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헌설화 속 여성 원귀

전혜진 2019.03.30 03:16 조회 수 : 164

문헌설화 속 여성 원귀

 

필기·야담은 가담항설(街談巷說)을 문자화한 것으로, 구술로 전승되다가 기록된 문헌설화다.

 

문헌으로 정착한 설화에 대해 필기’, ‘패설’, ‘야담’, ‘한문단편등으로 부르고 있으나 연구자에 따라 이들을 각각 다른 의미로 쓰기도 한다. 필기는 조선 초기 야사류를 포함한 잡록, 패설은 골계미를 갖춘 소화류, 야담은 당대 일상을 재현하면서 서사성이 강한 작품, 한문단편은 야담 가운데서 소설적인 성향이 강한 작품에 한정해서 보는 것이다. 문헌설화는 이들을 포괄하는 넓은 의미로 쓰이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야담과 동일한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이는 단순한 기록이 아닌, 설화에 작가의식을 가미한 창작성을 드러내는 방식을 제공함으로써 설화 향유 방식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기도 했다.

 

필기·야담은 완전한 창작이 아니라 당시 떠돌던 이야기를 선별하여 기록한 것이기 때문에, 같은 이야기가 여러 곳에서 동일·유사하게 반복되는 경향이 있다. 또한 이와 같은 선별은 기록자의 관점과 관심사를 반영한다. 후기에는 한글로 기록된 야담집이 생겨나기도 했지만 필기·야담의 주된 향유층은 성리학자인 사대부 남성이었다. 성리학적 귀신관은 괴력난신과 죽은 뒤에도 영혼이 살아 있다는 통속적 귀신관을 인정하는 대신 이기론으로 해석하며, 제사는 를 존중한다는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차원에 근간을 둔다. 따라서 필기·야담집에 전하는 귀신담은 많지 않으며, 기록된 귀신담 역시 괴력난신을 물리치는 담대함이나 원귀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지혜를 지닌 사대부의 훌륭함을 강조하는 내용이 상당수다. 이는 독자층과 텍스트 내용 사이의 상관성을 입증한다.

 

한편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록된 귀신담, 특히 반복하여 기록된 원귀담이라면 사대부들까지도 관심을 기울일 만큼 사회적으로 반향이 있었던 이야기라고 가정할 수 있다.

 

15세기 문헌설화 속 여성 원귀

 

15세기의 필기·야담에서는 귀신 이야기가 두드러지지 않는다. 전통창작소재 자료집 제작 - “국역 대동야승자료집에 수록된 총 543편의 자료 이 시기에 속하는 귀신 이야기는 3편에 불과하다. 이 중 필원잡기에 수록된 <정숙공 박안신의 기개>는 원한을 품고 죽은 자는 여귀(厲鬼)가 될 것이라는 당대의 생각이 드러나 있으며, 청파극담에 수록된 <노인이 경험한 이상한 일 두 가지>는 사물귀에 해당한다.

 

 

분류

제목

출전

내용

절개를 지키려 한 원혼

절개를 지킨 여종

청파극담

태평한화골계전

하성부원군 댁 부유한 종의 딸이 안윤과 혼인했다. 부원군이 억지로 여종을 끌고가자 여종은 목을 매어 죽었다. 장례 후 안윤은 그녀의 귀신을 만나고 상심하여 병들어 죽었다.

 

 

이 시기의 필기·야담에서 여성 원귀 서사로 유의미한 것은, 청파극담태평한화골계전등에 수록된 <절개를 지킨 여종>이다. 이 이야기는 16세기 용재총화<안생과 노비 출신 아내의 비극적 사랑>으로 다시 수록되었다.

 

16세기 문헌설화 속 여성 원귀 

 

분류

제목

출전

내용

절개를 지키려 한 원혼

안생과 노비 출신 아내의 비극적 사랑

용재총화

안생이 정승댁 부유한 종의 딸과 혼인했는데 다른 사위들의 질투로 아내는 정승에게 붙들려가 다른 하인과 혼인하게 되었다. 아내는 목을 매어 죽었고 이튿날 안생의 앞에 혼령으로 나타났다. 아내의 죽음을 알고 안생은 반미치광이가 되어 죽었다.

직접복수 -

상사뱀

뱀이 되어 나타난 여승

용재총화

홍 재상이 젊었을 때 어린 여승과 정을 통하고 떠났다. 여승은 마음에 병을 얻어 죽었다. 홍 재상이 남방절도사로 갔는데 뱀이 나와 그의 이불에 들어왔다. 쫓아내고 죽이려 해도 소용이 없어 홍 재상은 구렁이를 데리고 다니다가 병들어 죽었다.

관리에게 신원을 호소

이기빈

음애일기

강계 수령 이기빈에게 여자귀신이 나타나 남편이 자신의 재산을 후처 자식에게 다 주었다고 호소했다. 이기빈은 증서를 만들어 전처의 아들에게 주고 남편이 함부로 바꾸지 못하게 하였다.

빙의 관련

송원의 선비가 벌레를 죽여서 일가족이 몰살함

용천담적기

송원의 선비가 집터의 벌레들을 죽이자 그의 아내가 벌레 귀신에게 씌었다. 선비는 이사를 했지만 몇 년 지나지 않아 가족 모두 죽었다.

성현의 외가 정씨 가문에 살던 귀신

용재총화

빙의된 계집종이 점을 잘 쳤는데 상국 형제가 오면 귀신이 두려워해 달아났다.

귀신을 쫓아냄

귀신을 본 안씨 가문 사람들

용재총화

붉은 옷을 입은 여자 귀신이 안종약을 보고 달아났다. (그 외 다른 귀신들도 쫓아냈다)

귀신에게 시달림

기건과 이두의 집에 붙은 귀신들

용재총화

이두의 집에 행패를 부리는 고모의 귀신이 나타났다. 제사도 소용이 없었고 이두는 병에 걸려 죽었다.

무덤 관련

분묘

사재척언

양윤원이 어느날 죽은 아내의 목소리를 들었고 그의 장모도 딸이 꿈에 나와 애원하는 것을 보았는데 알고보니 화재로 아내의 무덤까지 불탔다.

5대조 할머니의 묘소를 찾아낸 성현 형제

용재총화

성현 형제가 조상들이 살았던 개성 근처로 말을 몰아 가다가 길을 잃었는데 5대조 할머니의 무덤가였다.

소릉 관련

소릉의 폐위와

복귀 때 생긴

기이한 일들

용천담적기

소릉이 폐위되기 전날 밤에 능에서 울음소리가 났다. 능에서 나온 석물을 가져다 집을 지은 사람은 병을 앓았고, 가축이 묘를 밟으면 맑았던 날이 어두워지고 폭풍이 불었다. 복구상소를 올렸으나 시행되지 않자 종묘의 나무에 벼락이 떨어졌다. 관은 사라졌는데 감독관의 꿈에 현덕왕후가 보인 뒤 발견되었다. 소릉을 현릉 옆으로 이장했더니 두 능 사이의 잣나무가 말라죽어 두 능이 마주보게 되었다.

단종의 어머니 현덕왕후의 능(소릉)을 회복시킨 이유

음애일기

안산리의 중이 여자 울음소리를 듣고 나와보니 관이 있어 흙으로 덮어주었는데 그 자리가 육지가 되었다. 소릉을 복권할 때 감역관의 꿈에 신인이 나타나서 1척이 넘게 파보라고 했고 그 밑에 관이 있었다.

여귀에게 홀림

여귀에게 홀려 하룻밤을 즐긴 채생

용천담적기

채생이 소복을 입은 부인을 따라가 저택에서 융숭한 대접을 받고 밤에 잠자리를 함께 하려는데 천둥소리가 나서 눈을 떠 보니 태평교 돌다리 아래였다.

 

 

16세기 필기·야담을 살펴보면 상사뱀 유형인 <뱀이 되어 나타난 여승>용재총화에 수록되어 있으며, 소릉과 관련된 서사가 다수 기록되어 있음에 주목할 수 있다. 용천담적기<소릉의 폐위와 복귀 때 생긴 기이한 일들>음애일기<단종의 어머니 현덕왕후의 능(소릉)을 회복시킨 이유>를 비롯하여, 매계총화, 해동야언, 해동잡록, 월정만필(역시 소릉 복위 서사이나, 여성 원귀인 현덕왕후 대신 정미수의 혼령이 나타난다.), 동각잡기, 풍암집화, 연려실기술, 동패, 해동기어, 청야만집, 금계필담등에 단편적으로 수록되어 있다. 이는 아들이 폐위 및 사사되고 자신의 능도 훼손된 현덕왕후가 원한을 품고 원귀가 되었으리라는 당대 민중들의 상상력에, 당대 사대부들의 성리학적 명분이 함께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이 시기에 여성 원귀가 관리에게 억울함을 호소하는 형태는 음애일기<이기빈>에서 볼 수 있는데, 살해당한 것도, 자손을 남기지 못한 것도 아닌 이 여성 귀신은 자신의 재산이 후처 소생에게 상속되는 것을 막기 위해 나타나 호소한다는 점에서, 여성 원귀라기보다는 여성 조령에 가깝다. 이는 17세기 부계기문에서도 같은 형태로 나타난다.

 

17세기 문헌설화 속 여성 원귀

 

분류

제목

출전

내용

무덤, 제사 관련

귀신과 정을 나눈 박엽

어우야담

박엽이 미인을 만나 하룻밤을 보냈다. 미인은 옆집에서 술을 얻어왔다. 다음날 보니 여자와 일가족이 죽어 있었고 옆집의 주발이 이 집에 와 있었다. 장례를 치러 준 박엽은 과거에 급제했다.

종랑의 시신을 묻어 준 무사

어우야담

무사가 미인을 만나 밤을 보냈는데, 다음날 이웃 사람이 그 집은 일가족이 전염병으로 죽어 장례도 치르지 못했다고 말했다. 장례를 치러 준 무사는 과거에 급제해 높은 관직에 올랐다.

권손용

효빈잡기

전쟁이 끝난 뒤 권손용이 부친 시신을 찾아 장례를 지내며 옆에 있던 여자 시신을 합장했다. 꿈에 모친의 혼령이 나타나 자신의 시체 위치를 알려 다시 합장했다.

득옥 관련

득옥

국당배어

성천 기생 득옥이 인평대군의 시녀가 되었다. 대군의 처남이 득옥을 유혹하자 그 부인이 질투하여 득옥이 황금을 훔쳤다고 무고했다. 대군부인은 득옥을 벌하여 죽였다. 이후 대군이 병들었는데 희미한 불빛 아래 득옥이 앉아 있었다. 대군이 죽은 뒤 팔각정에서 소리가 나며 대군부인의 침실에 득옥이 나타났고 부인 역시 병들어 죽었다.

관리에게 신원호소

원혼으로 나타나 수령에게 하소연한 여자

부계기문

음애일기<이기빈>과 동일

김효원

어우야담

삼척 부사 김효원의 앞에 서낭신(여자)이 나타나 신라왕의 셋째딸을 섬기는 요사한 무당이 자신의 신위를 치우게 했다고 호소하였다. 신위를 제자리로 돌려놓자 서낭신이 감사를 표했고 그 뒤로 나타나지 않았다.

최영수의 꿈 이야기

송도기이

최영수가 사신 맞을 준비를 하고 꿈을 꾸었는데 공민왕과 여섯 신하들, 흰 옷 입은 부인이 나왔다. 이들은 정도전을 잡아 형틀을 씌우려다가 내일 이곳에 사신이 들어올 테니 심문할 수 없다며 사라졌다. 사람들은 특히 흰 옷 입은 여인은 우왕의 어머니가 억울함을 하소연한 것이라 했다.

구봉서

서곽잡록

아내를 죽인 남편이 옥에 갇혀 있었다. 관찰사 구봉서가 시를 지으려다 고심하는데 살해된 여자가 나타나 대구를 지어준 뒤 남편의 친구가 자신을 겁탈하려다 살해했다고 말했다. 구봉서는 남편의 무죄를 입증하고 풀어주었다.

북교의 제사

어우야담

북교에서 제사 받지 못하는 이들의 여제를 지내는데 한성 부윤의 꿈에 한 여자가 피를 흘리며 나타난 이후로 아기를 낳다 죽은 여자의 위패도 배설하였다.

귀신을 쫓아냄

귀신을 물리치는 경귀석

어우야담

원사안의 누이에게, 일찍 죽은 형수의 원혼이 빙의되었다. 원씨의 조상이 꿈에 나타나 모래톱에서 자수정을 주워오게 했는데 그 중 경귀석이 있어 형수의 원혼을 쫓아낼 수 있었다.

여귀가 된 궁녀와 황건중

어우야담

황건중의 앞에 미녀의 귀신이 나타나 자신은 궁예 시절의 궁녀로 황건중의 조상이 자신을 묻어주었다고 하며 유혹했다. 황건중은 집에 여러 마리의 개를 길러 그녀를 쫓아내었다.

기녀 귀신의 빌미

어우야담

전라도사가 기녀 귀신을 가까이하며 나날이 쇠약해졌다. 감사 고형산은 여자는 굿을 좋아하는 법이라며 굿판을 열어 귀신을 꾀어내고 그틈에 전라도사가 도망치게 했다.

귀신에게 시달림

조카 집을 탕진한 안씨 귀신

어우야담

자녀 없이 죽은 안씨의 혼령이 조카에게 나타나 봉양을 요구하며 파괴적으로 횡포를 부린다. 온 가족이 도망쳤지만 따라왔으며 몇 년 사이에 죽는 자가 이어졌으나 대처할 수 없었다.

귀신의 곡소리가 부르는 죽음

어우야담

유희서의 집에서는 매일 저녁 여자의 곡소리가 들렸다. 전쟁 때 왜적에게 죽은 혼이라고 생각되었는데, 그 후 유희서는 적에게 죽고 일가족이 차례로 죽었다.

나무 요괴

지봉유설

신씨 선비가 묘지의 나무를 베어 여자 요괴가 따라왔다. 밤마다 동침하여 신씨는 시름시름 앓다가 죽었다.

어머니 혼령

저승의 복식

어우야담

홍중성의 아들이 붉은 장옷에 푸른 치마를 입은 여자가 자신을 아들이라 부르며 우는 꿈을 꾸었다. 유모가 그 생김새를 물으니 아이의 죽은 어머니를 염습할 때 입혔던 것들이었다.

 

 

17세기 필기·야담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의 영향을 받아, 이전에 없던 다양한 귀신들이 구체적으로 묘사되었다. 이 시기에는 관리에게 억울함을 호소하는 여성 원귀담이 본격적으로 나타나나, 아직 자신의 억울한 죽음을 밝히는 것과는 거리가 있다. 서곽잡록에 수록된 <구봉서>에 살해당한 여성 원귀가 등장하나, 원귀가 나타난 것은 누명을 쓴 남편을 구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가정사 비극과 여성 원귀담이 결합된 초기 형태이자 여성 원귀가 직접적인 복수에 나서는 득옥 설화가 처음 나타나는 것도 이 시기이다. 또한 어우야담<귀신과 정을 나눈 박엽>이나 <종랑의 시신을 묻어 준 무사>와 같이 재난 속에서 제대로 장례를 치르지 못한 원귀들이 장례를 요구하는 원귀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18세기 문헌설화 속 여성 원귀

 

분류

제목

출전

내용

득옥 관련

인평대군 부인

공사문견록,

동소만록,

풍암집화

인평대군 댁 계집종이 미쳐 대군의 사당 중문으로 들어가 대군의 아들인 복창군과 복선군에게 위기를 알리고 통곡을 한 뒤 땅에 쓰러졌다. 며칠 뒤 정원로의 고변으로 두 아들은 사형을 당했다.

득옥 설화

이순록

인평대군은 시비 득옥을 총애했는데 대군이 중국에 간 사이 부인이 득옥을 영파정에서 죽였다. 득옥의 원혼은 담 위나 지붕 위에 나타났다. 이후 경신대출척으로 멸문당했는데 득옥의 재앙이다.

득옥

성호사설

복창군은 인평대군의 아들로 그 부인이 투기가 심해 시비 득옥을 죽였다. 득옥의 귀신은 용마루에 올라앉았고 이후 경신대출척으로 멸문당했다.

득옥

풍암집화

국당배어<득옥>과 동일

관리에게 신원호소

조광원

명엽지해

밤에 객사에서 조광원의 앞에 사람의 조각이 떨어지더니 합쳐져 피흘리는 여인이 되었다. 그녀는 기생으로 관노가 자신을 욕보이려다 저항하자 큰 돌로 눌러 죽였다고 호소했다. 조광원이 억울함을 풀어주자 귀신은 나오지 않았다.

어머니 혼령

김흥조

이순록

김흥조의 아들이 구수훈 밑에 있는데 꿈에 모친 혼백이 아이가 위독함을 알렸다. 그 뒤에도 모친 혼백이 일이 있을 때 마다 현몽해 알려주었다.

귀신에게 시달림

이수재가 집을 빌렸다가 괴변을 당하다

천예록

가난한 이창이 집을 구하려다 묵사동 흉택에 가 보았더니 마루에 신주가 있고 밤이 되자 귀매가 횡포를 부렸다. 마루의 신주를 불태우자 여종이 피를 토했다. 다른 사람이 들어가니 푸른 치마를 입은 여자 귀매가 소란을 피웠고, 다른 무리가 이 집 후원을 보니 노파가 소나무 아래에서 울고 있었다.

최첨사가 남의 집에 세들었다가 귀신을 만나다

천예록

최원서가 집을 얻어 혼자 자다가 여종을 불러들였는데 여종은 뒷걸음질로 계속 도망치다 사라졌고, 푸른 털이 천장을 헤치고 나오더니 방에 불이 붙었는데 동이 트니 불길이 사라졌으며, 청색 군복을 입은 건장한 남자가 최원서를 끌어내어 내동댕이치기를 반복했다. 날이 새어 최원서 부친이 마당에 쓰러진 아들을 발견했고 이 집에서 나왔다.

선비의 집에서 늙은 할미가 요괴로 변하다

천예록

한 노파가 죽전방의 선비 가정에 몸종 일을 하겠다며 찾아왔다가 며칠 뒤 남편과 함께 다락을 차지하고 음식을 내놓으라 하며 조금만 소홀해도 가족들이 병에 걸리게 했다. 가족은 물론 방문하는 친척들도 그들에게 시달리다 병들어 죽었다.

원귀의 복수

영정을 훼손했다가 마침내 화를 당하다

천예록

권필이 백악산 정녀부인묘 사당을 훼손했다. 그날 밤 꿈에 흰 저고리에 푸른 치마를 입은 정녀부인이 나타나 원한을 갚겠다고 했다. 훗날 권필이 귀양을 가다가 여사에 묵었더니 꿈속의 부인이 나타났고 이날 권필은 죽었다.

노봉 민정중

삽교별집

노봉이 비장의 집에서 술에 취해 비장의 누이에게 시중들게 했는데 다음날 자신은 모르는 일이라고 호통쳤다. 누이는 다른 데로 시집갈 수 없다고 하다가 한이 맺혀 죽었다. 노봉의 인생은 잘 풀리지 않았는데 처녀의 원한 때문이다.

석주 권필

삽교별집

권필은 세 과부의 집에 묵어가다가 처녀로 과부가 된 손자며느리와 동침해 달라는 부탁을 거절한다. 손자며느리는 자결했고 권필의 인생은 순탄치 않았다.

이생과 토관의 딸

삽교별집

이생에게 한 처녀가 사랑을 고백하자 이생은 꾸짖고 그 아비를 불러들인다. 처녀는 딸이 죽는 것보다 절개를 잃는게 나으리라고 하고, 아비는 차라리 죽으라고 한다. 처녀는 자결하며 자신이 죽어 여귀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후 이생은 인생에 난관이 많았다.

무덤, 제사 관련

용산강 사당의 일로 아들이 감격하다

천예록

재상 최원이 새벽에 꿈에서 돌아가신 모친을 보았다. 모친은 용산의 신굿에 음식을 먹으러 간다며, 제사보다 무당의 신굿에서 배불리 먹는다고 했다. 용산에 가 보니 굿을 하던 중 무당이 대부인 마님께 음식을 드리라 했으며, 오시다가 아드님을 만나셨다고 말했다. 재상은 제사때마다 신굿을 올렸다.

 

 

18세기에는 여성 원귀담의 가장 보편적인 형태로 알려진 아랑형 설화의 기본 틀이 완성된다. 명엽지해에 수록된 <조광원>이 그에 해당한다. 한편 사랑을 고백했다가 거절당한 여성 원귀가 복수하는, 신립장군형 여성 원귀담으로 분류할 수 있는 원귀담이 등장한다. 천예록에 수록된 <석주 권필>, 삽교별집에 수록된 <노봉 민정중><이생과 토관의 딸>에서는 사랑을 고백해 온 여자를 내쳐 죽게 만든 것을 사대부의 몰락의 원인으로 꼽고 있다. 그녀들은 직접 원귀로 나타나 해원을 호소하지 않지만 원귀 서사로 분류되는데, 자살자가 원귀로 출몰하지 않더라도 가해자의 정치적, 경제적 몰락이나 돌연사 원귀에 의한 복수나 원한의 징표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19세기 문헌설화 속 여성 원귀

 

분류

제목

출전

내용

귀신을 쫓아낸 경우

원사안 형수

계산담수

어우야담<귀신을 물리치는 경귀석>과 같은 내용

남구만과 민정중

계압만록

민정중이 함영 감사로 갔다가 귀신이 나오는 선화당에 들어갔더니 모친을 닮은 노파가 나타났다. 민 공은 귀신을 꾸짖어 쫓았다. 뒤에 남구만이 감사로 와서 선화당에 갔더니 노파가 모친이라며 유혹하자 마음이 약해져 따라나오다가 겨우 정신을 차렸다. 남 감사는 담기가 민 공에 미치지 못하도다.

관리에게 신원 호소 : 밀양 부사 딸

밀양 부사 딸

청구야담

밀양 부사의 딸이 유모와 함께 실종되었다. 이후 밀양 부사들은 부임하고 곧 죽었는데 한 무변이 아내의 권유로 부사가 되었다. 밤에 부사의 아내가 남복을 하고 촛불을 밝히고 있는데 밤중에 처녀귀신이 붉은 기를 들고 나타났다. 다음날 부사는 주기라는 사람을 잡아 원한을 풀어주었다.

밀양 부사 딸

교수잡사

밀양 부사의 딸이 유모와 함께 실종되었다. 이후 밀양 부사들은 부임하고 곧 죽었는데 한 무변이 지원했다. 밤에 촛불을 밝히고 있는데 밤중에 처녀귀신이 형방이 자신을 죽여 북 속에 숨겼다고 말했다. 부사는 형방을 잡아 원한을 풀어주었다.

밀양 부사 딸

동야휘집

밀양 부사의 딸이 유모와 함께 실종되었다. 이후 밀양 부사들은 부임하고 곧 죽었는데 한 무변이 아내의 권유로 부사가 되었다. 밤에 부사의 친구 이 상사가 촛불을 밝히고 있는데 밤중에 처녀귀신이 붉은 기를 들고 나타났다. 다음날 부사는 주기라는 사람을 잡아 원한을 풀어주었다.

관리에게 신원 호소

김 재상

계서야담, 동야휘집, 청구야담

김 재상이 젊었을 때 머리를 풀고 피를 흘리는 여자 귀신이 나타나 첩이 자신을 모함해 살해했고 남편과 친정은 자신이 다른 남자와 도망친 줄 안다고 호소하며 그가 장차 형조참의가 되면 해결해달라고 부탁했다. 수년 뒤 김 재상은 형조 참의가 되어 원한을 풀어주었다.

원통하게 죽은 여인의 한을 풀어 준 김 상공

기문총화

김 공이 급제 전 여자 귀신이 나타나 첩이 자신을 모해하고 살해하여 내다버렸으니 장차 형조참의가 되어 이 일을 풀어달라고 부탁한다. 김 공은 형조참의가 되어 원한을 풀어주었다.

조광원

연려실기술

명엽지해<조광원>과 동일

성황신의 신위를 돌려준 김효원

기문총화, 속제해지

어우야담<김효원>과 동일

조현명

계서야담, 청구야담5, 필기야담,

기문총화

조현명의 앞에 처녀귀신이 나타나 자신의 배이발의 딸인데 숙부와 계모의 손에 살해당했다고 고했다. 무덤을 파 보니 시신이 생전 그대로이며 맞은 상처가 나 있었다. 심문하자 숙부가 재산을 탐내어 후처인 형수와 짜고 조카를 음해한 뒤 살해하고 자진한 것으로 꾸민 것이 밝혀져 원한을 풀어주었다.

조현명(변형)

청구야담6

전라 감사 앞에 처녀귀신이 나타나 자신이 배이발의 딸인데 계모와 외숙에게 살해당했다고 고했다. 무덤을 파 보니 시신이 생전 그대로이며 맞은 상처가 나 있었다. 심문하자 계모의 친정 동생이 재산을 노리고 누이와 짜고 처녀를 음해한 뒤 살해하고 자진한 것으로 꾸민 것이 밝혀져 원한을 풀어주었다.

득옥 관련

모함을 받고 죽은 성천 기생 득옥

기문총화

성천 기생 득옥이 인평대군의 시녀가 되었다. 대군의 처남이 득옥을 유혹하자 그 부인이 질투하여 득옥이 황금을 훔쳤다고 무고했다. 대군부인은 득옥을 벌하여 죽였다. 이후 대군이 병들었는데 희미한 불빛 아래 득옥이 앉아 있었다. 대군이 죽은 뒤 팔각정에서 소리가 나며 대군부인의 침실에 득옥이 나타났고 부인 역시 병들어 죽었다.

오씨 부인의 혼이 내린 인평대군의 계집종

기문총화, 동국쇄담

인평대군 댁 계집종이 미쳐 대군의 사당 중문으로 들어가 대군의 아들인 복창군과 복선군에게 위기를 알리고 통곡을 한 뒤 땅에 쓰러졌다. 며칠 뒤 정원로의 고변으로 두 아들은 사형을 당했다.

질투로 죽은 옥이의 혼령

기문총화

신익성의 첩 옥이는 신익성이 원주 기생을 첩으로 들이자 질투로 자결했다. 신익성은 병이 들고 옥이의 혼령이 나타나더니 곧 죽고 말았다.

소릉 관련

소릉의 변

금계필담

세조가 단종을 죽이자 현덕왕후의 원혼이 동궁을 죽이고 세조는 소릉을 파내어 버린다. 훗날 조광조가 능을 복원하러 하자 예관의 꿈에 현덕왕후가 현몽한다. 다음날 촌로가 나타나 관이 묻힌 곳을 가르쳐 주어 현릉 옆에 이장한다. 소릉과 현릉 사이에 있던 나무가 말라죽어 두 능이 마주보게 되었다.

원귀의 복수

심정

계압만록

심정이 선비의 부인을 범하려다가 살해했다. 장님이 그가 정오에 죽을 것이라고 하고 이문동 조씨 댁에 숨으라고 했는데, 그 댁에 가서 숨자 큰 불덩이가 다가와 심정을 죽이려다 실패하고 돌아갔다. 심정은 조씨 댁을 떠나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그는 기묘사화를 일으켰다가 몰락했는데 악을 쌓은 때문이다.

장현경 딸

여유당전서

장현경 집안 사람들이 신지도로 귀양을 갔는데, 신지도의 진졸이 큰딸을 희롱하며 자신의 아내가 되라고 강요했다. 큰딸과 모친은 이 억울함을 관가에 고소하라고 유언하고 바다에 투신했지만, 진졸은 뇌물을 바쳐 처벌되지 않았다. 이후 그녀가 자살한 날이면 해일이 일어 섬의 곡식과 초목을 모두 말라죽게 하였다.

선비 이용묵

양은천미

청춘 과부가 이용묵에게 고백하나 이용묵은 수절하라고 꾸짖는다. 과부는 자살하고, 계집종이 장례라도 치러달라고 부탁하나 이용묵은 가버렸다. 계집종은 "저 자가 과거에 오르지 못하는 것을 보겠다"고 외친다. 이용묵은 과거에 낙방한다.

기타

풍채와 인물이 빼어났던 이병상

기문총화

이병상의 앞에 웬 노파의 시체가 나타난다. 알고보니 사흘 전 죽은 노파의 시체로, 장례 중 시신이 사라졌는데, 그녀는 살아생전 그의 풍모를 흠모했었다.

귀신이 지은 시를 알아본 김정국

기문총화

송생은 아내에게 글을 배워 시를 잘 짓는다는 명성을 얻었는데 집안 사람들이 요망하다며 그녀를 내쫓았다. 아내가 절명시를 쓰고 떠나자 송생은 예전처럼 글을 알지 못하게 되었다.

강생 처

동야휘집

강생이 상처하고 후처를 들였는데 집안 살림을 망쳐 놓았다. 강생이 웅덩이에 빠져 저승에 갔다가 죽은 가족들을 만났는데, 전처의 영혼을 후처의 몸에 넣어주고 후처의 영혼을 데려다가 착하게 만들기로 했다. 전처의 혼령은 후처가 망친 집안살림을 바로잡고 돌아갔고, 후처도 반성하고 돌아왔다.

 

 

19세기의 여성 귀신담은 사대부를 칭송하는 방편으로 활용된다. 단호하게 귀매를 쫓아내는 계압만록<남구만과 민정중>이나, 여성 원귀를 신원하는 <조현명> 등의 주인공은 여성 귀신이 아닌 남성 사대부로, 이들이 담대함과 현명함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아랑형 설화는 형태 자체는 이전에도 갖추어져 있었으나 밀양 부사의 딸 아랑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것은 이 시기 이후로 보인다. 아랑 설화는 기본 틀 자체는 사대부를 칭송하는 여성 원귀담의 일종이나, 밀양을 본고장으로 지리적 배경이 고정되어 있고, 실제로 밀양에 아랑각(阿娘閣)이 있어 설화의 진실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한편 손진태는 조선민족설화의 연구에서 정인섭(鄭寅燮)온돌야화(溫突夜話)에서 연유하여 이러한 계열의 설화를 아랑형전설(阿娘型傳說)’이라 명명하고 다각도로 분석하였다. 그에 따르면 이와 같은 서사는 중국 설화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것으로, 손진태는 그 원천적 문헌으로 송나라 홍매(洪邁)이견지(夷堅志)소재의 해삼랑전설(解三娘傳說)의 전문을 인용한 바 있다.

 

====================================================

 

 

 

  • 김현룡, 『한국문헌설화』 제5책, 건국대학교출판부, 2000.
  • 김풍기, 함복희, 김복순, 이은희, 『전통창작소재 자료집 제작 - “국역 대동야승”』, 2015년 전통창작소재 자료집 제작사업 성과, 한국고전번역원 콘텐츠 기획실, 한국고전번역원,  2015
  • 최기숙, 『처녀귀신 – 조선시대 여인의 한과 복수』, 문학동네, 2010.
  • 성현, 『용재총화』, 김남이 옮김, 휴머니스트, 2015.
  • 유몽인, 『어우야담』, 신익철, 이형대, 조융희, 노영미 옮김, 돌베개, 2006
  • 임방, 정환국 번역, 『교감 역주 천예록』, 성균관대학교출판부, 2005.
  • 김동욱(옮김), 『새벽강가에 해오라기 우는 소리 – 국역기문총화』, 아세아문화사, 2008
  • “‘여성 원귀’의 환상적 서사화 방식을 통해 본 하위 주체의 타자화 과정과 문화적 위치 – 고전 소설에 나타난 ‘자살’과 ‘원귀’ 서사의 통계 분석을 바탕으로”, 최기숙, 한국고소설학회, 고소설연구 22, 2006
  • 정명기, 「문헌설화」, 『한국민속대백과사전』, http://folkency.nfm.go.kr/main/dic_index.jsp?P_MENU=04&DIC_ID=6688, 2013년 7월 8일.
  • 성기열, 「아랑 설화」,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http://encykorea.aks.ac.kr/Contents/Index?contents_id=E0034259, 2017년 4월 25일.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자유비평 게시판입니다. 발췌를 해 갈 경우 출처를 꼭 밝혀주세요. Textreet 2018.04.18 116
52 드라마 랑야방과 타로 카드의 코트 카드에 대한 분석 전혜진 2019.09.14 250
51 순문학이란 없다 (3) - 문학이라는 부정신학 이융희 2019.09.07 395
50 순문학이란 없다 (2) - 독해 불가능성 이융희 2019.09.07 183
49 순문학이란 없다 (1) - 순문학이란 통치 이융희 2019.09.04 412
48 (단신/번역) 중국, 시대극을 금지하다 -〈연희공략〉관련 〈베이징일보〉 사설 번역- 서원득 2019.08.20 266
47 문단과 언론의 장르 문학 지워내기에 대하여 아서고든핌 2019.05.18 468
46 전삼혜 - '분명함'과 '불분명함'을 통해 들여다본 작품 세계 아서고든핌 2019.05.18 246
45 17세기(조선 중기)의 여성 원귀들 전혜진 2019.04.21 260
44 16세기(조선 중기)의 여성 원귀들 전혜진 2019.04.21 129
43 15세기(조선 전기)의 여성 원귀들 전혜진 2019.04.21 386
42 조선왕조실록과 귀신 관련 키워드 file 전혜진 2019.04.01 648
41 고소설 속 여성 원귀 전혜진 2019.03.31 2053
40 구비설화 속 여성 원귀 전혜진 2019.03.31 115
» 문헌설화 속 여성 원귀 전혜진 2019.03.30 164
38 여성 원귀에 대한 기록과 연구들 전혜진 2019.03.30 206
37 한국에서의 귀신 연구에 대한 간단한 정리 전혜진 2019.03.30 431
36 로맨스소설 시장에서의 '여공남수' 밀밭 2019.03.27 2184
35 1900~1920년대 한국 과학소설의 문제들 유로스 2019.03.18 224
34 장르 문학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 이융희 2019.03.10 349
33 문단 문학과 장르 문학 사이의 괴리 - 문단 문학 vs 김보영 arthurgordonpym 2019.03.10 3965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