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비설화 속 여성 원귀

전혜진 2019.03.31 18:52 조회 수 : 115

구비설화 속 여성 원귀

 

일제강점기 채록

 

 

일제는 1908년 이후로 제국일본설화집을 발행하며, 조선설화에서 조선민족의 심성과 민족성의 원형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여 조선설화를 채집하였으며, 조선총독부는 무라야마 지쥰 등에게 조선의 귀신과 민간신앙에 대해 조사를 촉탁하였다. 이 시기에 채집된 여성 원귀의 유형은 다음과 같다.

 

원귀의 종류

설명

손각시

묘령의 나이가 되었으나 춘정을 알지 못한 채 이 세상을 떠난 처녀의 혼.

다른 처녀에게 해를 미치거나 빙의하여 덧니가 난 악귀가 된다는 설이 있음

미명귀

젊어서 죽은 아내가 이 세상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후처에게 재앙을 내림

측귀

기침을 하는 사람에게 병을 주는 여성의 악귀

과부 귀신

악해서, 홀로 지낸 외로움에 대한 원망 때문에 사후 인간에게 앙화를 입힌다고 구전됨.

 

이와 같은 민속학적 기록에는 여성 원귀의 종류와 함께 그를 쫓아내거나 억누르기 위한 경압법(귀신을 놀라게 하고 위협하여 위압함으로써 환자로부터 떠나게 하거나 그 접근과 침입을 막는 의미의 방법)도 함께 전하고 있다. 미혼의 남녀가 죽으면 사후혼사굿을 통해 진혼해 주기도 하지만, 손각시, 즉 처녀귀신의 경우 입에 인절미를 물려 말을 못하게 하고, 남자의 옷을 입혀 다리가 위로 오도록 거꾸로 묻고, 나뭇가지를 관에 두르고, 십자로 아래에 매장하여 뭇 남성들이 그 위를 밟게 다니게 하여 원귀가 나오지 못하게 하였다. 우스다 잔운은 미혼의 소녀가 성에 눈뜬 상태에서 남자의 정을 모르고 요절하면 원귀가 되어 일가가 모두 업병에 걸리기 때문에 12, 13살만 되어도 조혼을 시켰다고 기록했다.

 

한편 경압법 중에는 관청의 권위를 빌려 귀신을 쫓는 방법들이 종종 발견된다. 누가 뭐라 해도 관청의 힘처럼 무서운 것은 없다며 역시 말라리아 환자에게 우체국 소인이 찍힌 편지를 태워 먹이거나 환자의 등에 관공서장의 도장을 찍는 종이조각, 또는 소인이 찍힌 우표를 붙였고, 난산인 산부에게 군수의 이름을 쓴 종이를 태워 물에 복용시키면 순산한다는 믿음도 있었다. 무라야마 지쥰은 자연현상을 신격화하는 원시종교심리의 발현과 마찬가지로, 예부터 전해 내려오는 영웅의 화상이나 명칭과 마찬가지로 두려움의 대상인 순사, 그 지방의 학자인 교장, 최고의 권력자인 총독이 귀신에게 공포감을 준다고 생각한 것이라고 언급하며, 특히 경찰서의 호출장이나 우체국의 소인이 방귀·퇴귀에 위력이 있다고 여긴 것은 관서의 권력이 얼마나 절대적이었고 공포의 대상이었는지민간의 의식에 잠재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원귀를 신원하거나 귀매를 쫓아내는 서사들이 사대부들에게는 자부심의 발로인 한편, 민간에서는 관에 대한 절대적인 두려움으로 해석되었을 수도 있다고 짐작할 수 있다.

 

 

현대 채록

 

 

한국학중앙연구원(한국정신문화연구원)에서 간행한 한국구비문학대계에서, 구비문학을 통해 전해진 귀신담을 찾아볼 수 있다. , 한국구비문학대계는 총 82권에 달하며 설화 15,107편을 수록하고 있어, 본 논문에서는 한국구비문학대계 소재 설화 해제를 활용하여 귀신 관련 서사를 추출하였다.

한국구비문학대계 소재 설화 해제에 요약 수록된 7,596개 설화 중 귀신이 등장하는 설화는 총 116편으로, 이 중 여자가 귀신으로 등장하는 것은 54, 남자가 귀신으로 등장하는 것은 부부의 혼령을 포함하여 57, 인간의 원혼이나 성별을 알 수 없는 경우가 1, 짐승의 귀신이 2, 신령한 귀신이 1편이다. 귀신이 어떤 형태로든 산 사람에게 원한을 품은 경우는 55편으로, 이 중 여자가 원한을 품은 경우는 42, 남자가 원한을 품은 경우는 13편이다.

 

 

 

분류

 

 

자료코드

내용

불효해서 재앙받기(4)

직접

332-16-(7)

시어머니가 실수로 아이를 죽인다. 시어머니를 쫓아내려 하자 벼락을 맞았다.

직접

624-2-(8)

어머니가 제사보다는 살아서 맛있는 걸 먹고 싶다고 하자 아들이 어머니를 잘 봉양하고 사후에 제사를 지내지 않았다. 어머니는 아들을 두통을 앓게 한다.

직접

641-2-(4)

323-3-(2)

가난하게 살다 죽은 시어머니가 뱀으로 환생하여 아들 집으로 들어간다. 며느리가 쫓아내었다가 벼락을 맞는다.

쫓겨난 며느리(1)

직접

323-2-(4)

시아버지가 과부가 된 며느리를 내쫓는다. 며느리는 원귀가 되어 시댁을 망하게 한다.

신립장군형 설화(7)

직접

212-(10), 212-(18),

212-(8), 212-1-(6),

212-3-(26), 624-2-(2),

323-3-(19)

신분 낮은 여자가 사대부 남자에게 구애했다가 거절당하고 자살하여 원귀가 되어 남자를 괴롭히거나 망하게 한다.

상사뱀(7)

직접

212-3-(24), 213-2-(10)

처녀가 사대부 남자에게 반해 상사병이 걸렸다. 처녀의 부모가 남자에게 애원했지만 거절당하자, 처녀는 병들어 죽어 뱀이 되어 남자를 망하게 하였다.

231-6-(4), 323-3-(16),

644-6-(1), 644-6-(5)

남자가 신분 낮은 여자를 가까이하고 버린다. 여자는 원귀 또는 뱀이 되어 복수한다.

승화

624-2-(3)

처녀가 상사병에 걸려 죽어 구렁이가 되었다. 남자가 구렁이와 동침하자 원귀는 원한을 풀고 남자를 출세시킨다.

소박맞은 신부(5)

직접

311-5-(24)

남자가 여자 덕에 성공하고는 여자를 버리고 새장가를 든다. 여자는 원귀가 되어 복수한다.

231-1-(6), 441-13-(4),

213-1-(26), 231-1-(12)

신랑이 신부를 소박놓았다. 신부는 죽어 원혼이 되었다.

(신랑에게 복수하거나, 호구말명이 되거나, 좌정한다)

겁탈당한 여자(1)

직접

624-2-(4)

남이가 젊어서 서당집 며느리를 겁탈하려다 저항하자 죽였다. 남이는 원혼의 복수로 역적으로 몰려 죽었다.

 

 

신원형(7)

간접

412-3-(9), 436-2-(5),

624-2-(3)

남자가 여자를 겁탈하려다가 실패하자 살해했다.(아랑설화)

이후 부임한 원님마다 죽었는데 대담한 원님이 원귀의 사연을 듣고 범인을 잡아 원한을 풀어준다.

간접

624-2-(15)

젊은 부인이 외간남자에게 겁탈당했던 것을 알고 자결한다.

간접

436-2-(3)

장화는 계모에게 살해당하고 홍련은 자살했다. (장화홍련전)

간접

624-2-(16)

사람이 묵으면 반드시 죽는 객사에 대담한 남자가 묵었다. 시체 토막이 낱개로 떨어지며 겁탈당하려다 살해당한 여성 원귀가 되어 사연을 알렸다. 남자는 원님을 불러 범인을 잡고 장사를 지내준다.

간접

633-7-(2)

콩쥐는 팥쥐에게 살해되고, 남편인 원님 앞에 나타나 억울함을 고한다. 원님은 콩쥐의 원한을 풀어주고 콩쥐는 되살아난다. (콩쥐팥쥐전)

제사/장례를

부탁(4)

간접

441-13-(3)

임진왜란 때 아버지를 모시고 살던 처녀가 왜구에게 겁탈당할 위기에 처해 자결했다. 이후 원귀가 원님에게 나타나 아버지의 제사를 부탁한다.

간접

644-5-(1), 644-4-(5), 644-6-(7)

원귀가 담대한 남자에 자신의/일가족의 장례를 부탁한다.

원귀가 은혜를 갚음(3)

간접

414-(12), 436-2-(2)

624-2-(14)

중이 신분 높은 여자를 겁탈하려다 실패하고 살해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선비가 중을 죽인다. 죽은 처녀의 원귀가 은혜를 갚는다.

자기가 살해당한 사실을 알림(3)

간접

436-2-(1), 644-5-(5)

원귀가 자기가 살해당한 사실을 알린다. 새가 날아와 남자의 허리끈을 물고 무덤으로 들어갔다. 무덤을 파보니 여자 시신에 살해당한 흔적이 있었다.

간접

436-2-(4)

선비가 살해당한 원귀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억울함을 해결해 준다. 원귀가 선비를 보호해준다/급제시킨다.

 

 

 

현대에 채록한 구비문학에서의 여성 원귀들은 필기·야담류에 기록된 것에 비해 더 적극적으로 자신의 원한을 풀고자 하는 면이 강하다. 이는 필기·야담류에서도 조선 전기에 비해 후기로 갈수록 여성 원귀들이 신원을 요구하거나 직접 복수하려는 경향이 강해졌던 것과 같은 추세로 보인다.

 

자신을 내쫓은 시댁에 원한을 품고 시댁에 복수하는 며느리의 원귀는 필기·야담류에서는 볼 수 없는 유형이다. 여성 원귀가 등장하는 42편의 설화 중 신립장군과 상사뱀, 소박맞은 신부와 겁탈당한 여자, 은혜갚은 원귀 등 정절과 관련된 항목이 23편에 달하며, 이중 21편이 원귀의 복수에 해당한다.(승화형 상사뱀(624-2-(3))과 좌정형(231-1-(12))은 제외한다.) 담대한 원님이 사연을 듣고 신원하는 경우 7편 중 장화홍련과 콩쥐팥쥐를 제외한 5편이 정절로 인한 것임을 감안할 때, 정절과 관련하여 복수하는 원귀 서사는 설화 속 원귀 서사의 62%를 차지함을 알 수 있다.

 

한편 무속신앙에서의 신격화된 여성 원혼의 예를 살펴보자. 권선경은 여성 원혼의 존재양상과 신격화의 의미 - 서울지역 호구를 중심으로에서 여성신으로 좌정한 여성 원혼의 사례로, 왕십리 일대에 존재하는 아기씨당인 수풀당살군당”, “양지당의 애기씨호구와 사후 혼사굿으로 유명했던 물 건너 화주당의 송씨 부인과 나씨 부인에 대해 다루었다.

 

 

 

 

 

수풀당, 살군당, 양지당

물 건너 화주당

주신

애기씨

송씨부인

나씨부인

생전 신분

북면의 공주

이회대감의 정실

이회대감의 소실

억울한 사연

나라가 망하여 다섯 자매와 함께 도망침

남한산성 축조를 맡았던 이회대감이 축성자금을 횡령했다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처형당한다.

죽음의 이유

(병에 걸려) 봄에 찔레꽃을 입에 물고 죽음

삼남지방에서 축성미를 모아 오다가 남편의 처형 소식을 듣고 강에 몸을 던져 자결

존재증명

마을에 전염병을 돌게 함

두 부인이 몸을 던진 자리에서 배가 파선됨

좌정

마을 유지에게 현몽하여 수풀당에 셋, 살군당과 양지당에 하나씩 신으로 모셔짐.

이회대감의 청렴결백함이 밝혀져 신원되고, 이회대감은 남한산성 안의 청량당에, 부인들은 이회대감이 처형될 때 그의 목에서 튀어나간 매가 날아가 앉은 자리에 화주당을 세워 모심

결혼/출산여부

미혼/미출산

기혼/미출산

기혼/미출산(임신중)

종류

마을신, 호구신

호구신

호구신(산활호구)

  

 

서울굿에서 호구란 천연두 신이자 처녀귀신이며, 아이를 낳다가 죽은 경우도 산활호구로 분류된다. , 호구는 포괄적으로 혼인 및 임신출산과 관련된 통과의례를 제대로 거치지 못하고 죽은 젊은 여성 귀신이다.

 

권선경은 아기씨는 천연두라는 전염병을, 송씨와 나씨 부인은 축성역의 괴로움을 보여줌으로써 해당 지역의 문제를 고스란히 표출하고 있으며, 이처럼 젊은 여성의 한스러운 죽음이 사회적 의미를 얻을 경우 호구영산에서 호구신으로 신격화될 수 있다고 설명하였다. 즉 지역 공동체의 통과의례를 거친 아기씨와 송씨, 나씨부인은 호구신으로 좌정했지만, 여전히 통과의례를 거치지 못한 미완의 존재들은 호구영산으로 남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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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성 원혼의 존재양상과 신격화의 의미 -서울지역 호구를 중심으로-, 권선경 (Sun Kyung Kwon ),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 민족문화연구,65권, 319~344면, 2014.
  • 이인경 외, 『한국구비문학대계 소재 설화 해제』, 한국학중앙연구원, 민속원, 2008.
  • 조선의 귀신, 무라야마 지쥰, 김희경 역, 동문선, 2008.
  • 우스다 잔운, 이시준 번역, “암흑의 조선”, 식민지시기 일본어 조선설화집 번역총서 권1, 숭실대학교 동아시아 언어문화연구소, 박문사,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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