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스트릿 오픈에 부쳐 - 키안P

텍스트릿 2018.05.03 22:26 조회 수 : 136

장르비평 담론장을 표방하는 '텍스트릿'이 4월 29일 정식 오픈을 하였습니다.
이곳의 대표인 마루님은 4월 17일 트위터에서 아래와 같이 트윗하였습니다.
 
 
"1. 텍스트릿은 텍스트+스트릿의 약자입니다. 사실 여기엔 '애니큐어'라는 커뮤니티의 존재가 한몫을 했습니다. 애니메이션, 라이트노벨을 비롯한 각종 일본발 서브컬쳐의 담론을 여기서 포식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공간에서 웹소설과 판타지 소설의 담론은 공간과 멤버의 충실성을 떠나 주제가 다르다-라는 느낌이 들어서 '애니'라는 언명에서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그럴 때 장르문학이라는 정체성 하에서 대척점은 '텍스트'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텍스트릿이란 이름은 '텍스트'에서 모리 요시타카의 '스트리트의 사상'이 합쳐진 개념입니다.

 

 

(중략)
12. 논란도, 탈도, 말도 많지만 제가 트위터를 떠나지 않는 큰 이유는, 여러분들이 장난처럼 던진 잡담에서 의외로 소재를 많이 얻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러한 SNS담론을 긍정하는 가장 큰 이유가 지금, 여기에서 가장 필요한 화두를 여러분들이 수없이 많이 던진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화두를 발굴-규명-해석-진단-예측 까지 다 할 수 있을 정도로 능력자가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분의 시각에 제가 부족하나마 알고 있는 정보를 이리저리 끼워맞춰서 설명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정리하고, 이야기한다고 생각합니다. 꾸준히 접속해있겠습니다."

 

 

 
 
여기에 저는 애니큐어 공식 트위터 계정(@foraninaissance)으로 위 트윗을 인용하며 아래와 같이 트윗하였습니다.
 
 
"1.1. 애니큐어는 00년대 후반, 여럿 존재하던 일본발 서브컬처 블로그-카페의 수박겉핥기 리뷰문화에 키안님이 불만을 느낀데서 시작되었습니다. 이름에 '애니'가 붙은 것은 일본발 서브컬처의 중심무대가 애니메이션이라는 판단에서였고, 그 이름처럼 '아니메'로 묶이는 것들이 카페서 다루는 주요 대상이 되었습니다.
1.2. 위와 같은 이유로, 애니큐어가 지향하는 것은 아마추어들의 생활리뷰('생활체육'의 어감)의 상향평준화입니다. 이는 분명 프로 글쟁이들이 모인 웹진 형식과는 크고작은 차이들이 있습니다만, '상향'을 바라본다는 점에서, 이야기를 창출하는데 도움이 되는 많은 선행 담론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1.3. 그동안 '장르문학'에 대해 다루는 웹진은 '거울'이 있었지만, '텍스트릿'이 보여줄 또 다른 모습도 기대합니다. 애니큐어는 여러곳에서 배움을 찾고자 합니다. 텍스트릿에서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글에서는 위 세 트윗에 대해 몇가지를 보강하고자 합니다.
 
 
1.1. 제가 애니큐어를 시작하기 전에 가장 먼저 했던 일은, 애니큐어와 같거나 비슷한 지향을 지니는 사이트가 있는지를 알아보는 일이었습니다. '문학'이나 '인문학' 등과 관련해서는 그런 사이트가 종종 있었으나, '서브컬처'에 관해서는 좀처럼 없다는 판단 하에 애니큐어는 시작되었습니다. 그 이후로도 소위 '서브컬처 리뷰&비평'을 지향하는 사이트가 새로 만들어지는지, 새로 개장한 곳은 어떻게 되는지 등을 나름 모니터링 하였고, 그동안 시간이 지남에 따라 많은 사이트들이 오픈하기는 했지만 오래가지 못하고 동결(접속은 가능하지만 글이 업데이트되지 않음)되었습니다. 혹은 사이트까지는 아니더라도 작은 모임들이 있었지만, 오래가지 못하였습니다. 그들의 명칭을 제가 일일이 열거하지는 않겠습니다만 이는 그만큼 소위 '제도권 비평'으로부터 다른 움직임을 꾀하는 시도들 또는 '서브컬처 비평에 대한 수요'가 있기는 했지만 또 많이 실패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애니큐어는 상기한 그 목표를 달성했느냐?라고 말한다면, 천천히 가고는 있습니다만 순조롭다고 이야기하기는 어렵습니다. (물론 엄밀히 말하자면 애니큐어는 비평보다는 리뷰를 '주'로 세우고 있으며 '리뷰'와 '비평'은 조금 다릅니다만, 리뷰는 '비평적' 에세이로써 그 결을 같이하는 만큼 이야기를 계속해보겠습니다.)
 
1.2. 최근에 웹툰인사이트와 함께 리뷰대회를 개최하면서 든 생각은 이런 기회를 보다 자주 만들어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리뷰대회가 이곳저곳에 흩어져있는 리뷰어들을 적어도 대회장으로 결집하고 발굴하는 역할을 한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리뷰어가 다른 리뷰어를 마주치는 교통이 가장 핵심적이지 않은가 합니다. 이야기와 이야기가 마주칠 때에야 또 다른 이야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열립니다. 달리 말하자면, 리뷰를 직접 '쓰는 사람'과 '쓰는 사람'이 만나야 새로운 '쓺'이 나오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그렇다면 역설적으로, 리뷰어들간의 교통과 마찰이 없다면 그 장은 곧 동결되고 마는 것입니다. 하여 리뷰대회 그 자체도 중요하긴 하지만 그 이후의 가능성들을 잡아내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1.3. 이번 대회의 심사총평에서 푸른봄님이 말씀하신 "좋아하는 것을 꾸준히, 그리고 깊게 파는 유희도 없을 것입니다."라는 문구가 기억에 남습니다. 비슷한 이야기를 저도 계속해서 하고 있기는 하지만, 애니큐어의 구성에 대해 설명할 때마다 저는 결코 이곳이 전문적인 웹진이나 프로 집단이 아님을 언급합니다. 물론 애니큐어 시민분들 중에서는 서브컬처와 관련하여 연구하는 분도 계시고, 돈만 받지 않지 이미 프로에 가까운 수준의 글을 쓰시는 분도 계십니다. 하나 그러한 분들까지 포함하여 네이버 카페 같은 공간에 글을 게재하는 이유는 거기서 어떤 만족감을 얻어가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 만족감이 어떤 형태의 것인지는 구체적으로는 각자에게 다르겠으나, 나-당사자로서 타자-당사자를 (온라인에서는) 가장 가까이서 마주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가늠합니다.
 
우리가 오타쿠 자신으로서 서브컬처를 리뷰하거나 비평하는데 있어서 가지는 강점은 바로 우리 자신이 오타쿠라는 '당사자성'입니다. 마루님은 텍스트릿을 소개하는 문구에서 "장르문학에 대한 비평과 논의는 대부분 장르문학의 바깥에서 장르문학을 타자화하여 이루어지는 것이 대부분"이며, "그러다보니 논의는 내부 사람들에게 잘 받아들여 지지 않고, 휘발되어버리는 경우가 많았"다고 언급합니다. 어떠한 장의 내부 규칙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은 바로 그것을 오래도록 향유해 온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들이 모여서 마주할 때 이뤄지는 이야기는 분명 그 장의 외부에서 들여다 볼 뿐인 이야기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오히려 장의 내부에서 오래도록 거처해 온 사람만이, 그 장에 대해 감히 '비평'할 자격이 주어지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한데 그러한 당사자성에 대한 규정이나 감각 역시 나와 타인과의 비교를 통해 이루어집니다. 해서 '나'와는 또다른 당사자를 만나는 것은 중요한 일입니다. 유희로서의 비평적 스탠스를 지속하는데도, 보다 나은 이야기를 위한 마주함을 위해서도 말입니다.
 
1.4. 물론 그러한 '마주함'이 그냥 이루어지지는 않습니다. 위에서 '교통'이라는 어휘는 그 사용을 거시적인 시선으로 얼버무리고 있지만 여기에도 커뮤니티 내부에서의 의도된 교통, 의도되지 않은 교통, 커뮤니티와 외부와의 교통 등 다양한 층위가 있습니다. 하여 이 지점에서, 마루님이 제게 말씀하신 것처럼, 엄밀하게는 애니큐어와 텍스트릿이 지향하는 것이 다르다하더라도, 우리는 모종의 교집합이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1.5. 저와 애니큐어는 서브컬처에 대해 '보다 넓고 보다 깊게' 접근하려는 시도를 언제나 응원하고, 이 점에서 텍스트릿의 출발에 문자로나마 화한을 보내드립니다.

 

 

+

 

오타쿠 서브컬쳐 담론공간 <애니큐어> 운영자이신 키안P님이 보내주신 축전입니다. 오픈 전부터 꾸준히 보내주시던 관심과 격려 감사드립니다.

출처 : http://cafe.naver.com/foranicultue/3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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