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인터뷰〉 검류혼, 방진하 선생님 인터뷰

 

이융희(이하 이) : 안녕하세요, 오늘은 이렇게 두 분 선생님을 모시고 인터뷰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첫 질문은 처음 장르소설을 읽게 된 계기에 대한 질문입니다. 혹시 그때 처음으로 읽었던 장르 소설을 기억하고 계신가요?

 

검류혼(이하 검) : 장르라는 단어를 몰랐었죠. 초등학교 4학년. 아직 국민학교라고 불리던 땐데... 집에 오니까 박스가 하나 있었어요. 열어보니까 거기에 추리소설 전집이 들어있었어요. 출판사는 기억 안나는데...셜록 홈즈와 뤼팽 전집이었어요. 그것들을 하나둘씩 읽었던 것이 첫 시작이었어요. 무협소설을 읽게 된 것은 좀 늦어서 고등학교 때였어요. 무협소설을 읽어야겠다고 결심했어요. 주변에 읽을 책도 적었는데, 책방에 무협소설은 많은 꽂혀있었거든요. 그래서 무협을 많이 읽었던 친구에게 추천을 받았죠. 뭐부터 읽어야 되냐고 물었더니 그 친구가 소개해준 게 당시 티비 광고도 하던 영웅문이었어요. 그거 다 읽으면 고룡의 절대쌍교 읽으면 된다고 했죠. 그때가 용대운 선배님의 태극문, 좌백님의 대도오 등의 신무협이 나오기 시작하던 시기였어요. 무협의 2차 붐이라 무협을 읽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서, 주변에 책을 읽는 사람들은 무협을 읽기 시작했는데 책을 구하는 게 쉽지 않았어요. 대여점이 나오기 전이라. 아는 사람들만 아는 시기. 그런데 신무협은 종류가 적었어요. 다작을 안 하시니 나오는 종수가 적었죠.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하니까 금방 다 읽었죠. 그래서 중국무협 쌓여있는 것들도 하나둘 읽기 시작했죠.

 

방진하(이하 방) :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이 책을 많이 구비해 두는 편이었죠. 어렸을 때부터 아동문학 전집. 청소년 문학 등을 많이 봤어요. 그런 것들이 장르문학과 연결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요. 어떤 걸 제일 먼저 보았냐고 하면 딱히 이야기 하기 힘들지만 장르문학 중에서 가장 먼저 봤다고 할 수 있는 작품은 반지의 제왕과 퇴마록이네요.

 

 

: 그럼 그런 책들처럼 나도 글을 써야겠다고 결심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 하이텔 무림동에 다닌 것이 97년도예요. 당시 다들 거의 같은 시기에 쓰기 시작했어요. 모두 비슷비슷한 시기에 PC통신을 시작 하다보니까 다들 생각하는 것이 비슷했었죠. '더 읽을 게 없다. 차라리 우리가 써야겠다.' 그때 쓰기 시작한 무협작가들이 통신 1세대 작가들이죠. 무협에서 보면 이미 3세대. 신무협이 나오기 시작한 이후 일련의 공백이 있었어요. 신작이 꾸준히 나오지 않던 시기인데 그러다보니 그 공백 위에 구무협의 재복각 판들이 나오기 시작했어요. 그런 것들이 너무 많이 나오기 시작하다보니까 읽을 게 없어졌고 차라리 우리가 쓰고 싶다라는 분위기가 만들어진 거죠. 만약에 공간이 없었다면 창작을 결심하기 힘들었을 듯해요. 정확하게 기억은 안나는데 비뢰도 연재 하고 1주일 뒤에 드래곤 라자가 하이텔 시리얼란에 연재를 시작했던 거로 기억해요. 자기가 보고 싶은 걸 남이 써주지 않으니 자신이 써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쓰기 시작했던 시기였던 것 같아요.

 

: 저는 원래 만화가가 꿈이었기 때문에 만화 시나리오 등을 학생부터 시작했어요. 나름 약간 구상을 적어놓는 것은 있었지만 소설 형식으로 써야겠다는 것은 별로 없었어요. 어느날 PC통신에 SF/Fantasy 연재이 있었는데 거기에 사람들이 연재하는 글을 보게 되었죠. 아. 쉽게 연재할 수 있는 공간이 있구나 깨달았어요. 그리고 생각이 확장된게 나도 올려볼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때 생각했던 것을 바로 올렸죠. 그 전의 단편을 쓰긴 썼지만 공개하거나 하는 것은 생각을 못 하고 있었으며, 이걸 나중에 만화로 만들어가지고 잡지 연재든 뭐든 해야지 하고 결정했거든요. 쉽게 연재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었고, 도움이 많이 되었죠.

 

 

: 첫 작품에 대한 기억이 남아있으신가요?

 

: 비뢰도가...첫 작품입니다. 아직도 안 끝나서...

 

: 마왕의 육아일기입니다.

 

 

: 그러시군요. 생각해보면 두 작가분은 검류혼, 방진하 라는 확고한 브랜드가 있으신 분들인데, 작가님들의 작품을 만들 때 고려하시거나 신경쓰시는 지점을 이야기해주신다면 어떤 부분일까요?

 

: 이 글은 소재나 아이디어는 특이한데, 과연 이 글이 대중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까? 공감대를 끌어낼 포인트가 있을까? 그것이 가장 고민이 되는 지점이에요. 오래 글을 써오다 보니까 글을 쓰는 기술은 늘었어요. 그런데 기술은 있는데 재미가 없게 되거나 흥행이 안 되거나 하는 일이 발생할까 그런 생각을 많이 하게 돼요. 일본 만화계에서도 그렇지만은 초기작이 히트하는 경우는 많잖아요. 왜 그런 일을 일어날까? 그때는 아무것도 모르는 때인데. 다들 초보에 신인인데. 왜 기술이 좀 떨어져도 흥행을 할까? 그 부분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러다가 나름 결론을 얻었죠.

그때는 기술의 부족함을 자기 자신을 갈아넣어서 쓴다는 거예요. 기술의 공백을 진심으로 메꾸는 거죠. 그러니 본인의 진심이, 그동안 쌓여있던 고민들이 들어갈 수 밖에 없어요. 글 안에 자기 자신이 들어가는 거죠. 그것이 잘 써졌든 못 써졌든 자기를 갈아 넣은 효과가 사람들과, 특히 비슷한 나이 대 사람들에게 공감대를 형성한 것이 아닐까? 물론 그것을 의도적으로 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에요. 보통은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지니까요. 어떻게 하면 그걸 최대한 의식적으로 행할 수 있을까, 라는 게 창작자로서 고민해야할 지점인 것 같아요. 히트를 하거나 하지 않거나 결정이 되는데, 그림 실력은 좋은데 히트 안 되는 일본 만화를 볼 때면 같은 고민이 돼요. 분명 그림은 감탄이 나올 만큼 잘 그렸거든. 하지만 흥행이 안되는 것들이 꽤 많이 있죠. 왜 투박하고 다듬어지지 않은 신인의 만화가 대박을 치는 경우가 종종 있을까?  그게 아마 진심?이 갈려 들어간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차이가 아닐까? 그때의 자기의 고민이든 뭐든 어느정도 자기의 생각을 공감대를 형성했기 때문에, 우연이지만 물론, 그런 일이 발생하거든요. 

오래 글을 쓴 사람은 그것을 어떻게 하면 의도적으로 그것에 가까운 효과를 낼 수 있을까? 고민을 하게 됩니다. 대박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로 효과를 거둘 수 있을까? 고민하게 돼요.

업계에 이런 말이 있거든요. “중박은 사람이 내고, 대박은 하늘이 낸다.”

그러니 사람이 할 수 있는 일까지는 해낼 수 있어야 한다는 거죠.

 

: 작품을 쓸 때 사회적 이슈에서 크게 어긋나지 않는 방향으로 써요. 부정적인 쪽으로 보게 되지 않는 방향으로 내용을 구성하는 거죠. 내용을 수정하고, 요새같은 경우는 성별 이슈라던가 차별적인 부분들을 작품에 안 나오게 노력하는 편이죠. 그런 것 외에는 신경쓸 것은 많긴 한데(웃음), 크게 생각하자면 그런 축에서 다 맞춰질 것 같아요. 아무래도 글이란 보는 사람이 있는 작업이니까, 보는 사람이 불쾌하지 않고 재미있게 볼 수 있고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작품을 쓰려고 해요.

 

 

: 오랫동안 장르 시장에 계시다보면 PC통신, 종이책, 그리고 이제 웹소설/웹툰 시장까지의 과정을 다 지켜보셨을 텐데, 이러한 매체 변화에 따라서 변화된 지점과 변화되지 않은 지점은 어디일까요?

 

: 사실 환타지 작가분들이 느끼는 것과 무협 작가가 느끼는 느낌이 달라요. 두 장르의 흥망성쇄가 다르거든요. 판타지의 경우는 1세대의 데뷔를 한 작가들은 대여점이 늘어났을 때 피크를 찍었다가, 대여점이 줄어들면서 종수가 줄고 그럴 때. 출판부수가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을 때가 암흑기였죠. 스마트폰이 나오기 바로 직전이 제일 어두웠고, 피바람 불고 생존자 얼마 없고. 스마트폰이 나왔을 때가 첫 번째 바닥. 지옥. 그런 느낌이었을 거예요. 무협에서는 그것이 세 번째 종말이었어요. 산을 세 번 넘은 것이죠. 제1세대 구무협, 제2세대 신무협. 그리고, 제3세대 신무협환타지 였죠. 첫작이 나올때가 2000년이었는데, 그때는 드래곤라자가 뜨면서 환타지 붐이 일던 때였죠. 그래서 무협소설들도 환타지란 타이틀을 달고 나오던 때였어요. 묵향도 그랬었고. 전 무림동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장르에 무협이란 용어가 들어갔으면 했어요. 그래서 신무협 환타지로 가는 게 좋겠다고 제가 말해서 비뢰도는 신무협환타지란 타이틀로 나왔었죠.

 

이처럼 다시 언젠가 시장이 올라갈 건데 그게 언제냐, 패러다임이 언제 바뀔까? 그때까지 버틸 수 있느냐, 어떤 면에서는 그게 관건이었죠. 스마트폰이 나왔을 때 생각했어요. 세상은 바뀔 거다. 이제 이게 대세가 될 것이라 생각을 해서 저희 박이정 팀 쪽에서 처음으로 종이책 없이 이북만으로 나가는 것을 추진해서 작품을 내보내긴 했었어요. 하지만 너무 빨랐죠. 아직은 웹으로 봐야하는 상황이었어요.

 

아이폰 3s가 막 나오기 시작하던 시점인데, 국내에서는 모바일로의 전환이 너무 느렸어요. 미국에선 애플북스 성능이 좋고 깔끔했는데 국내에서는 아직 플랫폼이 분산되어 있었고, 모바일에 맞춰진 것도 없었고, 국내 작품들은 애플북스로 들어갈 수 없었죠. 그러다보니 넘어간다 하고 붐올 때까지 4-5년 정도 더 걸렸던 것 같아요. 이제 제4세대 웹소설 시대라 할 수 있죠. 장르소설 작가라 하지 않고 웹소설 작가라 칭하기 시작한 것 같아요. 작가들 스스로도 그렇고. 환타지냐 무협이냐 SF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나는 모바일 시장을 주 타겟으로 웹소설 작가냐 아니냐로 갈라지게 된 것 같아요. 집필 방식도 완전히 다르고요. 장르에는 스마트폰이 되게 맞아요, 저처럼 책을 2만권 쯤 산 사람들은 3000권 넘어가면 책을 둘 때가 부족해져서 이사마다 버리게 되요. 장르라는 것이 만화든 소설이든 길잖아요. 책이라는 것이 3000권 넘어가면 부동산이에요. 한국의 평당 가격이 굉장히 비싼데, 그런 공간들을 점점 잠식해 가거든요. 평당 1200-1500만원 씩 하는데 그 안에 들어갈 수 있는 책 양이 그렇게 많지는 않아요. 만화는 유명 작품 80, 60권 이런 것들이 몇 개나 넣을 수 있을까요? 장르도 10 몇 권씩 되는데 길잖아요. 사실 이제는 책이 부동산이 되니까 갖고 있기가 부담스러우니까 사고 싶어도 못 사는 상황들이 되는 거죠. 그런데 스마트폰은 그런 일이 없잖아요. 일단 그쪽 제약을 막아주니까 계속 구입을 하면 되거든요. 맘 편하게. 대여점과 다르게 읽으면 인세로 작가에게 수익이 배분되니까 장르로서는 가장 적합한 형태라 할 수 있죠. 그리고는 가장 사람들이 소장하고 싶은 책들은 소장본 형태로 소수만 나오면 되니, 장르랑은 딱 맞는 형태죠. 장르 시장의 흥망성쇄에 있어서 피바람이 분 후에는 가장 큰 형태로 확장된 것 같아요. 물론 급속한 확장엔 부작용이 따르기 마련이죠. 그때는 조금 조심을 할 필요는 있음. 너무 시장이 업 되면 사건 사고들이 많아 질 수 밖에 없거든요. 그런데 장르 작가들은 바닥을 쳐도 올라가긴 하는데 바닥에서 어떻게 생존할 것인가의 전략은 따로 필요합니다. 작가가 글만으로는 평생 먹고 사는 게 가장 좋지만 한 가지 생계수단 정도는 더 갖고 있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스마트폰이 나오면서 장르 소설 이전시대의 것과 이후시대의 변화가 있긴 했는데 그 근간은 바뀌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장르소설 자체 킬링타임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맞고, 대부분은 가장 중요한 가치로 재미를 치잖아요. 이 부분에 있어서는 변함이 없고요, 변한 부분이라면은 사람들이 좀 더 쉽게 접할 수 있겠다. 그런 정도? 작가 입장에서도 좀 더 쉽게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지게 됐어요. 피씨 통신 시장의 규모 자체가 커졌죠. 그러면서 독자의 목소리가 커진 것? 그 정도의 차이가 두드러진다고 생각해요.

 

 

: 그렇다면 혹시 후배 작가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나 질문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 가장 우선으로 해야하는 것은 체력이고, 건강입니다. 사실 건강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해요. 이것은 제가 경험해보고 느낀 것이라서... 건강 정말 중요합니다. 글 쓸 때 운동을 하셔야 해요!!!!!!! 운동을 하면서 해야하고 정기적으로 건강검진도 해야 하고, 오죽하면 작가는 암으로 안 죽는다. 암에 걸리기 전에 죽기 때문에...라는 말도 있겠어요. 건강은 정말 중요합니다. 건강을 심하게 상한 적이 있으니까... 건강을 잃으니까 아무것도 안 돼요. 창작도 안 되고 아무것도...

 

: 저도 건강은 필수인 것 같아요. 체력이 없으면 글 오래 못 쓰니까... 멘탈도 체력과 관련이 있으니까요. 몸이 아픈데 멘탈을 좋게 유지하긴 힘들죠. 마음도 조급해지고. 작가들은 예민하기 때문에 일부러 자신을 한 발자국 떨어져서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감정에 바로바로 움직이는 건 좀 경계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 하지만 작가들... 그런 이야기 들어도 운동을 잘 안 하잖아요. 출판사 같은 곳에서 복지로 헬스장을 끊어주면 될까요?

 

이도경 : 아뇨. 보통 작가에게 맞는 것은 강제 피티입니다. 끊어줘도 안 가요. 그 필요성을 뼈저리게 느껴야 운동을 하죠. 그럴 땐 담당이 가서 피티를 시키지 않는 이상... "작가님 오늘 두 편 쓰시면 피티를 절반. 오늘 많이 안 쓰셨으니까 피티는 두 배." "아니, 왜 두 편 썼는데 피티를 안 하는게 아니라 절반은 해야 하는 거죠!" 이런 식으로요.(웃음)

 

: 낮에 햇볕쬐기. 야행성이 많이 되어요. 낮에 자니까 햇볕을 못 쬐거든요. 이게 나빠요. 정말 안 좋아요. 규칙적인 생활. 그걸 꼭 얘기해주고 싶어요.

 

+

 

 

텍스트릿이 기획한 검류혼, 방진하 작가님의 인터뷰는 매편 이틀의 텀을 가지며 3부작으로 연재될 예정입니다.

인터뷰의 저작권은 텍스트릿에 있으며, 외부로 퍼가실 경우는 꼭 출처를 남겨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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