 출판사 ‘신영미디어’는 현재까지 할리퀸은 물론이고 만화화된 할리퀸 역시 계속 수입하여 보급하고 있다.

 

신영미디어는 2016년까지 일정 금액을 내면 매달 출간 할리퀸을 보내주는(또는, 전자책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를 운영하였으나, 지속적인 독자 감소로 인해 해당 서비스를 폐지하였다.

 

02_02_할리퀸폐지.PNG

 

 

 

2. 한국 로맨스의 발간

 

경험상, 한국에선 많은 수입 장르가 성공적으로 배본하고 10년 정도의 시간이 걸린 후에야 자체 생산에 돌입했다. 라이트노벨이 그랬고(대원 판타지노벨을 시작으로 잡는다면), 판타지도 그랬고(JRPG를 시작으로 잡는다면), 당연히 로맨스도 그랬다.(대원 판타지노벨 97년 - 시드노벨 07년)

 

할리퀸이 80년에 수입되고 16년 후인 1996년, 위에 언급하였던 로맨스 출판사 신영미디어는 ‘로맨스 소설 현상 공모전’을 열고 박윤후 작가의 <노처녀 길들이기> 가작으로 채택하여 6월에 출간한다.

 

02_03_노처녀길들이기.jpg

 

 

현재 해당 공모전의 내용은 확인할 수 없으나, 책 소개에 가작 당선이라는 내용이 남아 있으며 가작이라면 당시 다른 ‘금/은/동’에 해당하는 상은 없으며, <노처녀 길들이기>가 유일한 당선작인 것으로 보인다.

 

<노처녀 길들이기>만이 ‘당시 한국인이 쓴 최초의 로맨스’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96년이면 PC통신이 활발하던 시절이며, PC통신에서 1세대 판타지 소설들이 태어났다.

 

이 중 호러도 있고 스릴러도 있었는데 로맨스만 없었으리라 생각하는 것은 무척이나 부자연스럽다. 그 안에는 <노처녀 길들이기>보다 더 빠르게 탄생한 로맨스 소설이 당연히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에서 최초로 출간된 협의의 로맨스 소설’은 <노처녀 길들이기>이다. 이는 곧 ‘최초의 한국 로맨스 소설’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보통 한국에 수입된 여성 취향의 매체들은 빠르게 지역화를 거치게 된다. 일본의 소녀만화에서 발원하였던 순정만화도 국내로 들어오며 빠르게 한국 정서에 맞는 발전을 하였고, 로맨스 역시 한국인의 기호에 맞는 방향으로 발전을 이루게 된다.

 

한국의 로맨스는 ‘한국인 독자’가 이입하기 쉬운 한국과 한국의 시대를 배경으로, 한국인 남자 주인공을 선호하는 방향으로 성장한다. 할리퀸에서 시작했던 로맨스는 현재, 서양이나 외국 배경, 외국인 (여자/남자) 주인공을 ‘비선호 소재’로 여기고 있다.

 

당연히, 서양 배경을 전제하는 판타지도 비선호 소재다.

 

해당 부분의 상세한 내용은 http://teen.munjang.or.kr/archives/2137 에게 맡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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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스트릿 필진 김휘빈 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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