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방’ 바람이 웹소설에도 상륙했다. 먹는 것만으로 ‘레벨 업’ 된다는 내용의 웹소설 ‘밥만 먹고 레벨업’은 웹소설 전문 플랫폼 카카오페이지에서 80만명이 구독 중이다. 카카오페이지 제공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는 장모(28)씨는 최근 ‘먹방 웹소설’에 푹 빠졌다. 유명 유튜버의 먹방 동영상을 자주 보던 장씨에게 지인이 웹소설에도 먹방을 소재로 한 작품이 있다고 추천을 한 게 계기가 됐다. 이제 장씨는 영상보다 웹소설로 더 자주 먹방 콘텐츠를 즐기고 있다. 장씨는 “현실에서는 다이어트 등 여러 이유 때문에 양껏 먹지 못하는 스트레스를 웹소설을 읽으면서 해소한다”고 말했다.

한국은 지금 ‘먹방’ ‘쿡방’ 공화국이다. TV를 틀면 맛집이나 음식을 소재로 한 프로그램이 쏟아진다. 요식사업가이자 방송인인 백종원이 개설한 유튜브 채널 ‘백종원의 요리비책’은 개설 사흘 만에 구독자 100만명을 넘겼다. 지난해 7월에는 먹방이 폭식을 유발해 국민건강을 해칠 수 있다며 정부가 국가비만관리종합대책 가이드라인까지 발표했을 정도다. 그마저도 반대 여론이 빗발치자 없던 일이 됐을 만큼 한국인의 먹방 사랑은 유별나다.

[저작권 한국일보]카카오페이지 요리ㆍ먹방 관련 웹소설 구독자 수, 문피아 요리ㆍ먹방 소재 작품 조회 수 TOP5. 김경진기자

이런 열풍이 웹소설에도 상륙했다. ‘먹방 웹소설’이란 말 그대로 주인공의 ‘먹는 행위’ 혹은 ‘요리’가 주요 테마인 웹소설의 한 장르다. 웹소설 플랫폼 매출 1위인 카카오페이지에 연재되고 있는 작품 ‘밥만 먹고 레벨업’은 26일 기준 구독자가 80만명이나 된다. 또 다른 웹소설 플랫폼 문피아에 연재됐던 ‘요리의 신’은 누적조회수가 1,570만에 달했다. 현재 카카오페이지에 연재중인 작품 중 ‘먹방’ ‘쿡방’으로 분류되는 웹소설만 수백 편에 달한다고 담당자는 귀띔했다. 하나의 장르를 형성할 정도로 관련 작품이 쏟아지자, 전자책 제공업체 리디북스에서는 아예 ‘먹방 판타지’라는 분류를 따로 만들었다.

주인공이 ‘먹는 행위’를 매개로 각종 임무를 해내고 성장한다는 것이 먹방 웹소설 대부분의 골자지만, 사실 시작은 셰프를 주인공으로 한 일종의 ‘쿡방 웹소설’이었다. 2015년 문피아에서 연재됐던 ‘요리의 신’은 당시 TV 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 등으로 인기를 끌고 있던 ‘스타셰프’를 모티브로 평범했던 주인공이 스타 셰프가 되는 과정을 그렸다. ‘회귀’와 ‘초능력’ 등 판타지 소재를 기반으로 하면서도 요리의 전문성과 셰프로 성장해가는 과정을 담은 이야기에 독자들은 열광했다.

‘요리의 신’ 성공 이후 ‘탑셰프의 이세계 레시피’, ‘밥 먹고 가라’ 등 셰프를 주인공으로 한 웹소설이 이어졌다. 이후 요리와 음식 관련 콘텐츠의 대세가 스타 셰프에서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가진 먹방BJ나 푸드 크리에이터로 옮겨가면서, 웹소설의 소재 역시 자연히 ‘쿡방’에서 ‘먹방’으로 확장됐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대표적인 전자책 서비스 업체 리디북스에서 볼 수 있는 '먹방 판타지' 웹소설. 리디북스 캡처

‘요리의 신’을 쓴 양치기자리 작가는 한국일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요리의 매력이 단순히 맛과 향, 비주얼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요리가 갖고 있는 비감각적인, 이야기 본위의 특징을 살려낸다면 사람들을 사로잡을 수 있으리라고 판단했다”고 배경을 밝혔다. 그는 “웹소설은 다른 매체에 비해 쉽게 생략될 수 있는 사소한 서사에 긴 호흡의 비중을 둘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먹방이라는 소재가 웹소설에서 유독 흥한 이유를 해석했다.

이처럼 먹방 관련 콘텐츠가 어엿한 주류로 떠오르면서, 웹소설을 넘어 다양한 장르에서도 먹방을 소재로 한 작품을 찾아볼 수 있게 됐다. 먹방대회를 준비하는 17세 먹방 크리에이터 재륜의 성장담을 그린 ‘먹방왕을 노려라’는 창비어린이문학상으로 등단한 범유진 작가가 쓴 먹방 청소년소설이다. 미식, 음식을 소재로 한 작품이 늘어나면서 관련 문학상도 생겼다. 장르문학 전문 출판사인 황금가지는 2016년부터 음식을 테마로 한 소설 공모전인 ‘테이스티 문학상’을 열고 있다. 1회 주제인 ‘고기’를 시작으로 면, 디저트 등 총 3회까지 공모전이 진행됐다.

'먹방'을 소재로한 청소년소설 '먹방왕을 노려라'(왼쪽)와 음식 관련 소설을 대상으로 한 '테이스티 문학상 공모전'. 마카롱ㆍ황금가지 제공

전문가들은 ‘먹방’ 자체가 대리만족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웹소설과 잘 맞아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한다. 장르문학 전문 비평팀 텍스트릿의 이융희 팀장은 “판타지가 주를 이루는 웹소설은 기본적으로 모험이나 마법처럼 현실에서는 벌어지지 않는 일들을 겪으며 대리만족을 추구하는 장르”라며 “먹방 역시 직접 먹지는 않지만 보거나 읽는 것을 통해 비슷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웹소설에 잘 어울리는 셈”이라고 풀이했다.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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