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연재) 블랙스타 6회 장혜란

시스앤 2019.11.17 22:39 조회 수 : 24

이따금 나는 방탕한 거리의 여자가 되고 싶을 때가 있다. 탱크탑에 엉덩이가 다 드러나는 찢어진 미니 청바지를 입고 멍투성이 다리를 꼬고 앉아 담배를 피워문 여자. 불결한 느낌이 드는 탁한 색 매니큐어를 칠하고, 푸석한 긴 머리를 등허리까지 늘어뜨린채 얼룩진 화장분 따윈 아랑곳없이 자꾸만 립스틱을 고쳐 칠하는 그런 여자.

나는 문란한 여자일까. 아닌 척 하고 살지만 사실 내 속에는 난잡하고 더러운 피가 흐르고 있는 걸까. 나파권을 읽기 전까지 나는 항상 그렇게 스스로를 의심해왔다. 사실 지금도 완전히 안심이 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적어도 나파권은 그런 나를 이해해준다, 내가 실제로 난잡한 여자든 아니든, 그것을 갈망하면서 동시에 두려워하는 나를 있는 그대로 이해해준다. 그에게만은 나는 여신이 된다.’

 

-전에 얘기했던 호수와 바다기억나? 결심했어, 그걸로 하기로.

-설마 로케이션이 필요한 건 아니겠지?

-농담이냐? 재미없어.

-언제 들어갈 건데?

-니가 준비 되는대로지. 주인공이 빠지면 안 되잖아.

석규는 가타부타 대꾸없이 휴태폰 화면을 꺼버렸다. 아라는 결국 허락하게 될 것이다.

 

출근한 준호는 문득 유경을 떠올렸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마주친 여학생은 다름아닌 이유경 순경이었던 것이다. 그녀가 잠복중이었다면 강력계 쪽에 지원을 나온 것일 테고, 아마도 해준과도 연관이 있을 듯싶었다. 유경은 경찰서 내에서 암암리에 거의 해준의 파트너 비슷하게 여겨지고 있었던 것이다.

준호가 책상 앞에 앉아 밤새 새로 들어온 사건 파일들을 들여다보고 있는데, 문득 맞은편에서 원석이 뒷목을 주무르며 노트북에서 눈을 떼고 허리를 폈다. 안경을 벗고 눈 사이를 꾹국 눌러대는 흐트러진 모습을 보아하니 밤을 샌 모양이었다.

뭐 좀 있어?”

없어요, 한달 치는 거의 살핀 것 같은데, 하기사 맨땅에 헤딩이니. 뭐라도 단서가 있어야 걸러낼 거 아닙니까. 무조건 cctv만 살핀다고 뭐가 나오는 것도 아닐텐데, 참 시키는데 안할 수도 없고. 그런데 전국체전 우승메달 같은 게 희소성이 있을까요. 그런 것도 수집하고 뭐 그러는 사람들이 있나...”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던 원식이 문득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피식 웃더니 한마디 했다.

유 형사님, 또 나오시네. 아는 사람이 보이니까 반갑기도 하고, 내가 꼭 뭐 훔쳐보고 있는 것 같아 기분이 좀 이상하기도 하고 그렇네요.”

무슨 소린가 싶던 준호는 원석이 그 이상한 도난사건에 관련된 화면을 보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준호도 피식 웃었다. 한달간 제 일상이 대체로 눈에 보이리라는 짐작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근데, 이웃 여자분하고 많이 친하신가봐요. 이분 생활은 아주 시곈데, 옷차림은 맨날 운동복이고, 뭐 하는 사람이에요?”

준호는 곧장 원석이 수향을 말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미처 생각지 못한 부분이었다. 두 사람의 대화를 먼 발치에서 흘려듣고 있던 영민이 눈을 반짝이며 원석의 책상으로 달려왔다.

어디? 어디 좀 봐요. 누구 말이에요?”

영민이 노트북을 들여다보니 준호가 여자와 단둘이 엘리베이터에 타고 있는 모습이 화면에 떠 있었다. 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두 사람이 번갈아가며 서로를 바라보는 모습이 뭔가 쉴새없이 이야기를 나누는 것처럼 보였다.

이야, 분위기 좋네. 이거 미향이 맞죠?”

준호는 동료들 앞에서 제 사생활이 공개된 데 잠시 당황했다. 그래봤자 별것도 없는 화면을 두고 영민이 오바하고 있으리라는 건 뻔한 일인데도 왠지 얼굴이 달아오르는 기분이었다. 모르는 사람이 화면만 봐도 친한 사이처럼 보일 정돈가.

준호는 며칠 전부터 이상하게 냉랭한 수향을 떠올렸다. 언제나 부드럽게 웃는 얼굴이던 그녀가 표정을 딱딱하게 굳히고 있으니 처음에는 무슨 일이 있나 싶어 걱정이 되었다. 그러다 그게 반복되니 준호는 슬슬 불안한 기분이 들었다. 내가 뭔가 실수한 게 있나. 되짚어보면 수향이 차가워지기 시작한 건 그녀의 집을 방문했던 다음날부터인 것 같아 불안한 마음이 더 커졌다.

, 형사님 화면발 죽이네. 워낙에 또 한얼굴 하시니까, 이거 영화가 따로 없네요. 왜 엘리베이터에 둘만 있는데, 애정신도 좀 찍지 그랬어.”

저 미친놈, 저거, 어린애 두고. 준호는 인상을 찡그렸다. 하지만 왠지 수향이 아직 어린애라는 말이 입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그런 거 아니야. 제발 사람 변태 좀 그만 만들어.”

결국 그렇게만 말하고 준호는 자리에서 일어나 커피를 뽑으러갔다. 자판기 커피를 한잔 빼들고 준호는 창밖을 바라보며 다시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수향이 왜 그러는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

그냥 자신이 오해한 거 아닐까. 괜히 혼자 착각한 거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하지만 복도에서고 어디서고 마주친 수향은 말 한마디 걸기도 민망할 정도였다. 그녀는 아예 자신을 쳐다보지도 않는 것 같았다. 예전에는 남들이 봐도 친한 사이로 보일 정도였는데, 아마 요며칠 간의 모습이 화면에 찍혔다면 아무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게 분명했다.

설마 그때 내가 긴장한 거 눈치챈 건 아니겠지. 그것 때문에 내가 변태 같다고 생각한 건 아닐까. 준호는 괜시리 억울했다. 변태가 아니라도 여자가 그렇게 가까이 다가오면 남자라면 긴장하는 게 당연한 일 아닌가. 아직 어린애인데다 내가 저를 여자로 보는 것도 아니지만, 어쨌든 어른에 가까운 나이고, 남자도 아니지 않은가. 게다가 몸은 이미 완전히 성숙한 어른이나 마찬가지인데 말이다. 그런데 뺨이 부딪힐 듯 다가오는 데 어떻게 아무렇지도 않을 수가 있냔 말이야. 게다가 내가 다가간 것도 아닌데.

문득 준호는 고개를 절제절레 흔들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아닌 건 같았다. 어쩌면 정말로 그냥 그런 거 아닐까. 생각해보면 수향과 자신이 특별한 사이인 것도 아니었다. 그저 오가며 얼굴 몇 번 마주친 이웃 사이일 뿐, 그나마 밥 두어번 같이 먹은 게 다인데, 그 자신이 지금 너무 오바해서 생각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오가며 마주치는 이웃 사이라는 게 원래 친하지 않아도 그냥저냥 친한 척하면서 지내는 거 아닌가. 그러다가 뜸할 때도 있고 그러다가 또 친한 척 하고 다 그런 거 아닌가. 그저 그런 걸 가지고 스스로가 너무 과하게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건지도 몰랐다. , 나도 몰라, 생각하지 말자.

그러나 그런 수향의 냉랭함이 일주일을을 넘어가자 준호는 드디어 평정심을 잃고 말았다. 준호는 인터넷으로 필요도 없는 물건을 주문한 뒤 다음날 수향에게 문자를 보냈다. 택배를 받아달라고 부탁한 것이다. 말을 걸 구실이었다. 그리고 저녁에 자신의 집으로 좀 가져다 달라고 할 셈이었다. 잠시라도 붙들어 앉혀놓고 말을 해봐야할 것 같았다.

퇴근한 준호는 잽싸게 샤워를 한뒤 옷을 갈아입고 수향에게 문자를 보냈다. 답이 없었다. 준호가 초조하게 그녀를 기다리는 데 마침내 초인종이 울렸다. 그런데 누군지 묻지도 않고 문을 열고 보니 뜻밖에 해준과 유경이 문밖에 서 있었다.

안녕하세요, 유 형사님. 동네 참 좁네요.”

명랑하게 해준이 인사를 건넸다. 청바지 차림의 유경도 함께 미소를 보냈다. 안그래도 자그마하고 앳된 그녀가 화장기없이 캐쥬얼한 사복차림을 하자 정말로 여고생 정도로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준호는 고갯짓으로 인사에 답하고 길을 터주었다. 일 때문에 온 건가. 무슨 일인지 그도 내심 궁금했었다. 해준은 손에 들고 있던 작은 쇼핑백을 준호에게 건네고 제집처럼 편하게 소파에 몸을 기댔다. 유경도 그 옆에 살짝 걸터 앉았다. 준호는 쇼핑백 안에 들어있던 쥬스병을 꺼내 잔에 따라 손님들에게 내주었다.

그리고는 식탁 의자를 끌어와 그 앞에 앉았다.

무슨 일입니까? 팀에서는 모르는 거 같던데.”

글쎄요. 일인지 아닌지도 아직 모르겠네요.”

해준은 여기에까지 이르게 된 경위를 간단히 얘기해주었다. 이상한 제보전화부터, 그날 이후 조금씩 혼자 조사를 시작한 일이며, 그러다 우연히 자해하는 아이들이 자주 모인다는 계정을 알게되었고, 거기서 정말 운이 좋게도 부분적으로 별무늬가 보이는 자해흔 사진까지 한장 발견했음을 알려주었다.

그런데, 다들 익명이라 그 사진 주인이 누군지는 몰라요. 그래서 그 사진주인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남긴 글들을 모조리 읽어보다가, 그 학생이 이 아파트에서 그룹과외를 받고 있다는 걸 알았죠. 그래서 결국 이 순경까지 투입, 뭐 그렇게 된 거에요. 제가 아쉽게도 교복이 안 어울려서 말이에요.”

해준은 농조로 말을 마쳤다. 껑충하니 키가 크고 미모가 화려한 해준에게 확실히 여고생 컨셉은 좀 무리였다. 심지어 실제 고등학생 때도 해준은 어디가든 항상 성인 대접을 받곤 했었다. 한창 방황하며 클럽을 제집 드나들듯 할 때도 단 한번도 신분증 검사 따위는 받아본 적이 없었다. 경찰이 출동했을 때에도 태연하게 맥주병을 나발불며 혀를 차고 있으면 아무도 해준을 건드리는 사람은 없었다.

그래서 뭐 좀 알아낸 건 있나요?”

아직요. 이제 좀 초조해지려고 하네요. 대충 애들을 살펴보면 후보자가 좁혀지지 않을까 했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아요.”

해준이 가방을 뒤적여 담배를 꺼내려다 준호의 눈치를 보는데, 그때 또다시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 준호는 속으로 타이밍 한번 개떡 같다며 욕을 퍼부었다. 조용히 얘기 좀 해보려고 했더니, 젠장. 준호가 문을 여니 아니나다를까 수향이 주소딱지가 붙은 작은 상자를 들고 서 있었다. 그리고 상자를 건네고는 여전히 차가운 표정으로 안녕히계세요, 하고 간단히 인사만 하더니 몸을 돌려 가려고 했다. 그때 해준이 호기심에 문간까지 나와 밖을 기웃거리다 말을 걸었다.

누구에요?”

젊은 여자 목소리에 놀란 수향은 자기도 모르게 준호 너머로 집안을 들여다보았다. 딱 보기에도 왠지 프로페셔널한 전문직 여성일 것 같은 성숙한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화려한 미인이 빙글빙글 웃으며 수향을 바라보았다.

아무렇게나 잠바를 걸친 차림새임에도, 그대로 멋있고 섹시해보이는, 모델 같은 느낌의 여자였다. 수향의 표정이 대번에 변했다. 준호는 수향이 무슨 상상을 하고 있는지 눈에 보이는 것 같았다. 이대로 그냥 보냈다가는 정말로 돌이킬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준호의 입이 멋대로 움직였다.

잠깐 들어올래?”

준호의 말에 두 여자는 동시에 놀랐다.

너 혹시 친구 중에 중부고등학교 다니는 애 있어?”

급하게 둘러댄 말치고는 너무나 그럴듯해서 준호는 스스로도 감탄했다. 더구나 계속 수향에게 해준을 소개해줘야겠다고 생각해오지 않았던가. 자연스러운 기회였다. 순간 수향의 표정에 당황한 기색이 어렸다.

학생이야?”

해준도 솔깃한 기색이었다.

이웃인가봐요. 그래, 잠깐 들어와. 과자라도 먹고 가.”

해준이 준호의 손에 들린 택배상자를 보면서 말했다. 수향은 거절해야한다고 생각했으나 호기심을 억누를 수가 없어 다소곳한 척 권하는대로 집안으로 들어갔다. 나 은근히 여우 기질이 있나. 누가봐도 여우인 미향과는 완전히 달라 언제나 주변에서 곰 취급을 받는 그녀인지라, 그런 자신의 모습이 낯설어 수향은 속으로 웃음이 나왔다.

실내로 들어선 수향은 곧장 또다른 사람이 있음을 발견했고, 그녀가 엘리베이터 안에서 본 그 여학생이라는 것도 단번에 알아차렸다. 순간 수향은 뭔가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삼인용 소파에 끼여앉아 과자와 음료수를 대접받으며 자신의 생각이 맞았음을 확인하게 되었다. 구체적인 얘기는 하지 않았지만 빙빙 에둘다가 슬쩍 껴내는 해준의 질문들에 수향은 그녀의 진짜 관심사가 무엇인지 알수 있었다.

요즘 학교는 우리 때하고는 또 많이 다른가봐. 사고치는 애들이야 언제나 있었지만, 이런 식은 없었는데, 아님, 내가 몰랐나. 주변에 혹시 자해하고 그런 애들 있다는 얘기 들어본 적 있어?”

수향은 미향에게 들었던 얘기를 떠올렸다.

자세히는 잘 모르겠어요. 그냥 요즘 들어 단속이랄까, , 학교에서 좀 그러긴 하는 모양인데, 되게 생각없이 그러는 것 같아요. 마구잡이로 애들 닦달하는 것보면 좀 어이가 없달까. 그렇게 단순한 사태가 아닐텐데. 아마 어른들도 당혹스러운 거겠죠. 사회가 너무 갑자기 변하다보니까 지금 어른들이 옛날에 겪었던 어린시절과 요즘 애들이 겪는 어린 시절은 너무 다르잖아요. 도저히 이해가 안 되니, 어떻게 대해야할지도 감이 안 오고 뭐, 그런 것 같기도 하고요.”

수향의 지나치게 어른스러운 대답은 듣는 사람에게 우스꽝스러울 정도였다. 해준은 그런 수향이, 다큰 숙녀처럼 새침하게 구는 대여섯살짜리 계집애를 보는 것처럼 깜찍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지나치게 조숙한 아이를 볼 때 종종 느끼는 불편한 기분도 들었다.

잘은 모르지만 일반적인 문제행동하고는 좀 다르겠죠.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더 많을 테구요. 주변에서는 나무랄 데 없는 모범생으로 여겨지는 경우도 많다고 들은 것 같은데요.”

준호가 한마디 보탰다.

, 좀 알아보니까, 그렇더군요. 하기사 오죽 풀 데가 없으면 자기를 상처입히겠어요. 타인을 상처입히는 게 차라리 건강한 거죠. 저도 이 세계를 알게되니까, 문제아라도 싸우고 다치고 부딪히고 깨지고 사는 애들이 차라리 나은 건가 싶더라구요.”

사실 해준은 수향이 말하는 그런 행동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사람에 가까웠다. 하지만 내용과는 달리 그녀의 말투에는 따뜻한 안쓰러움이 담겨있었다.

애들을 그렇게까지 몰아가는 사회가 한심한 거죠. 애들이 뭘 보고, 뭘 생각하고, 뭘 느끼면서 자라게 만들고 있는지, 어른들은 정말 많이 반성해야해요. 애들이 무조건 천사처럼 순진하다고 믿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지금 이 사태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어른들에게 있지 않나 싶어요.”

동화작가라는 직업상 수향에게 그 문제는 예전부터 진지한 관심사였다. 미향이에게 처음 자해를 하는 아이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 그리고 이제는 그런 아이들이 공개적으로 자기들끼리 결속해 하나의 문화를 이루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을 들었을 때 수향은 진심으로 가슴이 아팠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아이들이 스스로 고통을 찾을까요. 그냥 주어지는 고통도 너무나 많은 세상인데. 그런 생각이 들면 어쩌면 애들은 그저 배운 데로 답습하는 거 아닌가 하는 싶을 때가 있어요. 배운 거라고는 고통 뿐인 아이들. 가르쳐주는 거라고는 고통 뿐인 사회. 정말로 끔찍하죠?”

수향은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 그리고는 세 사람의 눈길이 동시에 자신을 향하는 것을 깨달았다. 또 이상한 소리를 했나. 한번씩 그럴때가 있었다. 사람들이 얘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하는 눈빛으로 쳐다보는 때 말이다. 준호가 잠시 헛기침을 하더니 말을 이었다.

, 그럼 넌 그런 쪽으로는 별로 구체적으로 아는 게 없구나?”

, 도움이 못 돼서 죄송해요.”

수향은 내심 미향에게 전화를 걸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형사님들이시네요. 학생으로 그러니까 뭐, 일종의 위장잠입 같은 걸 하고 계신 건가요?”

수향이 세 사람을 번갈아 쳐다보다 마지막으로 유경에 눈길을 주며 말했다. 그러자 처음부터 끝까지 말없이 듣고만 있던 유경이 살짝 놀라듯 말했다.

엘리베이터에서 한번 봤죠? 용케 기억하네요.”

수향이 민망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준호에게 터무니없는 오해를 품었었다는 사실이 부끄러워서였다.

형사님하고 아는 사이인 것 같길래 눈여겨봤었어요.”

아는 사이인 줄 어떻게 알았어요?”

그냥, 그냥 서로 다른 사람 모르게 쳐다보시는 것 같아서요.”

내가 그랬나, 되게 예민한 친구네요. 똑똑하기도 한 것 같고. 혹시 모르니까 친구들한테는 내 이야기 하지 말아줄래요?”

물론이죠. 걱정마세요. 아무한테도 말 안할게요. 그런데, 무슨 일인지 여쭤봐도 되나요?”

아직까지 구체적으로는 말할 것도 없어. 아무튼 앞으로도 혹시라도 뭐 듣는 거 생기면 좀 알려줄래. 부탁해도 될까?”

해준이 말을 이었다.

, 그럴게요.”

미향이 선선히 대꾸했다.

그날 이후로 준호에 대한 수향의 태도가 제자리를 찾은 건 물론이었다. 그러나 준호는 여전히 어리둥절한 채였다. 느닷없이 차가워지더니, 또 이유도 없이 원래대로 돌아온 건 무엇 때문일까. 정말 그냥 내 오해였던 건가. 준호는 그렇게밖에 생각할 수 없음에도 무의식중에 자꾸만 그 문제를 속으로 되새겼다.

 

준호가 새로 맡은 컨설팅 사기 건 때문에 외출을 했다 돌아오는데, 입구에서 박성식이 수갑을 찬 양복차림의 중년남자를 끌고 들어가고 있었다. 남자는 나이가 있는데다, 옷도 잘 입고, 비싸보이는 시계에, 스타일리시한 안경, 세련된 헤어스타일 따위로, 경찰서를 들락거릴 만한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다.

사깁니까?”

준호가 박성식과 어깨를 나란히하고 사무실로 들어가며 물었다.

일종의? 복잡해. 원조교제인지, 미성년자 간음인지, 혼인빙자간음인지 강간인지 나도 뭔지 모르겠네.”

한마디로 미성년자와 모종의 관계를 가졌다는 뜻이었다. 박성식이 말하는 것과 같은 경우는 드물지 않았다. 상대여자가 미성년이기는 하지만, 둘이 서로 사랑한다고 우기면 여자가 만십육세 이상인 경우는 처벌할 수 없는 게 현행법이었다. 둘이 싸우고 홧김에 남자를 미성년자 성폭행범으로 집어넣고는 후에 그런 게 아니었다며 말을 바꾸는 경우도 왕왕 있었기 때문에, 이런 일은 골치가 아픈 일이라기보다 귀찮은 일거리라고 할 수 있었다.

뭐 또 사랑타령인가봐요.”

이번에는 그건 아닐라나봐. 이 놈이 사귄 여고생이, 들킨 것만 세 명이라니까. 심지어 여중생도 몇명 꼬시려고 한 정황까지 있다면서 피해자가 펄펄 뛰고 난리야.”

, 준호도 기가 막힌 나머지 말문이 닫혔다. 천성이 진지하고 여자를 밝히는 편도 아닌 준호에게는 변태 범죄자야말로 언제봐도 도무지 이해가 안 가는 족속 중의 하나였다. 도대체 아무 의미없는, 그저 물질에 얽매여 얻는 쾌락이 대체 어떤 종류의 것일까 상상조차 가지 않았다. 게다가 아무리 어리다지만 여고생이면 그래도 클만큼 컸는데, 아무 생각 없이 저런 놈한테 당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면 내심 은근히 피해자들에게마저 한심한 생각이 들곤 했다.

준호는 책상 앞에 앉아 그새 또다시 쌓여있는 서류더미를 피로한 눈길로 바라보았다. 오늘도 열두시 전에는 못 나가겠구만. 그렇다는 건 오늘도 수향을 만날 가능성이 없다는 뜻이었다. 준호는 다시 되돌아온 수향의 미소를 떠올리다 문득 뭔가 머릿속을 스치는 것을 느꼈다. 그의 눈 앞에는 수갑을 찬 조금 전의 중년남자가 박성식 앞에 앉아 있었다. 설마...? 설마 혹시 나를, 그러니까 나를 저런 놈으로...? 나와 이 순경 사이를 의심해서?

준호는 곰곰이 지나간 일들을 되새겨보았다. 그리고 그럴수록 자신의 생각에 확신이 더해졌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순간 왠지 싸늘해졌던 표정과, 자신의 집에서 해준과 유경을 보고 난 후 완전히 마음이 풀린 듯했던 수향의 모습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형사님이랑 남들 모르게 아는 척 하는 것 같아서라던 그녀의 말도 생각났다. 그러니까 나를 지금 저런 놈으로 생각했다는 거지. 준호는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르는 것만 같았다. 이 쬐끄만 게 진짜 사람을 뭘로 보고.

 

이튿날 밤 아홉시도 넘은 시간, 수향은 잘 준비를 하고 있었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침대에서 책을 읽다가 잠드는 게 수향의 습관이었다. 수향이 집어든 건 고양이가 좋아하는 고양이를 기르는 법이라는 책이었다. 빌라 때문이었다. 동물을 좋아하지만, 수향은 녀석들이 아픈 것도, 죽는 것도 감당할 자신이 없어 기를 엄두를 내본 적이 없었다. 따라서 이런 종류의 실용서는 처음 읽어보는 것이었는데, 생각보다 재미가 있었다. 수향이 책을 들고 침대에 들려는데 문득 전화가 울렸다. 발신자는 준호였다.

이제껏 문자는 몇 번 받아봤지만 한번도 전화가 온 적은 없었기에 수향은 깜짝 놀라 얼른 전화를 받았다.

뭐해? 벌써 자?”

아니오, 아직은. 그런데 왜 그러세요?”

그런데 한밤중에 전화를 건 사람치고는 준호의 목소리가 너무 당당해 수향은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잠깐만 와봐, 뭐 좀 물어볼 게 있어.”

? 어딜요? 형사님 집요? 지금요?”

놀란 수향의 말에 연이어 물음표가 달렸고, 거기에는 살짝 준호의 무레한 행동에 대한 항의의 뜻도 담겨있었으나, 준호는 그에 아랑곳도 하지 않았다.

잠깐이면 돼. 지금 퇴근해서 그래. 기다릴게

준호는 제말을 마치더니 수향의 대답을 듣지도 않고 끊어버렸다. 수향은 잠시 어이가 없어 멍하니 있었다. 평소의 섬세하고 예의바른 준호가 아니었다. 게다가 한밤 중에, 아무리 어린애라고 생각한다지만, 여자를 남자 혼자 사는 집에 오라가라 하다니.

무슨 일이 있나. 설마 전에 얘기했던 사건에 관한 뭐 급한 일인가. 하지만 나한테 급하게 얘기할 일이 뭐가 있어. 수향은 머릿속이 복잡해진 채로 옷을 갈아입고 준호의 집으로 갔다.

준호는 전날처럼 식탁 의자를 놓고 앉아 있었다. 수향을 보고도 인사의 의미로 고개만 까딱일 뿐 말이 없이 묵묵했다. 소파를 비워둔 건 수향에게 거기 앉으라는 뜻인 듯했다. 수향은 뭐가 뭔지 어리둥절한 채로 죄인처럼 준호의 눈치를 살피며 소파에 앉았다.
무슨 일이라도 있으세요?”

너 한동안 나한테 화나 있었지? 솔직히 말해.”

준호는 다짜고짜 본론을 끄집어냈다. 피의자를 다루는 데 이골이 난 준호는 기습이 얼마나 효과적인지 잘 알고 있었다. 아무런 준비가 되지 않았을 때 즉각적으로 나오는 반응만큼 솔직한 건 없었다. 과연 수향의 얼굴에 당황감이 퍼졌다. 놀라는 게 아니라 당황한다는 건 준호의 말이 맞다는 뜻이었다.

내가 이순경하고 이상한 관계라고 생각한 거지?”

수향이 자기도 모르게 준호의 시선을 피했다. 거짓말에 익숙지 않은 수향의 표정은 더없이 정직했다. 준호가 정답을 맞힌 것이다.

, 설마 설마 했더니, 진짜 그거였어? 도대체 뭘 보고 그런 엉뚱한 생각을 한 거야? 내가 어딜 봐서... 나참, 기가 막혀서 정말.”

준호의 황당하다는 반응에 수향은 민망하고 부끄러운 나머지 고개를 푹 숙였다.

, , 정말, 너한테 내가 그정도밖에 안 돼보이냐? 대체 사람을 뭘로 보고... 니 눈에 정말 내가 그런 변태 같은 놈으로 보여? ...혹시 그때 그거 아직 마음에 담아 두고 있는 거 아니지? 그거 진짜 영민이가 장난한 거야.”

수향이 변태라는 말에 펄쩍 뛰었다.

아니에요. 그런 거 아닌데.,,”

아니긴 뭐가 아니야, 날 아직 교복 입고 다니는 어린애나 꼬시고 다니는 변태라고 생각한 거 아니야, 그러니까.”

그런 거 아니라니까요. 성인이 미셩년자 만난다고 다 변탠가요 뭐, 서로 좋아하면 만날 수도 있죠.”

순간 화를 내던 준호의 표정이 미묘하게 어색해졌다. 수향은 그저 평소 편견 없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히 말한 것뿐이었으나, 준호의 표정을 본 순간 자신의 말이 이중적인 의미로 들릴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자 그녀도 덩달아 어색해졌다.

그러니까, 제 말은... 죄송하다구요.”

잠시 둘 사이에 어색하고 긴장된 침묵이 흘렀다. 그러다 돌연 수향이 날을 세우고 따지듯 물었다.

그래서, 지금 그거 따지려고 이 시간에 자는 사람 불러내신 거에요?”

그러나 준호는 어림없는 기색이었다.

이게 진짜, 뭘 잘했다고 큰 소리야, 너 지금. 싹싹 빌어도 모자랄 판에. 일주일도 넘게 사람 투명인간 취급해놓고서.”

역공은 효과가 없었다. 그렇다면 작전을 바꿔야했다.

퇴근하셨다면서요? 식사는 하셨어요? 안 하셨죠?”

준호는 갑작스런 화제 전환에 어안이 벙벙해 수향을 바라보았다.

반찬 없으시죠? 오늘 된장찌개 끓여둔 거 있는데 잠깐만 기다리세요.”

수향은 준호가 미처 뭐랄새도 없이 달아나버렸다.

 

-육체라는 이름의 악마. 훌륭한 사람이 되는 게 어려운 일이라면, 나 자신이 되는 건 쉬운 일일까. 알에서 깨어난 새끼가 어미새가 되는 것, 새끼 사자가 어른 사자가 되는 것, 모든 이 세상의 새끼들이 성체로 거듭나는 과정은 과연 쉬운 일일까. 자란다는 과정은 과연 쉬운 일일까. 언제나 어제와 다른 육체와 정신을 갖게 되는 것, 그래서 항상 새로운 감각이 깨어나고, 그것에 휘둘리는 일, 어느때는 육체가, 어느 때는 정신이 앞서며 항상 몸과 마음이 어색하게 따로 노는 일, 그것을 겪어내는 게 과연 쉬운 일일까. ‘육체의 악마라는 제목이 마음에 든다.

-이번 정기모임은 재규어에서 하려고.

-, 뭐야, 그 아저씨 분위기는?

-조용해서 좋아. 그리고 생각만큼 그렇지는 않아.

-아라는 온대?

-오겠지.

 

준호는 해준에게서 들은 몇몇 싸이트에 접속해 이것저것 살펴보다가 문득 어딘가 낯익은 듯한 느낌이 드는 글 하나를 발견했다.

 

-호수는 고요하다. 언제나 평화롭다. 붉은 태양이 대지를 뜨겁게 달궈 목마른 짐승들의 행렬이 줄을 이어도, 여행하는 철새떼가 하늘을 새까맣게 뒤덮으며 몰려와도, 그건 모두 한때 뿐이다. 어떤 것도 감히 호수의 고요를 깨뜨리지는 못한다. 다만 한없이 고요하고 적막한 세계, 그렇기에 호수는 겨울이 오면 이내 얼어붙는다. 숨도 쉬지 못할, 차가운 고요와 경직이 호수는 고통스럽다.

꽁꽁 얼어버린 호수는 끊임없이 파도치는 바다를 부러워한다. 누군가 바다는 계속 움직이기 때문에 얼지 않는다고 호수에게 말해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호수는 바다로 갈 수 없다. 그저 먼곳에서 바다를 그리워할 뿐이다.

그런데 어느날 기적처럼 바다의 목소리가 들렸다, 너의 고요가 부럽다는. 호수는 그렇지 않다고 고개를 저었다. 나는 너의 생명력이 부러워. 언제나 끊임없이 출렁이고 싶어, 그러면 얼지 않을 수 있다고 했어. 대신, 미칠 듯한 폭풍우가 있지, 세상이 뒤집힐 것처럼 울렁거리고 하늘이 찢어질 듯 번쩍거리는 공포스러운 밤이 있어. 나는 그게 무서워. 너처럼 항상 고요하고 싶어.

 

그 내용은 얼마 전 우연히 수향의 집에서 읽게 된 동화책 한권과 매우 비슷했다. 동화책의 제목은 호수 소년과 바다 소녀였다. 요약하자면 마음이 종종 얼어붙는 한 소년과 이따금 마음이 요동치는 것 때문에 괴로운 한 소녀의 이야기였다. 세부적인 것은 많이 달랐지만, 그 이미지가 무척 비슷한 느낌이었다. 수향이 저 창문에 뭐가 보이지라는 책을 꽂아둔 책꽂이를 흘깃 살펴보다가 우연히 눈에 띄어 펼쳐본 책이었다.

준호는 수향에게 전화를 걸었다.

바빠? 아니에요, 말씀하세요. 지금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어? 잠까만요, 노트북으로 할게요. 근데 무슨 일이세요? 아니, 별일은 아닌데, 좀 묻고 싶은 게 있어서. 켰어요. 그럼 미미의 돌아오지 않는 강한번 검색해 보겠어. , 찾았어요. 블로그네요. 그래 거기 한번 들어가 봐. 들어가서 보면 최근글에 호수와 바다라는 게 있는데 한번 펴봐.

수향이 준호의 말대로 그 글을 펴서 읽어내려가다 흠칫 놀랐다. 그 내용이 자신이 쓴 책 한권의 그것과 많이 닮았기 때문이었다. 누가 왜 이런 글을 올렸을까. 정말 자신의 책과 연관이 있는 걸까. 그리고 준호는 왜 이것을 그녀에게 보라고 한 것일까 한꺼번에 많은 의문이 머릿속에 스쳐갔으나 다행히 준호가 곧 설명해주었다.

이건 노형사한테 들은 싸이튼데, 보다 보니까 이 내용, 얼마 전에 너희 집에서 본 책이랑 내용이 비슷한 것 같아서 한번 물어보려고. 우연이라기에는 이미지가 특이한 것 같아서 말이야. 그리고 혹시 그 동화책에 얼핏 봐서는 잘 모르는 뭔가 숨겨진 내용 같은 게 있을까. 이를테면 뭐 자해하는 애들과 연관된 이미지라든지...

수향은 심지어 책을 쓴 작가건만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자기가 쓴 책에 자기도 모를 뭔가가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봐야 하는 상황이라니. 웃을 수도 없는 묘한 상황이었다.

글쎄요. 정말 내용이나 이미지가 비슷하긴 하네요. 작가의 의도를 생각해봤을 때 유소년 아동들의 우울증에 관해 쓰려고 한 거니까, 뭐 아주 연관이 없는 것도 아니구요. 하지만 그렇다고 딱히 특별하게 떠오르는 건 없는데요.

우울증이라... 그래, 아무튼 고마워. 혹시 뭐 달리 생각나는 게 있으면 연락줄래? 그럴게요. 점심 땐데 밥은 먹었어? 아니요, 이제 먹으려고요. 왠일로 아직 안 먹었어, 벌써 한신데. 오늘 요가 클래스가 좀 늦춰져서 이제 들어왔어요. 형사님은 식사 안 하세요? 해야지. 너도 얼른 먹어, 배고프겠다. , 그럼 나중에 뵈요.

나중에 보자는 수향의 마지막 인사말에 준호는 은근히 흐뭇해졌다. 준호는 잠시 아쉬운 듯 전화기를 들여다보다 내려놓고 다시 노트북 화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때 갑자기 옆에서 영민이 불쑥 튀어나왔다.

아니, 누구길래 그렇게 정성껏 끼니를 챙기십니까?”

깜짝이야. 뭐야, 왜 남의 통화를 엿듣고 그래?”

누구예요?”

누구면?”

아니, 그냥 궁금하잖아. 그렇게 수상쩍은 대사를 읊은 다음에 애틋하게 전화기를 쳐다보고 있으면 그거 완전 궁금해 하라는 뜻 아닌가. 누구예요, ?”

준호는 상대도 않고 노트북 화면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영민은 더 엉겨붙으려다가 마침 해준이 지나가는 것을 발견하더니 그녀를 붙잡으로 뛰어갔다. 해준이 사무실을 나서려는 데 영민이 곁으로 다가와 말없이 그녀의 소매를 잡아당겼다. 해준이 잠시 움찔하더니 영민을 알아보고 나자 역시 말없이 눈으로 이유를 물었다. 그녀의 구겨진 인상은 이게 뭐하는 짓이야?하는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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