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스러운 시대를 기록하다> - 김유리 작가를 만나다(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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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드라마는 어떻게 된 건가요?


 

: 출판사가 책이 나오고 발 빠르게 대처했어요. 500권 따로 떼어서 전국에 있는 드라마 영화 제작 프로덕션에 돌렸더라고요. PD, 작가 전부다. 그래서 저는 500권에 사인을 해야 했죠. 몇 개월 있다가 제일 먼저 연락 온 곳은 김종학 프로덕션이었어요. 헌데 당시 이 프로덕션이 굉장히 위태로울 때여서 계약금은 형편없었어요. 500 받고 영화 드라마 판권 다 넘기고. 물론 저작권 계약 때문에 거기서 다시 50%로 250, 250. 출판사랑 나눠 가졌고요. 그렇게 계약을 했는데 2년 동안 만들어준다고 얘기만 하고 아무 소식 없었어요. 시나리오 작가가 찾아와서 시나리오 작가입니다 인사하고 인터뷰한 적이 한 번 정도? 알고 보니 회사가 안 좋아지는 과정이었던 거죠. 그래서 저는 아, 이렇게 되는 거구나. 하면서 포기하고 아르바이트를 계속했어요.

 

: 방송은 MBC에서 이루어졌죠?

 

: <옥탑방 고양이>라는 작품은 출판사에서도 잊고 있던 작품이었는데 2003년에 갑자기 전화가 와서 MBC가 계약하고 싶어 했어요. 출판사는 자기들이 영업을 해서 땄다고 했죠. 사실 알고 보니 그것은 아니었지만. 어쨌거나 부랴부랴 이야기를 했죠. 계약이 묶여 있고, 김종학 프로덕션이랑 작업이 진행 중이다 하고요. MBC가 거기 위약금 얼마나 줘야 하는지 물어보라고 해서 물어봤더니. 위약금을 2500만원 인가? 달라고 하더라고요. 덕분에 본의 아니게 MBC는 드라마화 저작권에서 최고가를 지불했죠. 그 위약금을 다 물어줬으니까요. 어쨌거나 그 판권을 사서 드라마화가 됐어요.

 

: 드라마가 되고 나서 유명세를 좀 받으셨나요?

 

: 사실 저는 드라마가 되어서 더 불행해졌다고도 할 수 있어요. 드라마화가 되었으니까 두 번째 버전으로 책을 바꾸고 다시 냈는데 그것도 인세를 못 받았어요. 제가 얻은 것은 불편한 유명세뿐이었죠. 마트에서 장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지나가던 아줌마가 절 보고 “너 TV에 나왔지. 부모 욕 먹이는 짓 하지마라.“ 막 이렇게 훈계를 해요. 갑자기. 그땐 멘탈이 약해서 울고 그랬는데 그런 사건이 계속 벌어져요. 아줌마들뿐만 아니라 아저씨들까지. 길거리에서 심심찮게 훈계를 하는 거예요. 하루는 눈물 흘리는 거 참고 보여주기 싫어서 고개를 돌렸는데 그곳이 만두 시식대였어요. 거기서 만두 굽던 아주머니분이 만두를 구워주시면서 “나도 결혼 못 하고 7년 살다가 결혼했다. 저런 말 듣지 마라.“ 하시더라구요. 그분은 못 한 거고 전 안 한 거지만 둘 다 받았던 비난은 똑같죠. 그래서 저는 조금이라도 더 사생활 얘기를 해야 했어요. 열 받아서라도 꼭 해야 했죠. 니네들 보기엔 희한하겠지만 나는 나 사는 거 재미있었고, 게시판에 올리면 다들 좋아하니까 올렸던 거였으니까요. 나도 관심 받는 거 좋아하니까요. 처음에는 이게 욕먹을 거라고는 모르고 올렸어요. 그런데 거기에 욕을 되게 쉽게 하더라고요. 동거가 자랑이냐고.

 

: 2011년도 부산일보 인터뷰를 보니 TV에 나가면 패널들까지도 대놓고 비난하고…. 전국민적인 비난의 움직임이 있었다고 들었어요.

 

: 그랬죠. 사실 그렇게까지 제 이야기를 열심히 하려 한 건 아니었어요. 그냥 자꾸 욕을 하니까 끝까지 가봐야 하는 거죠. 도망치는 거냐? 하는 소리 들으면 도망칠 수 없게 되는 것 처럼요. 그래서 계속 싸워야 했어요. 내 인생 내가 이렇게 살겠다고 했는데 너희가 무슨 상관이니. 이렇게요. 유명세는 있었죠. 그러나 불편한 관심들이었어요. 10년 동안 아무 연락이 없던 동창회에 나오라고 전화가 오고, 갑자기 친한 척하는 사람이 늘었죠. 있는 줄도 몰랐던 친척이 연락이 오고, 대학교 때 진짜 저를 싫어했던 남자 선배가 교사 되어 가지고 자기 학교에 강연 좀 오라고. 뭔 얘기를 하라고. 그래서 “에이 오빠 저 무식한 거 알잖아요.“ 그러고 거절했어요.

 

: 벌어들인 수익은 전혀 없는 상황에서 사생활은 모두 공개되고, 공개적인 모욕은 계속되는 상황에서 주변 사람들은 잘난 사람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보기 위해 갑작스럽게 잇속으로 연락하고…. 그런 상황이 계속되었다는 거군요.

 

: 주변 사람들이 변하는 걸 목격한 거죠. 그래서 저는 지금도 낯선 사람이 갑자기 내 앞에 나타나서 웃으면 불안해해요. 나한테 뭘 원하는 거지? 그런 생각부터 들어요. 그래서 세상에서 제일 소중하게 생각하는 게 제가 <옥탑방 고양이>를 쓰기 이전부터 나를 무조건 사랑했던 사람들이예요. 그 사람들에게는 조금이라도 더 잘 해주려고 해요. 그게 불행하게도 부모는 아니었어요. 저는 부모한테 나가 죽으라는 소리도 많이 듣고, 아동학대도 당했죠. <옥탑방 고양이>가 처음 나왔을 때 집안 망신이라고, 딸 아니라고 그랬었는데 드라마가 방영되니까 대우가 달라졌어요. 그 모습을 보니까 살고 싶지 않더라고요. 부모가 그렇게 한다는 건 자식이 봐서는 안 되는 모습이었는데. 저는 <옥탑방 고양이>로 잃은 게 더 많아요. 인생 공부는 많이 했네요.

 

: 제가 작가님을 인터뷰하기로 결심하게 된 계기는 안전가옥에서 출판한 <냉면> 앤솔로지의 수상소감이었어요. 그 이후에 꾸준히 글을 써오고 있었다는 말이, 그 이후의 삶을 궁금하게 하더라고요. 이후 어떻게 사셨어요?

 

: 저런 사건들을 계속 겪으면서 완전히 히키코모리 생활을 했어요. 암막 커튼을 치고 귀마개를 하고 7개월을 살았어요. 주변 소음에 너무 민감했거든요. 일상이 완전히 망가져서 아무것도 못 했죠. 7개월 차 어느 날, 바깥에서 누가 강하게 문을 두드렸어요. 평소에는 몇 번 두드리다가 가는데 그날따라 5분 넘게 문을 두드리더라고요. 그래서 문을 열었더니 앞집 아주머니가 7개월 동안 고지서가 자기 집으로 잘못 오고 있었다고, 이거 가져가라고 뭉텅이로 고지서를 주더라고요. 그렇게 문을 열었는데, 골목에서 사람들이 웅성웅성하는 소리가 들리는 거예요. 무슨 소린가 하고 내다보니까 골목에 작은 시츄 한 마리가 신문을 덮고 누워 있었어요. 전 주인이 이사 가면서 버리고 간 앤데, 너무 귀여워서 애들이 데리고 가면, 다시 집에서 버리라고 하고…. 그렇게 길거리에서 애들이 주는 과자만 먹고 몇 달을 산거예요. 그 개가. 아주머니들이 동네에 돌아다니는 들개니까, 옆 동네에 버리고 와도 다시 돌아오고 그랬다더라고요. 그러다 그 개가 귓병에 걸려서 고름도 흐르고 움직이지도 못하고 그러니까 냄새나고. 한 아주머니가 나중에 남편 오면 영도에 버리고 오자, 그럼 이제 못 올 거다, 하는데, 그게 너무 화가 나는 거예요. 제가 히키코모리 생활에서 순식간에 나왔다는 사실도 모르고 토끼처럼 이렇게 목이랑 엉덩이랑 잡아서 집에 데리고 들어왔더라고요. 고양이를 세 마리나 기르고 개를 무서워하는데도 그냥 데리고 왔어요. 그리고 걔랑 18년을 같이 살았어요. 모두한테 버려진 게 꼭 나 같다, 이렇게 후진 감정이입 하고.

 

: 그렇게 히키코모리에서 벗어나신 건가요?

 

: 네. 개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가지고, 씻기는 것도 전쟁이었죠. 일단 개가 생겼으니까 산책을 해 보자. 그래서 뭐 애견용품도 없으니까 노끈을 대충 묶어서 데리고 나갔는데, 개를 데리고 산책하러 가면 낯선 사람들이 말을 시켜요. 견주들끼리는 이상한 복화술이 있어요. 행인은 개한테 “너 몇 살이니?” 하고, 제가 “4살이에요.” 하면서, 서로 얼굴을 한 번도 보지 않고 개를 통해서 이야기해요. 동네를 돌아다니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어요. 그렇게 개 산책을 하다 보니까 이야기도 하게 되고 걷게 되더라고요. 그냥 그때 다 가벼워 졌어요. 이렇게 살면 되지. 아르바이트 하고, 개를 산책시키면서. 그렇게 히키코모리 생활이 끝났어요. 첫 번째 강아지가 저 아르바이트 간 동안 너무 외로운 것 같아서 한 마리를 더 데려왔는데 안 친하더라고요. 그래서 한 마리를 더 데려왔더니 셋이서 안 친하더라고요. 그렇게 하다 보니까 개가 네 마리, 고양이가 두 마리 되어버렸어요.

 

: 거기서 힘을 얻고 글쓰기를 지속하셨나요?

 

: 처음엔 신문연재가 들어왔어요. 신문연재가 생각보다 돈을 많이 주거든요. 그래서 신문에 소설을 연재했죠. 그거 끝내고 부산에서 나오던 잡지에서 꽤 오래 소설을 연재했죠. 그 잡지는 지금은 폐간되었지만, 꽤 자랑스러워하는 잡지예요. 그러다가 인생을 구원해주는 일이 일어납니다. 키 크고, 마른, 그렇지만 빚이 많은, 어느 기획사의 대표가 찾아와요. <옥탑방 고양이>를 연극으로 만들고 싶다 하더라고요. 그 서울말 쓰는 남자, 너무 낯선 사람, 그 사람에게 꿈이 뭐예요 하고 물었더니 그 사람이 “토니상을 받는 겁니다“. 그 헛소리를 듣고는 미쳤다고 생각해서 전화를 안 받았어요. 아, 이 말들 다 그 사람이 좋아서 하는 농담이에요. 어쨌거나 그 이후 꾸준히 전화가 왔어요. 손해 보는 일은 아니니까 계약을 하자고요. 연극을 만들든 안 만들든 그만인 일이잖아요? 그렇지만 또다시 사람에게 배신당하기 싫어서 연락을 계속 안 받다가 어느 날 갑작스럽게 계약을 했죠.


 

: 그게 지금까지 대학로에서 롱런하는 연극 <옥탑방 고양이>군요. 그럼 그전까지는 글을 쓰면서도 계속 일을 하셨던 건가요?

 

: 그전까진 십만 원이 없어서 슈퍼에 일하러 가고, 새벽 인력시장 봉고 타고 마늘 뽑으러 가고 그랬어요. 동물들도 길렀으니까 더 그랬죠. 그러면서 글을 쓰는데 진짜 이곳은 버티는 사람이 왕인 세계예요. 지역 신문, 부산 신문 칼럼 연재를 하게 된 거죠. 그리고 칼럼을 쓰다 보니까 어느 날 갑자기 ‘강의 한 번 해볼래?’하고 제안이 온 거죠. 또따또가라는 곳이었어요. 부산에서 제법 규모 큰 예술 단체인데 신청해서 되면 아무 조건 없이 1년 동안 살 집을 줘요. 그 공간에 1년 동안 있으면서 단편 하나를 쓰면 되었죠. 그땐 되게 좋은 조건이었어요. 강연은 그 공간 자체에서 하는 프로그램이었고요. 그런데 그때 느꼈어요. 아. 강연하는 것이 내 적성이구나 하는 걸. 청자들은 두 시간 동안 내 말을 멈출 수가 없잖아요. 저는 끊임없이 말하는 걸 좋아하고. 그 때 이후로 강의로 계속 먹고 살고 있죠. 새로운 재능과 적성을 발견한 거죠. 그때 이런 생각까지 들더라구요. 아, 나는 글 쓰는 것을 싫어했구나(웃음). 물론 농담이에요. 저는 글 쓰는 게 좋아요. 어릴 때부터 항상 좋아했던 것 같아요. 글을 쓸 수밖에 없는 특이한 상황이 있긴 했는데, 그래서 글이 싫다 글이 힘들다 이런 말을 입에 달고 다니나 봐요. 그런 거 있잖아요. ”나는 돈 오천만 있어도 글 안 쓸 거다. 다른 거 다 해도 글은 안 쓸 거다. 나 예술가 아니다, 기술자다.“ 같은 말이요. 정말로 좋은 것이라서 잃게 되거나 그럴까봐 연막을 치고 다니는 표현들이요. 제가 지키는 또 하나의 허세가 있는데, 열심히 뭔가 한다는 말을 하지 않아요. 작가들 중에 자기가 세 수레의 책을 읽었고, 습작 양이 엄청났고... 그런 얘기를 하시는 분들이 계신데 저는 그런 게 좀 웃겨요. 작가가 그런 말을 했을 때 듣는 사람의 반은 대단하다고 생각하겠지만 반은 그렇게 열심히 했는데 그것밖에 못하냐고 비아냥거릴 게 분명하거든요. 그래서 저는 제가 뭘 하고 있는지 절대 말 하지 않아요. 집에 같이 사는 사람에게도 얘기를 하지 않아요. 말한 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것이 쪽팔리니까 차라리 열심히 놀았다고 이야기해요.


 

: 그만큼 글 쓰는 일을 사랑한다는 거지요?

 

: 글 쓰는 일은 좋아해요. 양면성이 있어요. 자주 죽고 싶어지기도 하거든요. 글을 쓰는 내내 자주 인정해야 하는 지점이 있죠. 저 사람이 나보다 잘 쓰는구나. 그에 비하면 나는 쓰레기구나. 그런 지점이요. 내가 아무리 잠을 안자고 글을 공부하고 써도 지금 막 글을 쓰기 시작한 저 녀석의 재능에 비하면 쓰레기구나. 아, 이 생을 마감하고 싶다. 그런 느낌이 들 때도 있거든요. 물론 그러면서도 이 일은 즐겁고 좋아해요.

 

 

※ 텍스트릿에서 기획·진행한 김유리 선생님과의 인터뷰입니다. 3회에 걸쳐 이틀 간격으로 연재될 예정이며, 퍼가실 경우에는 출처를 명기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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