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신무협은 어디에> - 용대운 선생님을 만나다 (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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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융희: 선생님께서 스마트폰 웹소설의 시대를 보는 감정과 감각은 어떠한가요?

 

용대운: 예전에는 출판사에서 판매부수 공개를 안 하고 매절로 했습니다. <태극문>만 해도 세 권, 한 질에 200만원이었죠. 물론 책이 인기를 끌면서 뫼 출판사에서 추가 인세를 받았는데, 판매부수는 아직도 모릅니다. 단지 주는 대로 받은 것 뿐이예요. 매절이 아닌 정상적으로인세는 <독보건곤> 때부터 받았어요. 물론 <독보건곤>의 판매부수도 모릅니다.

제가 항상 뫼 출판사 때 친구들에게 미안한게, 다른 작가들은 실장인 제가 인세를 받기 전에는 아무도 인세를 못 받았어요. 게다가 나중에 들으니, 용대운 실장이 이만큼 받는데 그보다 더 줄 수는 없다면서 원고료를 깎았다더라고요. 작가 고료가 출판사 판매 비중의 10% 밖에 안 되는데. 그때 좌백의 <대도오>는 세 권에 150을 받았어요. 용대운이 200을 받았으니까. 늘 좌백에게 미안하죠.

그리고 그때는 대여점 체제였습니다. 좋은 점도 있었죠. 일단 기본 판매부수가 보장이 되었습니다. 출판사도 대여점이기에 네다섯 권이나 되는, 무명작가의 무협소설도 마음 놓고 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10, 20년 지나면서 대여점 체제가 작가들에게는 족쇄가 됩니다. 아무리 좋은 작품을 써도 대여점 수 이상으로 나가지 않으니까요. 93년에는 <태극문>이 서점용으로 꽤 많이 팔려서, 이후 서점 진출을 본격적으로 하려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출판사는 계속 대여점으로 되돌아갔죠.

그 당시에 저를 비롯한 모든 작가들이 아쉬워했던 게 그거였어요. 이놈의 대여점 시장을 벗어났으면 좋겠다. 하지만 작가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없었어요. 게다가 대여점과 작가 사이에 총판이라는 시스템이 있었고요. 사실 작가가 관여할 수 있는 영향력은 오직 좋은 작품 쓰는 거 하나인데, 이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죠.

한 번은 우리들끼리 자체 출판사 얘기도 했었어요. 그때 모인 작가들이 한 열다섯 명 정도 되었고, 투자하겠다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근데 그때 이재일로 기억하는데, 그러더라고요. “출판사를 하는 순간 실장님은 글을 못 씁니다.” 헌데 저는 글을 쓰고 싶었고, 제 성격이 영업에 맞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결국에는 포기하고 말았죠.

그 뒤로 2000년부터 2012년까지는 제가 볼 때 무협시장의 어떤 제2의 암흑기예요. 뚜렷한 인기작품도 없고, 시장 자체도 커지지 않는데 대여점은 점점 줄어드는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작가들 인세도 계속 줄고 있었죠. 2006, 7년에 e-book이 나와서 거기에 기대를 하기도 했었는데, 아직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돈을 주고 무협을 사본다는 생각을 안 할 때였습니다. 게다가 국내에서 e-book 산업을 체계적으로 해주는 데도 없었어요. 고료 잔뜩 밀린 상태로 부도나는 업체들도 있었고. 그래서 작가들의 의욕이 점점 감퇴되었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군림천하>를 쓰고 있었는데, 뒤로 갈수록 장편이니 점점 힘들어졌는데 상황까지 그러니, 어떨 때는 2년씩 휴재도 한 번 했죠. 그때도 순수무협으로 최고 고료를 받았는데, 지금도 그때 <군림천하>가 몇 부가 나갔는지 편집자 분이 말씀을 안 해서 저도 모릅니다.

그러다가 2012년도부터 북큐브에서 회당 100원씩 인터넷 유료연재를 했습니다. 당시에는 김정률 작가가 가장 인기가 좋았는데, 저한테도 제의가 들어오더라고요. 그때 북큐브가 잘 나가는 작품이 조회수가 회당 1000-3000 정도였습니다. 그때만 해도 저는 제 작품을 공개된 자리에서 한 번 독자들에게 제대로 검증을 받고 싶었습니다. 헌데 막상 그런 조회수를 보고 나니 겁이 덜컥 나더라고요. 조회수가 덜 나오면 어찌하나, 내 작품은 10년 전에 쓰기 시작했는데. 그런데 북큐브 담당자가, 원래 있는 독자만 해도 이 조회수는 훨씬 넘는다, 이렇게 용기를 북돋아줘서 했었죠. 2013년에 연재를 시작했는데 조회수가 많이 올라왔습니다. 많을 때는 2만도 넘었으니까요.

그때 받은 돈이 출판사에서 받는 돈 보다 몇 배가 많았습니다. 게다가 이건 매달 들어오고, 팔린 수가 얼마인지 분명하고, 결산서도 딱딱 나왔죠.

그때는 연재사이트들 중 북큐브가 가장 잘 나갔었습니다. 사실 개인적으로 여러 가지 아쉬운 게, 제가 담당자에게 몇 번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당신들이 보기에 조금 B급 같은 작품이어도 연재를 넣어라. 연재하는 작품 수가 지금보다 최소한 10배 이상은 되어야 한다. 외연이 넓어야 다양한 독자층이 모인다.” 그때 북큐브는 유료연재를 처음 한 업체였기 때문에 노심초사 고민하는 점이 많았습니다. 작품을 깐깐하게 보았죠. 다양한 측면을 깐깐하게 보면 괜찮은데, 작품을 보는 사람이 한정되어 있으니 자기 취향에 맞는 작품만 깐깐하게 보았습니다. 그때 문피아와 조아라가 치고 들어왔죠. 조아라는 누구나 쉽게 볼 수 있어서 장르의 외연을 확장시키는 데 큰 공헌을 했습니다. 문피아는 옛날부터 고정독자들이 많았고, 상대적으로 질 좋은 작품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지금 와서는 카카오 페이지가 그런 것 같더군요.

하여튼, 이 바닥에 있는 작가로서는 어쨌든 자기가 쓰는 만큼 제대로 된 평가, 보장을 받는다는 측면에서 굉장히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질적인 부분에서 부정적인 측면도 분명히 있죠. 하지만 아무리 써봤자 5000, 10000부를 못 넘고 대여점 시장에 갇혀 있을 때보단 지금이 생각도 할 수 없는 정말 크고 좋은 시장, 유토피아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이융희: 과거와 지금의 시대상황이 많이 다른데, <군림천하>와 같이 한 작품을 가지고 연재를 오래 하시면 작품 속에서도 그 간격들이 드러나나요?

 

용대운: 제가 제일 고민하고 있는 점이 바로 그겁니다. 20년 전의 작품을 지금 읽으면 유치한 경우도 많습니다. 어떤 소설이든 그렇지만, 특히 장르소설은 그 수명이 굉장히 짧은 편이예요. 저 같은 경우에는 <군림천하>를 신문연재 3년 하고 90년대 후반부터 출간을 했습니다. 이제 햇수로 20년이 넘어요 그 동안 트렌드도, 사건도, 그리고 제 자신의 관점도 많이 바뀌었어요.

헌데 <군림천하>는 기본 골격이 이미 짜여있어서 크게 바꿀 수가 없어요. 앞과 너무 다르게 쓸 수는 없죠. 제가 요즘 글을 못 쓰고 버벅거리는 큰 이유 중 하나도 그겁니다. 제가 지금 쓰고 싶은 것과 제가 쓰고 있는 <군림천하>는 약간 결이 달라요. 저도 글이 안 써질 때는 다른 작품도 구상해보니까요.

<독보건곤>은 제가 복수를 주제로 했고, 강렬한 인상을 주고 싶었기 때문에 단문으로 썼습니다. 하지만 <군림천하>는 대하소설 느낌을 주기 위해 일부러 문장을 길게 썼습니다. 짧게 쓰면 <군림천하> 분위기와는 맞지 않죠. 그래서 수정만 계속 했습니다. 쭉 쓰고 나서 읽으면 스토리는 맞는데, 소설 분위기와는 맞지 않은 일이 많았죠.

특히 요즘은 단문에 대한 욕구가 굉장히 강한데, <군림천하>는 문장이 길고, 돌려 말하는 성격이 강합니다. 요즘에는 돌려 말하는 소설이 없잖습니까? 하지만 <군림천하>는 그런 소설이 아니니까, 거기에 맞추기 위한 부담감이나 스트레스가 분명히 있습니다.

 

이주영: 확실히 제가 <군림천하> 독자로서 느꼈던 게, 주인공 진산월의 대사들이 30권을 전후로 조금 짧아지는 느낌이 있긴 했습니다. 예전만 해도 진산월이 사건에 대해 쭈욱 잘 풀어줬는데, 이제는 그런 게 없거든요.

 

용대운: 이제는 그렇게 못 써요. 쓰면 안된다고 해야 하겠군요. 어떤 사건에 대한 주인공만의 생각을 풀어서 사건을 뒤집는 반전을 써야 하는데, 회당 연재에서는 최소한 5, 6회 분량을 잡아먹게 됩니다. 이제 독자는 그만큼 기다리지를 못하죠. 2, 3회만 한 장면으로 써도 돈독이 올랐느니 어땠느니. 돈독이 올랐으면 차라리 열심히 쓰지, 난 쓰면 다 돈인데. 그런 말도 들었어요. 제가 이제 워낙 손이 느려서 띄엄띄엄 쓰니까. “돈 좀 버시나 봐요, 글을 안 쓰시네요.” 아니, 나는 쓰면 무조건 돈이 돼. (웃음)

예전에는 어디 모임을 가면 꼭 다음 거 언제 나오냐는 말을 들었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오죽하면. “<군림천하> 언제 나오냐는 건 내가 제일 싫어하는 말이다.”라고 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크게 신경 안 씁니다.

 

이융희: 인터넷에 용대운 작가님 인터뷰를 간다 하니, 첫 맨션이, “<군림천하> 여쭤보시면 안 될까요였습니다. 제가 댓글로 작가님이 그 질문 싫어한다고 하니, “역시 안 되겠죠?” 하더라고요.

 

이도경: 이제는 독자들이, “언젠가 주시지 않을까하는 분위기가 올라왔었다가, 도리어 차분해지는 느낌이 들었어요.

 

용대운: 소설 앞부분이나 중반은 쓰기가 좀 편합니다. 쓰다가 막히면 딴 사건을 집어넣으면 되니까요. 하지만 이제는 너무 끝부분이라 그럴 수가 없어요. 있는 사건 정리하기도 바쁘죠. 30 몇 권이나 벌려왔으니, 생각 못한 복선이나 꼭 짚고 넘어갈 사건들이 너무 많습니다. 그걸 배치하고 뺄 건 빼고 하다 보니 쓰는 시간이 한도 끝도 없이 길어집니다. 다시 고쳐 쓴 것만 열댓번은 될 겁니다. 이제는 <군림천하> 쓰는 게 지겨워서 36권에 끝을 낼 생각입니다. 한두 권 안에 모든 이야기를 끝내려고요.

 

이주영: 저는 소설에 관한 질문을 드리려고 합니다. 선생님 작품의 주인공들은 어떤 일관성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조자건, 노독행, 진산월 등. 모두 한 번씩 어떻게든 몰락을 겪고 부활하는 서사를 취하고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선생님은 여기에 어떤 의의를 가지고 이렇게 테마를 고정하시는 건가요?

 

용대운: 그건 옛날에 무협소설을 읽었을 때부터 은연중에 나도 모르게 가지고 있는 어떤 개념이라고 생각해요. 옛날 무협소설은 주인공이 어떤 실연이나 좌절을 겪고 그걸 극복해가는 게 당연했어요.

특히 저 같은 경우에는 주인공 캐릭터를 굉장히 끈기 있고 강인하게 잡으려 해요. 헌데 그런 성격을 표현하려면 좌절을 극복하는 것만큼 좋은 게 없어요. 그래서 그런지 나도 모르게 들어가요. 심지어 <군림천하>도 주인공이 6, 7권에서 크게 한 번 좌절했다 다시 부활하는 장면이 있죠. 나도 다음 작품에는 안 그렇게 써야지 하는데, 스토리 짜다보면 그렇게 되더라고요.

 

이주영: 저는 노독행의 어깨치기가 인상 깊었습니다.

 

용대운: 그 당시에 <버추얼 파이터>라는 게임이 되게 유행했어요. 사무실 옆에 그림 그리는 친구가 있었는데, 이 친구가 내 팬이라고 해서 같이 식사도 몇 번 했죠. 이 친구가 <버추얼 파이터>의 아키라를 많이 했었어요. 나는 할 줄 모르니 뒤에서 구경만 했는데, 동작이나 그런 게 너무 멋있었어요. 그래서 저게 무슨 동작인가 알아보니 팔극권이란 중국무예였습니다. 그래서 팔극권 교본을 사서봤죠. 그 당시 출판된 무협 교본은 다 사서 봤을 겁니다. 맨손 무예도 이렇게 잘 쓰면 멋있겠구나, 정말 감탄했죠. 팔극권의 어깨치기도 그렇고요.

그런 걸 살릴 수 있는 인물을 묘사하려다 보니, 성격적으로 강인한 인물로 설정하게 되고, 그런 인물을 묘사하려면 역시 복수극이 최고죠. 그러니까 동작에서 시작해 캐릭터를 잡고, 그 캐릭터를 살리기 위해 스토리를 짜는 거죠.

 

서원득: <강호무뢰한>은 조금 결이 다른 거 같은데요.

 

용대운: 우리가 무협소설을 쓰다보면 가끔은 야한 이야기도 쓰고 싶어집니다. 헌데 주인공이 여자를 밝히면 이야기가 가벼워지고 질이 낮아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술 좋아하고, 도박 좋아하고, 여자 좋아하는... 그렇지만 싸움을 잘하는 그런 놈을 부담 없이 만들었어요. 헌데 너무 주인공 같지 않아서 나름대로의 사연을 주려했고, 그러자니 역시 복수가 좋더라고요. 하지만 그냥 복수로 밀고 나가기는 어딘가 맞지 않았어요. 단순히 원한을 갚는다는 것보다는, 잘못된 걸 바로 잡는 개념이어야 했어요. <강호무뢰한>의 주인공은 그래서 혈악에 대한 복수만 하고 훌훌 털고 가버리잖아요. 그런 인물을 만들고 이야기를 붙인 거죠.

저 같은 경우에는 인물을 먼저 짜고, 그 인물에 맞는 스토리를 짜는 경우가 많았어요. 사람마다 다르기는 한데, 좌백의 <대도오>도 대도오라는 인물부터 먼저 짜놓고 이야기를 했을 거예요. 사실 대도오라는 스토리를 어떻게 미리 짜겠어요. 그렇게 막 중구난방으로 뻗어나가는 스토리를. 대도오라는 캐릭터를 만들어 놓고 살을 붙이다 보니 그렇게 된 거겠죠.

다만 <군림천하> 같은 경우에는 스토리를 먼저 짜놓았습니다. 특히 구파일방에서 종남파는 늘 변방 취급하는데, 그 종남파를 주무대로 무언가를 제대로 그려보자는 기획이었죠. 거기서 시작해 스토리를 짜고, 그에 맞는 주인공을 구상하다 보니 진산월이라는 인물이 나왔습니다. 스토리에서 캐릭터가 나온 셈이죠.

(3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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