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소설 시장에서의 '여공남수'

밀밭 2019.03.27 14:43 조회 수 : 2184

- 밀밭, 2009년 <君子를 사로잡는 법>으로 데뷔, 현재 로맨스/BL/TL 총19종 출간

 

 

1. 들어가며

1) BL에서 유래한 개념 공수(攻守)

흔히 성관계 시 삽입하는 쪽 = 탑 역할을 ''으로, 삽입을 받는 쪽 = 바텀 역할을 라고 일컫는다. 캐릭터가 소심하고 수동적이며 소극적인 성격이라도 공이 될 수 있다. 이 경우, 이야기의 전개 상 주로 미인이며 활달한 성격의 수가 등장한다. 미인수가 떡대소심공을 찜한 다음에 올라타는 이야기도 많다. 성관계가 비중 있게 나오지 않는 전연령가 BL에서도 공수 역할은 정해져있다. 이미 작품 홍보 단계에서부터 oooo수 라는 키워드를 사용한다.

2) 여주인공이 주도하는 관계(Relationship)

공수 자체가 BL에서 유래한 개념이다 보니 HL 커플링을 설명할 때 자꾸 애로사항이 발생한다. BL의 공은 미인일 수도 있고, 소극적일 수도 있다. 정신적으로 수에게 복속되어있어서 BDSM 성향의 수가 시키는 대로 행동하는 것도 가능하다. 수 역시 마찬가지.

그들은 무엇을 해도 본인의 공수 위치를 위협받지 않는다. 이미 이야기 시작부터 공과 수가 정해져있기 때문. 대신 삽입 대상이 바뀔 시 흔히 '리버스' 키워드로 독자들에게 미리 알려준다.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여공남수 이야기를 읽고 싶어 하는 HL 독자들이 있는데 이들이 생각하는 여공남수가 서로 다르다는 점이다

(1)여주가 반드시 남주에게 삽입해야 한다 (2)삽입은 불필요하다. 여주가 주도적이고 성관계 시 적극적인 정도면 된다 (3)로판 웹소설 - 걸크러시 여주와 수줍고 조신한 남주 커플링이면 여공남수다 (4)기타 등등. 그리고 이들은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다. (1)을 원하는 독자가 (3)을 여공남수라며 맛있게 먹는 일은 드물다. 즉 여공남수는 논란의 여지가 많고 타깃(=)이 분산되는 소재라고 할 수 있다

 

 

 

 

2. 본론

1) 상업에서의 여공남수 선호도

우리는 헷갈리지 말아야 한다.

점점 여성서사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짐에 따라 기존의 '남공여수, 관계에서 벗어난 여공남수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는 듯하다. 특히 카카오페이지 로판을 중심으로 걸크러시 여주와 조신순정파 남주 커플링이 인기를 끌고 있다. 언젠가부터 사람들은 로판 영업을 할 때 조신남 키워드를 빼놓지 않는다.

하지만 조신남 단어가 등장한지조차 얼마 되지 않았다. 그리고 조금만 파헤쳐보면 남주들은 다정한 말투로 존대를 하는 등 일견 조신하지만, 사실 로설계에서 꾸준한 선호를 받는 소유/집착/질투 속성은 여전하다.

게다가 리디북스를 중심으로 한 단행본 시장에서 여공남수는 여전히 마이너 중의 마이너다. (19/03/27 키워드 검색결과 110, 연재 및 단행본 중복 다수) 남공여수를 쓴다고 반드시 상업적 성과를 이루는 것은 아니나, 확률적으로 봤을 때 돈을 벌고 싶다면 여공남수를 써선 안 된다.

2) 하지만 쓰고 싶다면?

오픈할 플랫폼을 정하라

플랫폼에 따라서 여공남수의 기준도 달라진다. 해당 플랫폼 독자들이 원하는 여공남수가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

당의정, 맛있는 설탕 옷을 제공하라

1차적으로는 여공남수 애호가들에게 어필하는 것 같지만 사실 여공남수에 중립적/잘 모름/좋아하진 않아도 다른 찬이 괜찮으면 참고 먹을 의향이 있는 독자들에게까지 팔아야 생존할 수 있다. 이건 소수를 위한 개인지 제작이 아니다. 한 권이라도, 한 회라도 더 팔아야 사는 상업 시장.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 뭇사람들이 좋아하는 달콤한 설탕 옷을 입혀야 한다.

메이저 키워드와 조합

몸정> 맘. 계약연애/결혼, 갑을관계, 왕족/귀족, 사제지간 등. 자신이 쓰고 싶은 여공남수 이야기가 어렴풋이 있을 것이다. 그 이야기와 어울렸을 때 가장 궁합이 맞는 메이저 키워드를 찾아서 블렌딩 하자.

그럼 전후관계가 바뀌는 거 아닌가요? 계약결혼 키워드를 보고 들어온 사람이 좋은 계약결혼물이었다하고 나가면 저의 여공남수는 사라지는 게 아닌가요? 아니다. 그 사람은 이미 여공남수를 먹었다.(정신승리의 향기)

여주인공은 미인인 편이 안전하다

우리는 이미 여공남수를 팔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다른 부분에서 리스크를 줄여야 한다. 일각에서는 예쁜 여주가 지겹다고. 이제 외모 코르셋을 벗고 더 다양한 외형의 여주가 나와야한다고 말한다. 동의하는 바이고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거칠게 말해서 모든 여성향/여성서사가 페미니즘적일 필요는 없다.

게다가 수치가 말해준다. 본문에서 여주가 추녀로 등장하는 극소수의 작품들을 떠올려보자. 어떤 댓글과 리뷰가 달렸는지를 생각해보자. 무료연재는 제외다. 사람들은 자기 돈을 쓰지 않아도 되는 대상에겐 상당히 관대한 태도를 취한다.

중요한 것은 본문에서 여주의 외모를 다루는 방식이고, 여주 스스로가 생각하는 바이지 무조건 미인 여주는 여성서사의 적폐가 아닌 것이다.

단행본 시장에서는 단편집을 시도해볼 수도 있다.

모처럼 시간을 들여 장편을 썼는데 망하면 슬프다. 왜 무난한 길을 택하지 않고 여공남수 소재를 굳이 썼는지 후회도 될 것이다. 장편 대비 힘이 적게 드는 단편집을 뜻 있는 사람들이 몇 모여서 기획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3. 나오며

아직 늦지 않았다!!!!!!!

우리에겐 여공남수 이야기를 쓰지 않는다는 선택지가 있다. 하지만 정말 쓰고 싶다면, 그리고 망할 확률을 최소화하고 싶다면 마이너+마이너 키워드를 쓰는 것만은 피하자. 가령 여주무협인데 여공남수 같은 거.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여공남수 키워드에 관심 갖고, 여공남수 관련 글을 이렇게나 읽은 사람들은 이미 혈관 속에 뼈마이너의 피가 흐른다는 것을.

 

 

 

이상입니다.

 

 

 

*전문 발췌 가능합니다. 다만 출처를 꼭 명시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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