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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무협의 시대와 그 기록〉 - 좌백, 진산 선생님을 만나다 (마지막 편)

 

 

 : 단편선 중에 2003년도에 <더이상 칼은 날지 않는다>가 있잖습니까. 단편선 해설에서는 <더이상 칼은 날지 않는다> 이후 무협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이야기를 쓰겠다고 하시기에, 아 이게 ‘출사표’ 같은 거구나! 전 그게 일종의 고별사인 줄 알았어요. 근데 진산 선생님의 트위터를 보니, <더이상 칼은 날지 않는다>를 쓰고 누가 그걸 고별사라고 하는데, 생각해보니 고별해도 괜찮은 거 같아서 그만뒀다. 그런 말씀을 하셨더라고요. 그래도 그만 두면서 하신 생각 같은 게 있지 않으신지요.

 

 진산: 무협 작가로서의 내 위치라는 것이 좀 독특한 것이, 뫼 출판사 초기 이야기에 들어가서 나름 그럴싸한 계약을 하게 된 첫 번째 작가가 됐다고 했잖아요. 뫼에서 처음으로 전속계약- 사실은 따로 전속계약이라고 쓴 것도 없지. 하지만 마치 당연한 것처럼 거기 작가들이 대부분 그랬어요. 그거를 처음 깨고 나온 사람이 저에요. 시공사랑 처음 계약했는데. 기존의 무협시장과 내부 질서, 인간관계, 내부의 에티켓 이런 걸로 치면, 출판사를 떠난다는 건 거의 원수가 되는 거지. 배신. 조직을 떠나는 거죠. 문파를 떠난다는 느낌. 그것을 감수할 수 있는 작가가 거의 없었어요. 쉽게 그냥 떠날 수 있는 작가, 그런 점에 있어서 저는 약간 탐색꾼 같은 역할이었죠. 여성작가라는 것이, 편한 면도 있었던 거지. 나한테는 그런 구속을 쉽게 요구할 수 없었어요. 내가 연극이라는 다른 분야에서 온 작가니까. 그리고 시공사가 드래곤북스라는 무협 브랜드를 출간하고 싶은데 확장성 있는 작가를 고민하다, 마침 저를 처음으로 컨택한 거죠. 난 사실 성격이 뻔뻔해서……. 그걸 숨기고 간 것도 아니고, 딱 그 제안을 받고 고민을 하다가, 야설록 대표를 찾아가서 이야기 했어요. ‘옮기고 싶어 한다. 그 동안 밀어주고 감사는 드리는데 이제는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다.’ 야설록 대표님은 로망마초파기 때문에, 그렇게 대놓고 이야기하면 노발대발 하는 편이 아니라, 대인배라서. 그냥 오케이예요. ‘잘 되기를 기원한다.’ 그렇게 떠나왔어요.

내가 그렇게 떠나고 나니까 그 뒤로 뫼 출신의 작가들이 시공사와 계약하는 데 걸림돌이 덜 했죠. 제안이 되면 연결도 해 주고. 그러면서 처음으로 대다수의 작가들이 제대로 된 계약서를 쓰게 된 거예요. 기존의 무협계에서 선후배라는 관계, 오너와 작가의 관계가 아니라, 출판사와 작가의 관계가 비로소 시작된 거죠.

거기서 아까 말했던 대로 장르문학 웹진 <이매진> 등을 시도하면서, 내 관심사는 그때부터 이미 장르문학 전반으로 넓어졌어요. 무협은 그때까지 장편 몇 개를 쓰고 그러다보니, 어쨌든 무협에 대해 내가 가지던 관심사는 마이너한 것이니까. 무협이라는 장르 안에는, 약간 컨벤션 안에서 갖고 놀다보니. 진지하게 격투술의 극한을 글로 표현하고 싶다는 건 아니었어요. 확장성이 주로 내 관심사였죠. 장편을 한참 쓰다보면 ‘장편은 쓰기 싫어!’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았어요. 그럴 때 단편들이 연달아 나오기 시작했죠.

그러다보니까 미지의 신 개척지로 먼저 뛰어드는 편이었어요. 행보가 가볍고, 관심사도 거기에 있고, 적응력도 원래 발군이었고. 더 이상 무협 장편 안 쓸 수 있겠다. 반쯤은 이미 그런 생각이 있었죠. 냉정하게 이야기해서 프로작가에게 입금만 되다보면 언제든지 쓸 수 있는 거긴 해요. ‘더 이상 쓰지 않는다.’ 이런 식의 선언은 의미가 없죠. 반쯤은 장난, 반쯤은 어느 정도 현실. 이제 더 이상 무협에서 장편으로 이런 이야기를 할 거리가 없지 않을까.

요즘은 조금 생각이 바뀌었어요. 요즘은 새로운 무언가 떠오르기 시작했기 때문에.

 

 서: 최근에는 동물무협을 다시 쓰시기 시작했는데, <고양이 꼬리>나 <고양이 눈>을 브릿G에서 연재하셨죠. 그 계기가 어떻게 되나요?

 

 진산: 그건 키우던 동물들 때문에 쓴 거죠. 동물무협은 좌백이 먼저 썼죠. 좌백과 공저하면 짜증나 죽겠는데, 이런 식으로 소설 가지고 같이 노는 건 할 만하기 때문에 쓴 것도 있어요. 그리고 좌백이 건강이 안 좋아져서 장편 작업을 못 하니까, 그런 것을 같이 하면서 워밍업 했어요. 재활하듯이.

오히려 작년에 텍스트릿 강연에 가서 무협에 대해서 전혀 몰랐는데 열심히 받아 적고 있는 여성 청중들을 보면서 생각이 바뀌었죠. 원래 트위터는 게임 홍보하고, 올리면 풍선주고, 그런 용도로만 쓰다가. 그때부터 트위터에 관심 갖고 보기 시작하니까, 장르 쪽에 서사에 관심을 보이고 노력하는 사람들을 보고 점점 생각이 그런 쪽으로 갔어요.

몇 년 전부터 막연하게 떠오르던 생각이었는데. ‘무협이 죽어가고 있다!’ 두 연구자들이 생각하는 이유 중에 하나가 아마 의미 있는 어떤 작품이나 의미 있는 경향성이 안 나오는 것 때문 일텐데, 그건 무협이 워낙 늙은 장르니까, 그럴 수도 있다고 봐요. 그렇다면 다른 방향성도 있다고 봐요. 나는 옛날부터 대세나 하나의 유행 경향이 하나만 있으면 위험하다고 봐요. 다양성이 중요한 이유가 이것저것 다 실패하고 다 탈락을 해도 살아남을 수 있는 무엇인가가 생겨서죠.

물론 마이너는 늘 고통스럽지. 항상 덜 벌고. 그렇긴 하지만 생존을 위해서는 그게 더 유리한 선택이었어요. 시장에 어떤 생명이 있다면. 그렇게 생각을 하기 때문에 무협도 사실 오래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중국 번역이 되던 그 시기의 이야기 소스에서 한국에서 좀 더 속된 욕망을 추구하는 곳으로 쉽게 옮겨 탔고, 추구했고. 심지어 나는 와룡강 식의 외설 무협도 그 상황에서는 다양한 기류 중에 하나였다고 봐요.

그런지라 확장성이 굉장히 중요한데 무협의 확장성이 지금 딱 시험에 부딪혔어. 그 확장성 중에서 서사적인 부분은 현대판타지가 가져갔어요. 그걸 하기 위해서, 꼭 무림, 소림사, 무당파 이런 옷이 필요 없어진 거야. 대리만족, 사이다, 옛날만큼 상상력을 자극받기 위한 스테이지로서의 가상의 중국이 유일한 스테이지가 아닌 거예요. 존과 메리, 로봇들, 중세 유럽 모델링한 그런 세계도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는 세계가 됐어요. 그러면 무협의 확장성을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가. 약간의 시험대가 됐어요.

그 중에 하나가 여성, 내가 보기에는. 무협 너무너무 마초한 장르고. 80년대 한국 무협은 여성의 역할이라고 하면 도구화된 그런 거라서. 지금도 여성 중에 무협 보는 독자는 굉장히 소수죠. 지금도. 이 여성들에게 동양 판타지, 중국 역사 후궁물. 이런 거라는 무협과 요소는 비슷한데 다른 계통인거예요. 그쪽의 팬은 계속해서 누적되어 왔단 말예요. 최근에 여성 무협의 가능성이 있을까? 마이너 취향이라서 내가 저절로 그쪽에 끌린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긴 해요.

중세 검이나 취미로 연구하기 시작해서 책도 낸, 삐라따(@pirata_ex)님이 쓴 글 중에. 그분도 여성이었나 봐요, 몰랐는데. 여자가 왜 중세 검술 같은 거 하느냐는 질문을 받는데, 자기가 생각하기에는 무술은 오히려 약자가 강자에게 대항하기 위해서 연구된 부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자기한테는 더 필요한 것이었다고 이야기를 하시더라고요.

그것을 무협지로 생각해보면, 무술이라는 것은 약간의 로망이 있잖아요. 부드러움이 강함을 제압한다. 유능제강. 물리적으로는 체격 큰 사람이 싸우면 이기게 되어 있는데. 왠지 동양무술 세계에서는 몸이 작고 가냘프고, 겉으로 보면 도저히 상대가 안 될 것 같은. 다윗이 골리앗을 이기는 것에 무의 신비가 있다. 이런 이야기가 생각이 나면서. 어쩌면은 여성들의 그 부분, 궁극의 것이 신분이나 정치적인 자유, 사회적인 롤에서의 자유를 넘어서서 육체적인 것까지 나간다고 하면 무협이 거기까지 도달할 수 있다고 하면 의미가 있지 않을까. 그때에 비해서 새로운 확장성이 생기지 않을까. 그것은 아직도…… 여전히 마이너겠지?

SF와 무협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 봐요. 왜냐하면 여기까지 왔으면, 과거에는 총알과 무협이 싸웠던, 전근대와 근대의 충돌이었으면. 그 싸움에 대해서는 이미 판정이 났어요. 우리들의 이야기는, 그 이야기를 받아들이는 우리들의 뇌는 ‘그럴 수도 있어.’ 라고 믿을 수 있는 경지를 벗어났어. 그렇다면 남은 것은 과학과 미래 아닐까. 미래에는 다시 무협이 이길 수 있을 것 같아. 그렇게 보는 방식이, 그것이 SF와 무협일 거 같아.

테드 창 단편 중 <이해>라는 단편이 있어요. 약을 잘 못 먹어서 뇌사상태에 빠졌던 사람이, 그걸 살리려고 신약을 먹었더니, 그 부작용이 머리가 너무 좋아진 거예요. 그래서 인간의 뇌의 모든 기능을 다 쓰게 된 거죠. 그게 단순히 머리가 좋아진 것에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무협지의 고수가 된 거죠. 말하자면 심법을 통해서 고수가 된 거죠. 나중에는 바이오 피드백을 써서 자신의 호흡과 내장, 이 신체를 조율하기 시작하죠. 그쯤 되면 내공이죠. 마치 운기조식으로 생사현관을 타통하는 것처럼, 뇌가 좋아지면 몸을 컨트롤 하는데, 그 영역까지 간다면 아마 SF와 무협의 만남이겠지. 그런 생각을 해요.

 

 : 진산 선생님은 무협을 쓸 때와 로맨스를 쓸 때 어떤 차이가 있으셨는가요?

 

 진산: 간단하게 이야기하면. 무협을 쓸 때에는 한 명이 중심예요. 그 사람이 어떠한 것을 깨닫고, 무엇을 희생하고, 이 세계에서 자신이 섰느냐. 로맨스에서는 두 명.이예요 커플이니까. 무협은 나와 세계. 로맨스는 세계는 있긴 하지만 나와 이 사람인 거죠. 이 둘을 중심에 놓고 작품을 써요. 그게 서사의 기본 패턴을 짤 때 그게 다른 거죠. 로맨스에서는 남녀 주인공이 중요하죠. 같은 여성 주인공이라고 해도 <사천당문>에서는 중요한 것은 여주인공이고, 거기에 약간 로맨스적인 게 있다고 해도 남성과의 관계가 결말과는 상관없는 거고. (남성 캐릭터를) 여주인공인 누군가에게 영향을 미친 하나의 요소로 보는 거죠. 그런데 로맨스 쪽에서는 두 사람이 얼마만큼 대등한 위치에 올라섰느냐. 그것이 중요한 요소라고 봐요.

 

 : 이번 질문은 매체에 관련한 질문입니다. 스마트폰 지면을 대상으로 쓰다보면, 어떻게 쓸 것인가 하는 문제에 부딪칠 거 같아요.

 

 진산: 실제로 써보면서 느낀 게, 작가의 호흡이라는 게 신인도 아니고 어느 정도 되면 쉽게 벗어나기 어려워요. 나는 원래 문장을 길게 쓰는 타입도 아니고, 장면마다 짧을 때는 치고 나가고, 힘 줘야겠으면 의도적으로 긴 문장이나 복문은 안 쓰고. 그래서 문장에 대해서는 별 고민을 안 해요.

문장보다 더 중요한 것은 5500-8000자였어요. 그 정도 분량 안에서, 연재소설이잖아요. 그니까 기승전결이 회마다 있어야 해요. 이게 어떻게 생각하면 신문연재들이 보통 원고지 10매 내외에서 기승전결을 다 넣어야 하잖아요. 그 기승전결이라는 것이 구조적으로 아름다운 기승전결이 아니라, 하여간 독자가 그것을 보고 하나 읽었다는 느낌을 줘야 하는 거죠. 그런데 이걸 단행본으로 보려고 원고를 붙여보면 굉장히 이상해요. 하지만 어쩔 수 없죠. 웹쪽으로 연재하려고 의뢰를 받아서 시작하면, 제일 신경 쓰는 것은, 한 회, 연재 포맷에 글자 수와 그 글자 수 내에서 기승전결을 맞추는 것이니까. 제일 당황스러운 것은 5000자 단위예요. 기승전결을 그렇게 짜놓으면 틀이 흩어지곤 해요. 막 고민이 되죠.

그렇다고 어떤 일본의 작가(교고쿠 나츠히코)는 판형 나올 때마다 다시 쓴다는데. 아예 종이책 조판에 따라서 다시 쓴다는 거지. 그건 힘들지. 컨버팅 할 때마다 시도는 해봤지만 노력 대비 아웃풋이 너무 안 좋아. 그래서 거기까지는 생각을 안 해요.

제일 중요한 것은 첫 번째. 연재 들어갔을 때 한 회당 어떻게 독자들이 따라올 수 있게 기승전결의 구조를 맞추는가. 문장단위는 신경 쓰지 않아요. 문장은, 많은 사람들이 신경 쓰는 부분인데, 오히려 나는 남들이 다 잘 쓴다고 하니까 신경을 안 써요. 말은 통하고 있구나 싶어서. 얘기를 어떻게 하면 힘을 안 잃고 따라올 수 있을까. 혹은, 무료로 푸는 부분이 있고, 유료로 전환되는 부분이 있는데, 그러면은 그 전환기에 결제를 누르게 하려면 어디서 끊어야 하는가. 그게 관심사예요. 막상 앉아서 쓰게 되면 자기가 쓸 수 있는 걸 쓰게 되지 전략에 맞춰서 쓰지는 않아요. 자기가 생긴 대로 쓰게 되는 거지.

 

 : 좌백 선생님, 차후의 연재나 계획은 어떻게 되시는지요?

 

 좌백: 아직 건강이 회복되지 않아 연재는 힘들 것 같아요. 좋아지는대로 재개해야죠.

 

 : 마지막으로 진산 선생님의 앞으로의 계획 한 번 이야기 부탁드립니다.

 

 진산: 무협 장편을 내고 그랬던 시기, 로맨스 장편을 내고 그랬던 시기, 이후의 독자들이 내가 일을 안 하는 줄 알아. 왜냐하면 늘 나가던 그 타입의 글이 아니라서. 근데 나는 그 사이에 죽도록 코피 나게 일을 했어요. 물론 그게 어떤 것은 내 필명으로 안 나간 것이 있죠. 계약 조건 때문에 말을 못 하는데, 어떤 글은 다 해서 넘기고 퍼블리싱 하는 것을 기다리는 글도 있고, (아까 말한) 게임 공저도 있고. 어떤 경우는 영화 영상 일이라 몇 년을 구르다가 엎어지는 일도 있고. 그래서 계속해서 일을 해왔고. 이제 그런 류의 일들은 대체로 클라이언트가 있고, 어떤 목적의 글을 써달라고 부탁을 해 와서, 부탁에 호응해서 하는 일인데. 몇 년을 주기로, 본업으로 돌아가서 오리지널 글을 써야할 때가 있어요. 지금이 딱 그런 시기라서 그런 작품을 준비하고 있고. 그게 마지막으로 썼던 게 <수니>였는데, 그때는 웹소설의 시장이 막 초기였어요. 그때는 아직 어떤 포맷이라는 것이 없고, 나도 적응하기가 힘들었고. 이제는 포맷도 만들어졌고. 그 포맷에 최대한 맞춰서. 그렇게 쓰는 게 목적이고.

이 나이가 되니까 한참 막 쓰는 작가들이 체감을 못 할 수도 있는데, 버킷 리스트가 아니라 내가 쓸 수 있는 것이 몇 권이 남았다는 게 체감이 돼요. 이제 내가 장편을 쓰면 몇 권을 더 쓰고 몇 편 정도는 더 쓸 수 있겠구나. 운이 좋아야. 명대로 살아야. 그게 지워지고 리스트가 끝이 나는 게 보이기 때문에 아이디어를 정리해야 할 때가 오는 거죠. 언젠가 이런 것을 쓰고 싶고, 이런 것을 쓰고 싶다. 그런 것들을 정리할 때가 다가와요. 어쩌면 이건 못 쓸 지도 몰라, 이건 못 할 지도 몰라 하면서 지금은 그 리스트를 지워나가는 작업을 할 때가 된 거죠. 벌써. 그래서 그런 작업들을 하고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또 의뢰가 들어오는 일들은 있으니까. 그 일에 호응을 해야 하는 일들이 있으니까. 그 조합을 잘 해서 난 언제나 스스로가 마이너임을 잘 알고 그러한 취향에 어느 정도 적응을 했기 때문에. 내가 원래 쓰고 싶었던 그런 글들을 남아있는 리스트 안에서 다 끝내고 싶어요.

그래서 텍스트릿 팀을 보면. 재미있었던 것 중에 하나가. 저는 장르 초기의 작가였고, 장르문학 글도 쓰고, 서평이나 칼럼도 쓰고, 장르문학 웹진도 하고. 이랬던 이력이 있죠. 연구자가 아닌데도 행사, 기고, 의뢰를 많이많이 받았어요. 사실 그것에 대해서 의뢰를 받으면 의무감으로 뛰었어요. 나한테까지 왔는데 이걸 거절하면, 말할 사람이 없기도 하고, 거절하면 할 수록 그런 일자리가 줄어들어. 지면도 줄어들고. 그런 와중에 텍스트릿 팀이 나타나서, ‘아싸 이제는 다 거절해야겠다.’ (웃음) ‘내가 더 이상 의무감에 할 필요는 없다’했죠. 연구자가 아닌 작가로서 조용히 살고 싶었던 것이 나의 꿈이니까. 그렇지만 어느 정도는 의무감 때문에 했던 게 있어요. 원래도 글 쓰는 쪽이, 작가는 본업 하는 쪽이 돈도 더 잘 벌고 그러는데. 그리고 성격상 피곤해. 그래서 텍스트릿을 보면 ‘아, 이젠 더 이상 안 해도 돼.’라는 기쁨이 있죠.

 

 

 “그래서 잘 부탁합니다.”

 

  <完>

 

 

 

 

 

 

 ※ 텍스트릿에서 기획·진행한 좌백, 진산 선생님과의 인터뷰입니다. 6회에 걸쳐 이틀 간격으로 연재될 예정이며, 퍼가실 경우에는 출처를 명기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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