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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장르문학 비평 전문 담론팀 텍스트릿 회원들이 지난 17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안전가옥’에 모였다. 이들은 장르문학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석박사 연구자들과 창작자들이 주축이 돼 현재 창작되고 있는 웹소설 및 장르소설에 대한 비평을 본격화했다.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웹소설 시장은 연 3000억 규모를 돌파하는데 편견은 아직도 실시간이다.”

장르문학 비평 전문 담론팀 텍스트릿(Textreet) 이융희 팀장의 일갈이다. 장르문학이 대개인 웹소설 시장 규모는 3000억을 넘어 올해 43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웹소설이 급성장하는 데 반해 그에 대한 본격적 연구나 비평은 주류 문학의 장에선 배제돼 왔다. 장르소설에 대한 무지와 편견 탓이다. 석박사급 연구자 및 장르문학 창작자들로 구성된 텍스트릿이 만들어진 이유다.

 

“기존 장르문학에 대한 비평은 연구자들이 장르에 대한 이해나 창작방법에 대해 무지한 채 글쓰고 연구하는 경우가 다수였어요. 과도한 수사로 장식하거나, 반대로 어린이 문화로 폄하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텍스트릿은 창작자와 독자 입장을 대변하고, 장르문학에 대한 오해를 풀고 소통할 수 있는 비평을 하고자 합니다.”(이융희)

텍스트릿 팀원들의 면면은 화려하다. 2006년 판타지 소설 <마왕성 앞 무기점>으로 데뷔한 이융희 팀장은 석사 논문으로 한국 판타지 소설에 대해 썼고, 이지용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국내 최초로 한국 SF소설로 박사 논문을 썼다. 로맨스 파트를 맡고 있는 손진원씨도 로맨스 소설 작가인 동시에 현재 한국 로맨스 소설에 대해 연구 중이다. 무협 파트의 이주영씨 역시 석사논문으로 한국 무협지를 연구했다. 텍스트릿엔 현재 15명 정도가 참여하고 있다. 이중 5명은 현역 작가다.

 

 

■동시대 웹소설을 연구자의 눈으로 읽는다

텍스트릿 멤버들은 각각 장르에서 ‘덕력’을 쌓으면서 주류 학문의 장에서 외로운 연구를 해왔다. 이지용 교수가 2015년 한국 SF소설로 박사논문을 쓸 때, 심사에 올릴 수 없다는 교수에게 5년간 모은 자료를 보여주며 설득해야 했다. 이융희 팀장 역시 “곁다리 문학 공부한다” “계속 공부할 거면 장르문학 썼다는 거 숨겨라”란 이야기를 들었다. 2017년 인문학협동과정 웹소설 집담회에서 만난 이들이 서로를 알아보고 의기투합한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지난해 4월 홈페이지를 열며 정식 출범한 텍스트릿은 1주년을 앞뒀다. 현재 창작되고 있는 웹소설에 대해 비평하고, 웹소설 강의를 진행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벌여왔다. 지난 17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안전가옥에서 열린 텍스트릿정례회의에 동참했다.

 

“‘순문학의 위기’라고 하는데 인기 웹소설은 10만명이 돈을 내고 읽어요. 서사의 힘이 여전히 있지만, 모양이 바뀐 거죠. 기존 연구자들은 무협지나 판타지를 안 읽었지만, 젊은 세대들은 어려서부터 장르물을 즐겨왔고 잘 알고 있어요. 장르문학의 진짜 의미도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발굴해낼 수 있을거라 생각해요,”(이지용)

텍스트릿은 장르문학을 무지와 오해에서 구하기 위해 뭉쳤다. 이융희 팀장은 “기존 연구자들은 웹소설의 창작 방법도 모르고 논문을 쓰는 경우도 많다”며 “웹소설 댓글을 연구한 논문에서 작가가 댓글에 반응하지 않는 것에 대해 작가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함이라고 해석했지만, 웹소설 연재를 하기 전에 작품을 적게는 두세권, 많게는 여섯일곱권 분량을 미리 써놓고 연재를 한다. ‘비축분’은 관습화된 창작방법인데 이를 모르고 연구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팀장은 “텍스트릿은 장르문학에 대한 애정을 가진 창작자와 연구자들이 일종의 자기증명이자 인정투쟁인 셈”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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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문학은 동시대의 욕망을 보여준다

 

장르문학은 과연 의미없는 오락거리에 불과할까? 4300억원 규모에 이르는 시장이 형성되고, 독자들을 끌어들이는 것을 ‘오락거리’라고 무시하는 것은 합당한가? 오히려 장르문학의 어떤 측면이 독자들을 끌어들이고 동시대의 욕망을 반영하는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SF는 최근 가장 각광받는 장르다. 2016년 인공지능 알파고가 바둑에서 이세돌 9단을 이긴 이후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으며 스마트폰 보급, 블록체인 확산 등으로 과학기술은 이미 우리 삶 속에 깊숙이 들어오면서 SF소설에 대한 관심 또한 높아지고 있다. 이지용 교수는 “과학기술에 의해 그려지는 미래는 더 이상 공상도 아니고 허황되지도 않다. 과학기술은 실재이며, SF는 그것을 통찰할 수 있는 효과적 방법론”이라고 말했다.

 

국내 판타지 소설은 1991년 처음 출간됐고, 이영도의 <드래곤 라자>는 한국형 판타지 소설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융희 팀장은 “<드래곤 라자>부터 시작된 판타지 소설은 가상의 세계를 완성하고자 하는 공상적 욕망이 IMF(외환위기)라는 시대상과 맞물려 현실에서 무력한 자아가 가상의 세계에서 성공하는 모험의 서사를 그렸다”고 말했다.

 

로맨스 소설은 30~40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손진원씨는 “로맨스는 사랑 이야기를 주축으로 여성들이 다양한 이야기를 할 수 있었던 장이었다. 최근 페미니즘 흐름과 로맨스 소설이 반대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있을 수 있지만 로맨스는 세상 속에서 사랑은 가능한가, 가능하다면 어떤 모습인가 질문을 던지는 장르”라며 “최근 창작되는 로맨스 소설엔 과거의 현모양처에서 벗어난 주도적이고 당당한 여성상이 그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로맨스가 여성들의 욕망을 반영한다면, 무협은 남성들의 의식구조를 반영한다. 50년의 역사를 가진 무협 장르는 꾸준한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다. 이주영씨는 “무협은 권위를 부정하면서 세계를 전복하고자 하는 욕망을 드러내는 장르”라고 말했다.

 

텍스트릿은 앞으로 영화, 웹툰, 게임 같은 장르까지 확장해 다룰 예정이다. 궁극적 목표는 ‘장르의 해체’다. 이융희 팀장은 “순문학도 ‘문학성’을 추구하는 하나의 장르로 기능하고 있다. 한국 문학이 식민지, 독재정권을 거치며 거대한 이데올로기의 영역을 다루다보니 판타지나 SF 등 환상적 영역을 다루지 못했다. 지금은 장르적 요소를 다룰 수 있는 문학적 기반이 형성됐다”며 “장르라는 경계를 해체하고 모두가 똑같은 문학이라고 얘기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텍스트릿은 오는 4월 <장르와 사회>라는 책을 출간할 예정이며, 웹진 발간도 고려하고 있다. 오는 4월엔 안전가옥과 함께 ‘웹소설 같이 읽는 밤’이란 강연을 진행한다.

 

 

 

※텍스트릿이 추천하는 장르소설

▲요리의 신(양치기자리 지음)=판타지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사람도 부담없이 최근의 경향을 파악하고 읽어낼 수 있는 수작이다.

▲태극문(용대운 지음)=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후반까지 신무협의 조류를 개척한 작품으로 ‘평범’과 ‘비범’의 의미를 다룬 무협소설.

▲여름이 끝나면 불청객은 떠난다(도개비 지음)=1960년대 남성이 ‘무진’으로 떠났다면, 2010년대 여성은 가상도시 ‘나양’으로 간다. 요즘 대세인 연하남의 매력을 만나볼 수 있다.

▲킨(옥타비아 버틀러 지음)=1976년에서 1815년 남부 미국으로 시공간을 이동한 흑인 여성 이야기로 인종과 젠더, 권력의 문제를 생각케 하는 SF소설이다.

 

 

경향신문 이영경 기자

2019.03.26 15:01 입력 2019.03.26 23:39 수정

 

출처 : http://m.khan.co.kr/view.html?art_id=20190326150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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