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칼 평

청아비 2019.07.12 02:06 조회 수 : 9

1. 서문

 

서울국제도서에서 산 아작 출판사의 책 중 하나입니다. 정보라 작가는 이전에 알지 못했는데 책 두 권을 바로 사버렸네요. 저주토끼는 전반적으로 좋았던 단편집이었습니다! 그러면 붉은 칼은 어떨까요? 제 평이라는 것이 전문적인 비평이라기보단 인상비평 내지 감상의 무엇이긴 하지만....... 소설을 평하는데 자격은 없고 이런 평도 필요한 법이므로 씁니다.

 

스포일러 있습니다.

 

2. 개괄적인 평가

 

제가 저주토끼에서 재미없게 봤던 단편이 두 개 있는데 그 중 하나가 [흉터]였습니다. 이유는 이 작품이 다른 작품들에 비해서 액션 위주인데 그게 제 취향에도 안 맞았고 그냥 그 자체로도 잘 쓰지 못했거든요. 액션이 되게 별로였습니다. 근데 제 취향의 액션과 그 기준점은 소년만화 베이스에 라이트 노벨, 양판소, 웹소설 쪽입니다. 그쪽에서 추구하는 액션의 기준을 어느 곳에나 다 끼워넣을 수는 없고, 끼워넣어서도 안 되죠. 그러니까 그 작품의 호불호는 전적으로 취향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애초에 그 작품은 액션이 가장 중요한 것도 아니었으니까 큰 문제도 되지 않고요.

 

그래서 본론이 뭐냐면, 이 [붉은 칼]은 액션 비중이 한 70%는 될 정도로 높고 중요한데 그 액션 파트가 별로라서 글을 읽으면서 즐겁지 못했습니다. 대놓고 말하면 재미가 없었단 거죠.

 

초반의 액션 비중은 더 높지만 후반에서 서사가 드러났고 저주토끼에서 보았던 특유의 감성과 싸우지만 싸우는 것이 힘들고 지친 자에 대한 호소력이 느껴져서 평가가 약간 반등하긴 했는데, 솔직히 그래도 반전시키진 못한 것 같습니다. 후반에도 액션 파트가 줄지를 않거든요. 퀄리티도 계속 낮죠. 몰입을 도통 못하겠습니다.

 

왜 이런 시도를 한 건지 잘 모르겠어요. 후기에서는 'SF를 가장한 무협지가 되었다. 쓰면서 재미있었으니까 후회는 없다'라고 써져 있는 걸로 보아 의도적으로 액션 비중을 높였거나 아니면 액션 위주로 글이 써졌다는 걸 자각하는 것 같아 보이는데, 정보라 작가가 액션씬에 대해서 고민을 안 했던가 그게 아니면 액션씬에 대해서 공부를 안 했던가, 그렇게밖에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형편없었습니다. 어떤 무협지를 읽어보셨는지는 모르겠지만 단순히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완성도가 굉장히 낮아요. 그냥 칼질하고 총쏘고 적 죽인다고 좋은 액션이 되는 게 아닌데 말이죠....... 액션 파트에게서 요구되는 것을 전혀 해내지 못하는데다가 작가가 장면에 그 어떤 감정도 담지 않아, 혹은 담지 못해서 지루하기만 한 부분이었어요. 전체의 70%가 말입니다.

 

 

3. 액션! 배틀!

 

창작물에서 싸우는 장면이 나오는 건 너무 당연하죠. 추격전 등도 포함되지만 그러한 것들도 결국은 싸움의 방향이 일방적이냐, 사람이랑 싸우느냐 환경과 싸우느냐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지 본질적으론 같은 기능을 하니까. 그냥 액션으로 퉁치겠습니다.

 

액션씬의 기능 첫째. 그 자체로 이야기를 만든다. '싸워서 이겼다.' '도망치는데 성공했다.' 이렇게 단순한 묘사로 끝내지 않고 굳이 상황을 길게 서술한다면 그 장면은 마땅히 하나의 이야기가 되어야 합니다. 소설의 작법과 똑같아요. 서파급 기승전결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 그리고 변주, 반전. 의외의 결말 등등.......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액션만 넣고도 만들 수 있죠. 짜고 치는 프로레슬링 경기라고 할지라도 몰입하면 재밌습니다.

 

액션씬의 기능 둘째. 전개를 납득시킨다. 싸운다는 건 이길 수도 있지만 질 수도 있습니다. 성공도 실패도 글 한줄만으로 넘길 수는 없는 것이고, 그렇게 되기까지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이 필요합니다. 말하자면 장면이 주인공이 겪게 된 일, 겪게 될 일에 대한 부연설명으로써 쓸 수 있습니다.

 

액션씬의 기능 셋째. 작품의 주제를 표현한다. 적과 싸운다는 건 그냥 싸우는 게 아닙니다. 싸우는 사람에겐 이유가 있고, 목적이 있습니다. 승리하든 실패하든 육체적, 정신적 손실이 따를 수밖에 없죠. 악역을 부정하고 악행을 시정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악역을 패던가 죽이는 겁니다. 아주 직관적이고 전통적인 해결법이죠.

 

예시로 들만한 좋은 액션씬은 이산화 작가의 [오류가 발생했습니다]가 생각나네요. 작품 후반부에 총을 든 적들에게 포위당하지만 인간의 살점을 대상으로 한 총알 따위는 기계 몸을 지닌 주인공에겐 전혀 통하지 않아서 가볍게 제압당하죠. 몇 페이지 안 되지만 그 자체로 재밌는 이야기고, 어째서 적들이 주인공을 잡지 못하는지에 대한 설명또한 하며, 지하의 주인공과 지상의 주민들의 사고방식 차이를 드러내어 작품의 주제도 표현해내고 있습니다.

 

액션씬에서 무엇을 중점으로 둘지는 작가와 작품에 따라서 다를 것이고 장르에 따라 보다 어울리는 것이 있겠지만, 좋은 액션신에는 저 세 가지가 전부 있습니다. 저 세 가지를 전부 충족할 수 없다면 액션은 그냥 넣지 않는 게 나아요. 그래요. 이 작품이 바로 그렇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세번째. 작품의 주제를 표현한다.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두 가지 요소가 결여되어 있어요.

 

사실 액션신에서 '필요한' 건 세 번째긴 합니다. 작품의 주제를 표현하지 않는 싸움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죠? 아무리 재밌는 싸움이고 납득 가능하다고 해도 그것이 주인공의 선택과 결말에 아무 의미가 없다면 그것은 필요없는 장면이죠. 그러니 이 작품도 액션이 존재해야만 하는 최소한의 당위성은 갖춘 거예요.

 

그렇지만 첫번째와 두번째 요소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싸움에 이야기가 없으면 재미가 없습니다. 이 재미라는 건 '즐거움'이라는 감정 하나만 말하는 게 아니라 '감상' '감정' '독서의 충족감' '이야기의 힘' 그 어떠한 것을 표현하는 의미에서의 총체적인 개념입니다. 재미가 없다는 건 정말 중요한 문제에요. 재미없는 글은 읽기 힘들고 읽고 싶지도 않아요. 싸움의 전개가 납득이 안 되면 작품의 주제가 전혀 전달이 안 됩니다. 작가가 도대체 뭘 말하고 싶은 건지 의아해하거나 아니면 작품 전개가 작위적이라는 생각이 들어버리죠.

 

솔직히 말하자면 이 책의 액션은 그냥 총체적 난국이에요. 납득도 안 되고 이유도 모르겠고 긴장감도 박진감도 위기감도 재미도 그 무엇도 없고, 말도 안 되는 것 같고, 참신하지도 않고, 심지어 싸움의 결과조차 기대되지 않았습니다. 작품의 스토리를 말만 설명하기엔 따분하고 진행이 너무 빠르니까 액션 장면으로 때운 건데 진짜 때운 거예요. 기계적으로 싸우는 장면만 넣었지 어떻게 하면 이 싸움 장면을 재밌게 만들고 독자들의 흥미를 확 끌어올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나 노력이 보이질 않습니다. 아니면 앞서 말한 대로 공부를 안 한 거던가요.

 

 

4. 단조로운 배틀플롯, 개성없는 배틀기믹, 어긋난 파워 밸런스, 터무니없는 주인공 보정, 진전되지 않는 이야기......등등

 

이 작품 액션의 문제는 작중 최초의 싸움에서 다 드러납니다. 작중 최악의 싸움이죠. 이 장면은 정말 이상합니다. 동료들과 같이 다 같이 우주선에서 내리고, 적이 갑자기 등장해서 주인공의 연인을 쏴죽이는 걸로 화끈하게 첫 전투를 시작합니다. 좋습니다. 여기까지는 아무 문제가 없는 흥미로운 액션씬이에요.

 

그런데 갑자기 이 세계에 적과 주인공 두 사람만 존재하는 것처럼, 아무도 간섭하지 않고 아무것에도 간섭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어 둘이서만 싸웁니다. 모데카이저의 궁극기에 걸린 것처럼 말이에요. 마침 배경도 다 하얗고. 습격한 적이 여럿이 아닌가요? 아군은 다 도망쳤나요? 아니면 따로 싸우고 있나요? 왜 주인공은 이런 심각한 전장에서 적을 죽이고 그 시신을 유심히 내려다볼 시간까지 가질 수 있는 거죠? 정말 이상해요. 전 주인공이 도망치거나, 아니면 습격으로 인해 난전 상황이 벌어져서 아비규환 속에서 처절하게 싸울 줄 알았는데 한 명만 제압하면 모든 게 다 끝날 것처럼 싸우고 실제로 끝날 것 같은 분위기로 들어갑니다. 그 다음 갑자기 묘사되지 않았던 적 병력이 추가로 등장하고, 주인공을 이상하게 죽이지 않고? 주인공의 지원 병력이 올 때까지도 안 죽이고 그냥 냅두고? 그래서 주인공은 살아서 그냥 가고? 그냥 장면이 하나도 말이 안 돼요. 그냥 이러한 상황이 필요해서 만든 느낌. 근데 이러한 상황이 필요한지조차도 모르겠습니다. 굉장히 작위적이잖아요.

 

이 싸우는.......것도 말인데요. 붉은 칼이라는 제목답게 주인공의 무기는 칼입니다. 적의 무기는 광선총이죠. 그리고 총 vs. 검 구도를 쓰려면 신중해야합니다. 왜냐면 상식적으로 검이 총을 못 이기기 때문이죠. 실제로 말이 될 필요는 없습니다. 스타워즈의 제다이들은 광선검으로 광선총알을 튕겨내죠. 근데 이 작품의 장르가 그런 거였나요? 분명 비장하고 현실적인 감정선으로 시작하지 않았어요? 전 초반에 주인공이 검 들고 광선총 쏘는 외계인하고 싸울 때 굉장히 당황했습니다. 제다이처럼 광선총을 튕겨낸 다음 자연스럽게 한 번 더 이렇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더 당황스러웠고요. 전 상식적으로 도망치거나 아니면 다른 무기를 꺼낼 줄 알았어요. 근데 검 들고 싸우더라고요. 뭐 굳이 이 검이 무엇이고 적의 무기가 무엇이고 어떻게 대등하게 싸울 수 있는 건지 원리를 설명해달라는 건 아니고 그냥 아 얘는 인체강화라도 한 초인이고 이 검은 특별한 검인가보다 하고 넘어가면 되는 거긴 한데. 그 다음 문제가 있습니다. 주인공의 검이 명백히 적의 총보다 약합니다!

 

당연하죠. 방금 납득한 것과는 달리 주인공이 인체개조받은 초인도 아니고 광선검도 아니고 특별한 검술을 쓰는 것도 아니니까요. 그냥 평범한 인간 여성에 무쇠 검이에요. 적어도 작품 내에서 묘사되는 것만 보면 특별하진 않은 것 같습니다. 만약 특별한 인간 특별한 검이면 개연성에 또 다른 문제가 생겨요. 아무튼, 검이 총보다 약하다는 전제를 깔고 총든 병력이랑 싸우니 당연히 검을 계속 잡는 게 아니라 적의 무기를 탈취해서 써야겠죠? 그래서 그런지 외계인들의 무기는 인간이 바로 쓰지 못하고 외계인의 장갑과 신체를 탈취해야만 쓸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죠.

 

그러다보니 싸움의 구도가 맛이 갔어요. 모든 싸움이 총 없이 검으로 싸운다-이겨서 총을 훔쳤다-근데 총을 또 잃었다-다시 검으로 싸운다-어떻게든 총을 뺏는다...의 반복. 결과도 한결같아요. 주인공은 개고생했지만 얻은 건 없고, 세상은 너무나도 가혹하고, 난 내 칼을 찾고 싶을 뿐이고. 다시 다음 싸움터로. 끝. 이 단순한 구도가 챕터마다 나오고 반복됩니다. 다른 괴물을 만들거나 외계인들의 다른 장비를 꺼내던가 변주를 안 하는 건 아닌데 근본이 안 바뀌는데다가 과장 없이 간결한 문체상 긴장감이 크게 느껴지지도 않으니 싸움 구도가 너무 재미가 없어요. 반복할 수도 있는 거지만, 끝없는 싸움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을 거면 희망을 제대로 보여주고 다시 뺏어서 고문해야하는데 작품에서 보여주는 희망이라는 것이 독자가 보기에도 작중 인물이 보기에도 '덜 비참한 죽음' 외엔 아무것도 아니라서 희망고문이 아니라 그냥 고문입니다. 거기에 또 지적하지 않을 수가 없는 다른 문제.

 

왜 외계인들은 주인공일행을 못 죽입니까? 그리고 왜 안 죽이는 거예요?

 

이건 정말 심각한 문제에요. 외계인들의 광선총이 현대 기관총보다 성능이 못한가요? 그렇진 않을 거 아니에요? 근데 왜 이 외계인들은 떼거지로 모여서 검든 인간 하나를 제압하지 못합니까? 스톰 트루퍼 효과를 제가 모르는 건 아닙니다. 작품 뒤쪽에선 설명이 되기도 하고요. 근데 결과적으로 따져보면, 이놈들은 투사체도 없이 즉발로 나가는 광선총을 들고도 사람을 못 맞추는 수준이란 말이죠. 묘사만 보면 그냥 휙휙 긁기만 해도 몸통을 반 쪼개놓을 텐데 말이에요. 현실 기관총도 그냥 슥슥 뿌리기만 하면 사람들 다 죽습니다. 근데 이 작품은 아니에요. 주인공 일행은 총구에 겨눠지고도 피하거나 할 수 있죠.

 

그런데 주인공 일행을 붙잡거나, 포위하거나 하는 장면은 또 있긴 하거든요? 근데 이 상황에선 또 죽이질 않고 굳이 잡아가거나 하던가, 아니면 주인공 일행에게 속던가 합니다. 그니까 주인공 일행은 어떤 상황이 일어나건 절대 죽질 않는 거죠. 인원 손실이 없는 것도 아니고 부상을 안 입는 것도 아닌데 아무리 생각해도 묘사되는 것보단 더 많이 죽고 더 많이 다쳐야 할 것 같은데....... 라는 생각이 드니 얘네들이 뭔 위기를 겪든 아 그냥 살아나가겠군. 여기선 안 죽을거야. 그렇게 생각해버리게 됩니다. 작가가 원할 때만 상처 입고 지치니 모든 처절한 액션이 다 무의미하죠.

 

이 작품이 비장하게 시작하고 시종일관 비장한 분위기라서 이질감이 더합니다. 주인공이 안 죽는 걸 작품 외적으로는 알아챌 수는 있을지라도 내적으로는 그렇지 않아야 할 텐데 작품 내적으로도 등장인물들이 너희들은 유능하니까 알아서 할 수 있을 거야~ 같은 느낌이다보니(실제로는 니들이 실패하도 아무 상관없어~ 내지 실패하면 그냥 죽는 거지! 같은 투지만, 결과적으로 느껴지는 감상이 그러함) 그냥 의미도 없는 액션씬은 빨리 넘어갔으면 좋겠습니다. 어차피 결과는 뻔할 텐데. 심지어 완전히 포위당해 살아나갈 방법이 없는 장면으로 끝나는 결말에서조차 전 주인공 일행이 죽을 거라는 생각을 못하겠습니다. 작품 내내 그랬으니까요. 제국 전체와 싸워도 좀 지치고 이길 것 같은 느낌이죠.

 

저 두 가지가 가장 핵심이지만 소소한 부분도 다 마음에 안 들어요. 요컨대 생물이나 무기 디자인. 아무리 글이라지만 하얀 적, 하얀 행성, 하얀 강, 하얀 막대, 검은 새 등등. 디자인이 단순해도 위협적일 수 있고 공포스러울 수 있고 강해보일 수 있는데 디자인 뿐만 아니라 패턴도 단순하고 공략법도 단순하고 사용법도 단순하고 그냥 액션과 관계된 사물들은 모조리 단순해서 묘사와 설정이 직관적인 게 아니라 그냥 성의가 없어보입니다. 황량한 배경에서 멍청한 AI 적을 상대로 아무 키나 연타하면 승리할 수 있는 그런 조잡한 게임을 하는 느낌.

 

 

5. 이해가 가지 않는 주인공의 신분

 

일단 작중 내의 설명에 따르면 여자들은 전투 병력이 아닌 종군위안부......로 데려온 것이죠? 근데 여자들 되게 잘 싸우네요? 자신이 싸워야 하는 것처럼 열심히 싸우고요. 그럴 수 있어요. 원래 영웅담이란 다들 그렇게 시작하는 거죠.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던 자가 대활약....... 근데 보면 딱히 전투 병력으로 취급 안 하는 것 같지 않단 말이죠? 그렇다고 전투 병력으로 취급하는 것 같지도 않고? 왜 위안부가 여기 있는 건지도 모르겠고? 그렇다고 위안부로 쓰지도 않고? 뒤에 가면 가장 잘 싸운다느니, 전투 병력으로써 가장 뛰어난 성과를 거뒀다느니 하는 얘기도 나오고, 애초에 전투 병력으로 만든 것 같은 클론도 나오고. 설명과 상황에 일관성이 없습니다. 나중에 설명이 된 것 같지만 사실 설명이 하나도 안 됐어요....... 작품이 전반적으로 불친절한데 필요한 부분에서 불친절하고 그냥 납득할 수가 없어서 혼란스러울 뿐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두 가지 요소가 다 망가지면 액션씬에서 무슨 주제를 표현하든 아무 의미가 없어집니다. 작품에서 벌인 다른 모든 시도는 그냥 묻힌 거예요. 왜냐면 전체의 70%를 차지하는 부분이 재미가 없고, 이상하니까요. 그리고 재미가 없고 이상하면 호소력도 없습니다. 그래서 작품에서 전하는 메시지가 어땠는지는 논하지 않을래요. 좋은 메시지야 세상에 참 많고 작가가 할 일은 그 메시지를 보기 좋게 다듬어서 내는 건데, 그렇지 않으니까요.

 

 

6. 총평.

 

별로 중요하지 않아서 말을 안 하긴 했는데 분명 책 뒷에는 우주로 날아간 '나선정벌' 이야기라고 되어 있고 작품 후기에도 나선정벌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고 되어 있는데 어디가 나선정벌인지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작품의 여러 요소들이 메시지를 담기 위해서 존재하는데 정작 메시지를 전달해야할 액션 장면에서 실패해서 작품의 주제가 붕 떠버렸습니다. 후반부에서 밝혀지는 반전과 전개도 뜬금없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네요. 좀 더 세련되게, 주인공이 겪는 모험, 싸움과 연결지어서 하나씩 단서를 주고 마지막에 종합해서 터트리는 식이었으면 좋았을 텐데....... 주인공이 한 고생은 그냥 고생이고, 모든 진실은 그냥 툭 던져졌죠.

 

결과적으로 상당히 실망했습니다. 재미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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