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랑야방과 타로 카드의 코트 카드에 대한 분석

 

(이 글은 2016년 블로그에 썼던 글입니다)

얼마전 꽂힌 중국드라마 랑야방을 보던 중, 몇몇 캐릭터의 인생과 타로 카드를 겹쳐서 생각해 보게 되었다.

타로 카드는 대체로 22장의 메이저 카드와 4원소 속성 10장, 그리고 원소별 코트카드 4장씩 해서 총 78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서 이야기의 주요 틀이 되는 몇몇 인물/가문은 이 4원소와 맞물려 이해하면 알아보기 쉽다. 사실 이 아이디어를 처음 떠올린 것은 12화였나. 언궐 국구님의 젊은 시절 이야기가 잠시 나올 때였다. 언궐 국구는 지금은 나랏일에도 아들에게도 관심이 없는 듯, 도가 수련에만 몰두하고 있지만, 젊었을 때는 나라를 구하기 위해 외교에 나선 젊은 문관이자, 황제의 총신이었다.

사실 이 드라마에서 노리고 매력적으로 만든 캐릭터들은 많다. 비밀을 간직한 채, 얼마 남지 않은 목숨을 다해 정왕을 태자로 만들고 역모죄를 쓴 가문의 명예를 회복하려 하는 고결한 주인공인 매장소/임수도 그렇고, 고직하고 일관되게 정의와 정도를 향해 걸어가는 정왕도 매력적이다. 임수의 옛 약혼녀의자 투희 속성을 지니고 있는, 러브라인 뿐 아니라 중요한 부분에서 임수와 정왕을 위한 키 역할을 하는 예황군주도, 비류나 몽 통령, 악역이지만 매력적인 예왕, 그리고 모두가 매장소 안의 임수를 안타까워할때 홀로 매장소 자체를 바라보며 그를 아끼는 린신 각주까지.

하지만 내 취향은 저 언궐 국구님이었다. 두뇌파 미중년은 원래 장르 불문 소중한 것인데다, 현실계와는 달리 덕질계에서는 짝을 잃은 남자, 홀아비 속성도 좋아한다. 아들에게 매정하게 구는데 사실은 아들을 목숨보다 사랑하는 아버지도 좋아한다. 얼마나 이런 속성을 좋아하냐 하면 어릴때 쓰던 소설에서 주인공의 아버지가 이런 속성의 총집편으로 나오는 바람에 주인공의 매력이 반감되어 버리기까지 했었다. 여튼, 그렇다 보니 국구님은 등장 분량은 적어도 내 덕질 포인트가 되어버렸다.

언궐 국구+예진 = 완드

이 국구님의 젊은 시절 장면은, 광야에서 그가 복슬복슬한 털 세 개가 달린 지팡이를 짚고 적진을 굽어보는 모습으로 한 컷 지나간다. 이 장면을 보고 완드 3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완드 3은 최초의 성공을 의미하며, 국구님은 3완드로 자신의 지혜를 증명하고 성공하고 나라를 구했다. 또한 5완드(경쟁)를 통해 자신의 군주를 황제로 만드는 데도 성공했다. 만약 그가 4완드, 결혼을 통해 행복해졌다면 그의 인생은 만사가 잘 풀렸으리라.

하지만 그는 6완드와 같은 영광은 얻었지만, 7완드, 내분을 겪는다. 정통성이 부족했던 황제는 자신의 총신들은 물론 친아들까지도 경계했으며, 그로 인해 8완드와 같이 신속하게 맏아들과 임씨 가문, 적염군을 역모로 몰아버린다. 지금의 국구님은 9완드와 같이, 세상을 향해 담장을 치고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지만, 그의 마음속에는 10완드와 같은 감당하기 어려운 감정이 남아 있었다. 매장소가 말리지 않았다면 그는 그로 인해 새로운 파국을 낳았을 것이다.

매장소를 만난 이후로 국구님은 킹완드가 되어 자리를 잡고, 분량은 적지만 이야기의 흐름을 이끌어나가게 된다. 완드는 4대 원소 중 유일하게, 그 자체로 생명과 강한 의지를 품고 있다. 그에게는 이야기 전반에서 제대로 챙기지 못했던 후계자 예진이 있으며, 페이지 완드로 생명력과 호기심이 강하던 예진은 국구님이 9-10완드에서 킹완드로 업그레이드될 무렵, 아버지와 흉금을 터놓고 비밀을 공유하며 나이트 완드로 업그레이드된다. 이 강력한 나이트와 킹이 진가를 발휘하는 장면은 역시 예왕의 반역 시퀀스다. 예진은 기꺼이 검을 들고 맞서 싸우며, 국구님도 두려워하는 황제와 신하들 앞에서 몸소 검을 들며, 황제에게 그의 젊은 시절을 일깨우고 보검을 들어 역적들을 토벌하시라 진언한다.

녕국후 일가 = 컵

녕국후 사옥은 이 드라마에서 가장 복잡한 인간 중 하나다. 그는 장공주를 손에 넣기 위해 미약을 썼으며, 결혼을 통해 신분상승을 꾀했다. 또한 아들 경예를 통해 천천산장과도 가족같이 지내며 이를 바탕으로 권력을 강화한다. 변화무쌍하게 모습을 바꾸고, 경계가 없이 잘 뒤섞이며, 감정에 충실한 녕국후와 그의 일가는 컵의 속성으로 보면 이해하기 편하다.

좋아하는 여자를 손에 넣기 위해 미약을 쓴 것은, 그가 사랑에 미숙했던 컵 2였음을 보여준다. 물론 순수한 사랑은 아니지만, 미숙한 사랑이었으니까. 그는 장공주를 사랑하지만, 장공주가 인질로 와 있던 남초국왕의 아이를 임신한 것을 무효로 만들고 싶어한다. 컵 4의 무심해 보이는 모습은 그런 그의 외면을 보여준다. 하지만 컵5와 같이, 그의 작전은 절반만 성공한다. 정확히는 같은 날 태어난 두 아이 중 천천산장의 아이가 목숨을 잃고, 경예는 살아남는다. 하지만 컵6과 같이 경예를 통해 천천산장이라는 강호 무림의 인맥을 손에 넣었으며, 이들은 무림인들 답게 한번 맺은 신의에 충실하다.

녕국후는 컵 7의 인간이다. 그는 자신의 욕망에 눈이 멀어 죄를 짓는다. 때문에 그는 컵 9, 소망의 카드까지 닿지 못한 채, 컵 8과 같이 유배를 당하게 된다. 그는 완성으로 가지 못한 채 유배당하고 죽는다. 그의 야심으로 인해 천천산장의 사람들은 배신을 당했고, 장공주와 그녀의 아이들 역시 연좌만을 면했을 뿐이며, 천천산장의 장남에게 시집보낸 딸은 아이를 낳다가 목숨을 잃는다. 그의 야심은 결국 가족의 행복, 컵 10까지 망쳐버린 셈이다.

녕국후부의 차남이지만 경예의 출생에 얽힌 사건 때문에 실질적으로 장남 대접을 받고 있는 사필은 나이트컵이며, 아버지가 도달하지 못한 킹컵을 향해 천천히 발전하는 캐릭터다.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퀸컵은 장공주다. 퀸컵은 킹소드과는 대척점에 놓여 있지만, 여왕으로서는 가장 강력한 속성을 지니고 있다. 그녀는 작품 후반부에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경예는 속성만으로는 페이지 컵인데, 경예에 대해서는 다시 설명하겠다.

임수/매장소 = 소드

중국판 랑야방 오프닝에서는 안개가 낀 듯한 배경에 수묵화같은 흰 나비가 날아다닌다.

나비는 변신과 영혼을 뜻한다. 즉 이 오프닝은 임수/매장소의 변신과, 그의 고결함을 의미한다. 또한 변신은 많은 경우 죽음과 재생을 의미한다. 중국에서는 어떤지 모르겠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봄에 처음 본 나비가 흰나비면 누가 죽는다는 이야기가 있었으니, 이 나비는 임수의 변신과 더불어 봄눈처럼 짧은 생애도 의미한다고 봐야 할 것이다. 물론 드라마가 정왕x임수를 대놓고 떠먹여주는 상황인 것을 감안하면 프시케 신화와 같은, 사랑을 의미한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그건 너무 멀리 갔고.

소드 카드의 본편에는 나비가 없는데, 코트 카드에는 나비가 그려져 있다. 소드는 지성과 영혼을 상징하고 원소 속성으로는 공기를 의미한다. 매장소의 지략과 신선과 같은 탈속적인 모습들은 이 소드의 전형적인 속성이다.

소드는 감정적으로 가장 고통받는 카드다. 그는 소드 2와 같이, 죽음과 삶이라는 양자택일의 갈등 속에서 변신이라는 제 3의 길을 택할 수 밖에 없었고, 소드 3과 같이 배신당했다. 소드 4의, 죽음과도 같은 휴식은 그의 고통스러운 투병=변신을 의미한다. 소드 5와 같이, 그는 대가를 치러야 했으며(무공을 잃고, 요절할 운명이 되었다) 소드 6과 같이 무리하지 않고 순리에 몸을 맡겨야만 했다.

하지만 그는 소드 7과 같이 위험을 무릅쓰고 세상에 나오기로 한다. 여전히 소드 8과 같은 속박에 휘감겨 있으며(약한 몸 때문에 마음대로 움직일 수 조차 없다) 소드 9와 같은 마음의 고통을 계속해서 감내하고 있다. 그리고 소드 10과 같이, 희망을 남기고 죽음을 맞이한다.

그는 소년장수 임수일때는 용감하고 빠르며 쾌활한 나이트소드였고, 소드의 여행을 통해 변신하여 우울하고 내면을 들여다보며 지혜롭고 냉정한, 필요하다면 모든 사람을 도구로 쓸 수 있는 냉혹한 킹소드가 되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야심 때문이 아닌 내면의 고결함으로 인해 그렇게 행동할 것이다.

퀸소드는 지혜로우며 퀸들 중 유일하게 무력을 쓸 수 있고, 최정안님의 분석으로는 과부/독수공방 속성이 있다. 예황군주다. 빠르고 날렵한 페이지소드는 비류를 의미한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정왕 = 펜타클

펜타클은 땅 속성으로, 여성적이고 정적이며 이성적이다. 정왕의 어머니 정비마마는 바로 이 펜타클 속성 그 자체이며, 땅 속의 씨앗처럼 인내하던 그녀가 마침내 그녀가 정귀비로 승격되는 순간은 9 펜타클에 해당하며, 마침내 퀸 펜타클로 업그레이드 된다.

한편 펜타클은 가장 고지식한 속성이기도 하다. 정왕의 고지식함은 이 부분에서 비롯된다. 그는 4펜타클로 발이 묶인 상태로(동해에 군사 훈련을 하러 갔다), 타로 78장 중에서 가장 비참한 운명을 가리키는 5펜타클, 적염군의 몰락과 기왕과 임수의 죽음을 맞닥뜨리게 된다. 이후 정왕의 인생은 6펜타클의 공명정대함을 따라가지만, 7펜타클과 같이 노력한 만큼의 성과와 칭찬을 되돌려받지 못한다. (황제에게 인정받지 못한다) 그러나 그는 8펜타클과 같이 꾸준히 노력하고, 귀비가 된 어머니(9펜타클)와 함께 영광의 자리에 올라 태자가 되고, 나이트펜타클에서 킹펜타클로 업그레이드하며 황제가 되지만, 사회적 성공은 거두었으나 고독한 10펜타클과 같이 그는 임수를 잃고 고독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외로운 싸움을 계속하게 된다.

펜타클은 정적이지만 한번 움직이면 우직하게 나아간다. 그가 움직일 수 있었던 것은 가장 빠르고 동적인 소드의 킹, 매장소(임수)가 그의 등을 떠밀며 함께 나아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지막에 그는 혼자 남는다.

메이저 아르카나는 누구를 따라가는가

표면적으로 볼 때 이 드라마는 죽은 것으로 알려진 임수가 매장소가 되어 금릉으로 나아가 정왕의 책사가 되고 그를 왕위에 올리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하지만 이야기의 시작과 각종 중요 포인트를 살펴보면, 이야기를 실질적으로 보이지 않게 끌어나가는 중심은 소경예로 볼 수 있다. 메이저 아르카나는 흔히 “광대의 여행”으로 불린다. 이 여행의 주인공인 광대는 처음에는 밝고 명랑하며 낙관적이다. 다소 혼란스럽고 그 앞길에는 위험도 있지만 그는 올곧고 씩씩하게 앞으로 나아간다.

경예는 매장소(마법사)와 하동대인(여교황)의 친구이며, 어머니 리양장공주(황후), 외삼촌인 황제(황제), 그의 내관이자 조용히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다른 축인 고담 대인(교황) 등을 만나며 이야기를 이면에서 이끌어간다. 그의 운명은 운명의 수레바퀴(녕국후의 몰락, 경예의 친부가 누군지 알려짐)를 기점으로 뒤바뀌며, 이후 그는 남초로 떠나 몇 화 동안 보이지 않는다. 타로에서는 영혼의 세계, 매달린 남자나 은둔자 등을 만나는 과정으로 표현된다.

그가 다시 현실의 세계로 돌아오는 것은 죽음과 악마, 탑을 경계로 하고 있다. 탑이 무너지며 현실로 돌아오는 카드의 주인공처럼, 그는 하강의 음모와 예왕의 몰락을 기점으로 성숙해진 채 금릉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그는 전면에 나서지는 않지만, 그의 응원으로 어머니인 리양장공주가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함으로써 카메라가 돌아가지 않는 부분에서 타로의 여행을 마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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