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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매퍼 : 풀빌드 (2019년 초판)
저자 - 후지이 다이요
역자 - 최윤정
출판사 - 에디토리얼
정가 - 16000원
페이지 - 396p

 

 

증강현실이 보편화된 손에 닿을듯한 미래의 이야기

 


우리가 살아가는 이 순간에도 수많은 일자리가 기억 속에서 사라지고, 듣도 보도 못한 수많은 새로운 일자리들이 생겨나고 있다. 이 작품은 유전자공학이 급속하게 발전된 가까운 미래에 충분히 있을법한 직종에 종사하는 프리랜서에 대한 이야기이다. 진매퍼 풀빌드...처음 제목을 봤을땐 뭔가 로봇이 등장하는 메카닉 SF라고 생각했었는데....막상 까보니 본격 비즈니스 SF라고나 할까...ㅎㅎ 마치 미래세계를 들여다 보고 나온듯한 치밀하고 현실적인 하드SF적 세계의 묘사와 근미래 실현가능한 유전자 기술의 등장이 가져올 파장과 우려, 비전을 동시에 담고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주목해야할 배경은 3가지 정도이다. 첫번째로 제목인 진매퍼. 진매퍼는 영어뜻 그대로 유전자 지도작성자라는 뜻으로 작품의 배경인 2037년 벼과식물의 완벽한 유전자 판독에 따라 기존 유전자 변형등의 GMO농산물이 아닌 완벽한 유전자 설계를 통한 인간의 손에 의해 창조된 새로운 품종의 유전자 식물이 창조된다. 병해에 완벽한 내성과 어떠한 충해에도 버틸 수 있는 유전자 정보를 새겨 넣고 기존 작물에 비해 수십배의 생산량을 내놓을 수 있는 슈퍼라이스(작품에서는 증류작물로 소개된다)가 창조된 것이다. 결국 진매퍼는 유전자 식물에 명령어를 코딩하는...유전자 프로그래머로 묘사된다. 두번째는 인터넷의 멸망이다. 2010년대 인간이 만든 프로그램에 의해 인터넷을 사용하던 PC와 서버의 데이터들은 전부 소멸되버리고, 인터넷 보다 훨씬 제약이 심한 트루넷을 사용하게 되고 웹기반의 기술 자체는 상당히 퇴화되버린다. 또한 그런 배경으로 인하여 해커의 개념이 바뀌는데, 작품속의 해커는 사라진 인터넷의 정보를 발굴하는 일을 전문으로 맡은자를 의미하게 된다. 하여 미래가 배경이지만 작품에 사용되는 인터넷 관련 개념은 현실기술에 근간을 둔다고 할 수 있다(알아먹을 수 있다는 말이다)...세번째는 비약적으로 발전한 증강현실이다. 지금은 초기단계인 증강현실 기술이 완벽히 발전하고 생활속에 정착되어 현실세계보다 증강현실속 아바타와 마주하는 경우가 더 많은 사회가 그려진다. 생체 피하에 센서를 이식하여 별도의 기기 없이 눈깜빡임만으로 증강현실로 빠져들어가는 세계는 상당히 편리하면서도 매력적으로 비춰진다. 뭔가 구글 글래스가 처음 개발됐을때 구글에서 만든 홍보영상을 넋을 잃고 바라도던 기분을 수십배 뻥튀기한 느낌이랄까...전에는 보지 못했던 새로운 세계임에도 현재의 기술기반으로 그리기 때문에 익숙하면서도 신박한 현실SF로서 눈길을 사로잡는다.

 


증류작물을 개발하는 회사 L&D에서 작물의 인위적 색깔과 생육형태를 프로그래밍하는 진매퍼 하야시다는 말레이시아에 위치한 여섯번째 증류작물 농장에서 프로그래밍된 작물의 생육에 문제가 생겼다는 소식을 접한다. 논 전체가 야간에도 발광하는 형광색에 회사로고를 띄울 수 있도록 프로그래밍 되었지만 몇일전부터 논의 가장자리부터 형광빛을 잃은 벼가 자라고 있다는것이다. 그와함께 농장에서 체취한 문제의 벼 DNA를 추출한 데이터가 하야시다에게 전달되고, 분석결과 현재는 멸종된 구품종의 벼와 메뚜기, 자신이 프로그래밍한 벼의 유전자가 혼합되 있음을 알게된다. 이제는 멸종되버린 벼의 품종을 검색하기 위해서는 사용이 중지된 인터넷을 검색해야 하고 이를 위해선 인터넷 정보를 해킹해야 하기 때문에 수소문 끝에 베트남에 거주중인 실력있는 해커 기타무라에게 동일한 유전자를 갖고 있는 벼의 품종 조사를 의뢰한다. 이 오염벼 문제가 밖으로 알려지면 이제 발걸음을 띈 유전자 설계작물 사업이 중단될 수 있고, 기존 품종의 쌀재배로는 인류가 필요로 하는 수요를 채울 수가 없기에 L&D회사에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다. 빠른 해결을 위해 회사의 매니저 구로카와와 하야시다는 해커 기타무라를 직접 만나러 베트남으로 향하는데.....

 


인간에 의해 창조된 유전자 작물에 퍼진 알수없는 전염병...솔직히 초반만 해도 벼과 식물에 나타난 신종 병해로 인해 전인류가 식량난에 허덕이게 되는... [풀의 죽음]류의 재난SF로 흘러가나 생각했다...그러나 예상은 아주 가볍게 빗나가버리고...작품은 대기업에 대형 프로젝트를 수주받은 프리랜서의 버그 수정에 대한 고군분투를 그리며 지극히 비즈니스적 마인드로...지극히 시장경제 체제에 의거한...소위 SF식 현실직장물로 흘러간다. -_-  근데 이게 또 지극히 현실적이면서도 꼼꼼한 설정과 디테일이 받쳐주니 치열하고 긴박감 넘치는 서스펜스로 몰입하고 빠져들게 만드는 것이다...

 


결국 세상을 뒤바꿀 신기술의 발견에 따른 세상의 반응이 이 작품에서 하고자 하는 이야기이다.

 

얼마전 방영했던 케이블 채널 NGC 드라마 [마스 시즌2]에서 본 장면이 떠올랐다. 화성 콜로니 정착 성공 후 정착민은 두 세력으로 나뉘게 된다. 화성을 보호 하면서 연구하자는 과학자팀과 무작위식 개발로 이윤을 먼저 내자는 사업가팀이다. 드라마는 이들의 분쟁을 그리면서 현실속 북극의 지하 유정을 파내는 정유회사와 환경보호조직 그린피스의 긴박한 대치를 교차하여 보여준다. 세상이 아무리 변하고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해도 자연 그대로의 상태를 지키려는자와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고 변화하려는자 사이의 대립과 분쟁은 필연적인 것이리라. 이 작품도 마찬가지다. GMO 유전자 변형 식품도 이렇게 많은 거부와 우려를 낳고 있는데, 인간에 의해 창조된 유전자 작물은 오죽하랴...결국 변화와 보존이라는 피할 수 없는 대립을 이 작품을 통해 작가가 인류에게 보내는 경고의 메시지인 동시에 바람직하게 나아가야할 비전을 제시하고 있는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작가가 제시하는 새로운 세계만으로도 눈길을 사로잡는데, 유전자공학 개념들과 최신 네트워크 개념 및 코딩 언어등 전문지식들이 난무하고, 치밀하고 디테일한 설정이 뒷받침되어 놀랍도록 현실적인데다가 SF가 주는 사고실험의 지적유희까지 더해지니...내가 진짜 하드SF를 읽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만든다. 완전 재미있다! 더 말해 뭣하랴....직업정신 투철한 매력적인 진매퍼의 세계로 빠져들어 보길 강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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