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실록과 귀신 관련 키워드

전혜진 2019.04.01 22:34 조회 수 : 628

조선왕조실록과 귀신 관련 키워드

 

조선왕조실록은 조선의 정사로, 야담이나 민담, 구비문학과는 거리가 먼, 사실에 입각한 역사적 기록이다. 만약 이 기록에서 귀신과 관련된 키워드들이 언급된다면, 이것은 귀신에 대한 사대부들의 관심이 단순한 가담항설을 넘어 공적 자리에서도 언급되었음을 의미하며, 이는 조정에서의 귀신에 대한 관심, 나아가 사대부들의 귀신에 대한 관심을 알 수 있는 한 지표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국사편찬위원회에서 온라인으로 제공하는 조선왕조실록에서 귀신 및 무속신앙에 대한 다음과 같은 키워드를 사용하여 검색하였다. 유사한 키워드에서 중복된 검색이 발생하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유사 키워드는 or 연산자를 사용하여 함께 검색하였다. 또한 수정실록, 개수실록, 보궐정오 등이 존재하는 선조, 광해군, 현종, 숙종, 경종에 대해서는 수정실록과 초본을 비교하여 검색된 자료에서 동일 내용이 언급된 경우를 제외하고 세었다. 이 검색결과에 따르면, 조선왕조실록에 등장한 귀신 관련 키워드의 빈도수는 20161127일 기준 다음과 같다.

 

 

 

 

귀신

鬼神

원귀

冤鬼

여귀

厲鬼

여제

厲祭

여귀

女鬼

원혼

冤魂

객귀

客鬼

잡귀

雜鬼

고혼

孤魂

귀매

鬼魅

요귀

妖鬼

귀물

鬼物

물괴

物怪

14C

태조

2

 

 

 

 

 

 

 

 

 

 

2

정종

2

 

 

 

 

 

 

 

 

 

 

2

15C

태종

7

 

7

 

 

 

 

 

 

1

 

15

세종

7

1

8

 

1

 

 

1

 

 

 

18

문종

4

 

4

 

2

1

2

 

 

 

 

13

단종

4

 

1

 

 

1

 

 

 

 

 

6

세조

4

 

 

 

1

3

6

1

1

1

 

17

예종

 

 

 

 

 

2

3

 

 

 

 

5

성종

26

1

11

1

3

7

9

 

2

 

1

61

연산군

 

 

1

 

 

1

 

 

 

 

 

2

16C

중종

8

 

16

 

4

1

 

 

2

 

19

50

인종

 

1

 

 

 

 

 

 

 

 

1

2

명종

1

 

2

 

2

 

 

 

 

 

13

18

선조

1

2

12

 

4

1

2

 

1

 

7

30

17C

광해군

1

1

 

 

1

 

 

 

2

2

2

9

인조

1

 

5

 

1

 

 

 

1

 

4

12

효종

 

 

 

 

 

 

 

 

 

1

5

6

현종

3

 

14

 

 

 

 

1

 

 

2

20

숙종

13

1

9

 

2

1

2

1

 

2

1

32

18C

경종

1

 

 

 

 

 

 

 

 

 

 

1

영조

11

 

5

 

 

1

 

3

 

 

1

21

정조

4

 

11

 

3

 

1

2

 

 

 

21

19C

순조

5

1

13

 

1

 

 

 

 

 

 

20

헌종

 

 

5

 

 

 

 

 

 

 

 

5

철종

 

 

3

 

 

 

 

 

 

 

 

3

고종

2

 

16

 

 

 

 

1

 

 

 

19

20C

순종

 

 

 

 

 

 

 

 

 

 

 

0

 

107

8

143

1

25

19

25

10

9

7

56

410

 

 

조사 결과 귀신 관련 기사가 가장 많이 발견된 시기는 성종(61), 중종(50), 선조(30), 숙종(32)시대였다.

 

원혼(冤魂)에 대한 기사로는 세종실록 80, 세종 2032일 병술 2번째기사, 문종실록 9, 문종 195일 경자 7번째기사, 문종실록 9, 문종 1915일 경술 5번째기사등 전염병 등 재해에 대해 여제나 수륙재를 베풀어 원귀와 여귀를 위로하고자 하는 내용이 발견된다.

 

또한 세조실록 44, 세조 13112일 갑자 1번째기사와 같이 전쟁터에서 죽은 장수나, 억울하게 살해된 사람(성종실록 144, 성종 1384일 경자 2번째기사, 중종실록 48, 중종 18712일 경진 1번째기사), 누명을 쓰고 죽은 사람(중종실록 87, 중종 33220일 갑자 4번째기사), 뜻밖의 사고로 목숨을 잃은 사람(광해군일기[중초본] 9, 광해 즉위년 1029일 계미 1번째기사)에 대해서도 그 죽음을 위로하고, 복권하고, 정당한 판결을 내려 원혼을 위로해야 한다는 관념을 찾아볼 수 있다.

 

이와 같은 관련은 내국인 뿐 아니라 폭풍을 만나 파선하고 몸을 피하려다 살해된 중국인(唐人)들에 대해서도 명종실록 1, 명종 즉위년 728일 무자 1번째기사와 같이 속히 본도에 하서하여 일일이 거두어 묻어주게 하시고, 인하여 죄없이 억울하게 횡액을 당했다는 뜻으로 글을 지어 제사지내 주어야 한다는 간언이 있었음을 찾아볼 수 있다. 이는 조선에서 뜻을 이루지 못하고 갑작스럽게 억울한 죽음을 맞은 사람은 원혼, 원귀, 여귀가 되었으며, 바른 매장과 제사를 통해 이 원한을 풀어주어야 한다는 관념이 민간 뿐 아니라 국가적으로, 공식적으로도 보편적인 믿음으로 존재하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

 

여성 귀신에 대한 기사는 조선왕조실록전체에서 매우 드물다. 여성 귀신에 대해 여귀(女鬼)라고 직접 언급한 것은 귀신 관련 키워드로 검색시 가장 많은 기사가 발견된 시기인 성종 때 한 번(성종실록 197, 성종 171110일 신해 2번째기사)에 불과하다. (성종 때의 특진관 예조판서 유지가 성안에 요귀(妖鬼)가 많습니다. 영의정(領議政) 정창손(鄭昌孫)의 집에는 귀신이 있어 능히 집안의 기물(器物)을 옮기고, 호조 좌랑(戶曹佐郞) 이두(李杜)의 집에도 여귀(女鬼)가 있어 매우 요사스럽습니다. 대낮에 모양을 나타내고 말을 하며 음식까지 먹는다고 하니, 청컨대 기양(祈禳)하게 하소서.”라고 아룀)

 

그 외에는 성종실록 91, 성종 9415일 병오 3번째기사에서 소릉 수복과 관련한 남효온이 “20년동안 폐함을 당하여 원혼(冤魂)이 의지할 바가 없을 것이니, 신이 모르기는 하나, 하늘에 계시는 문종(文宗)의 영()이 홀로 제사를 받기를 즐겨하시겠습니까?”라고 말한 것과 중종 때 중종실록 17, 중종 7124일 갑진 1번째기사의 대간의 상소에서 소릉께서 생전에는 지존(至尊)의 아내이었고 돌아가서는 종묘에서 혈식(血食)을 받다가, 하루아침에 가문(家門)에 역적의 화가 일어 억울하게 연좌되어 폐출됨으로써, 한 줌의 묘토(墓土)마저 수호(守護)하는 사람이 없으므로, 여우와 삵이 그 곁에 굴을 파고 초동 목수(樵童牧竪)가 그 위를 배회하며, 서로들 가리키며 이것이 옛날 선후(先后)의 묘다.’라고 합니다. 배필[伉儷]은 종묘에 들어가 향사(享祀)받고, 후사(後嗣)는 한 나라의 임금으로 있는데 외로운 원혼(冤魂)이 떠돌아다니니, 어찌 이렇게 애통한 일이 있겠습니까?”와 같이 현덕왕후를 원혼으로 언급한 바가 발견된다.

 

다음으로 조선시대의 국가제사 중 종묘제례가 아닌, 여제·수륙재와 관련 키워드에 대해 살펴보겠다. 조선조의 국가의례인 여제는 억울하게 죽은 원혼으로 산 자에게 해를 끼친다고 믿어진 여귀(厲鬼)를 달래고 물리치는 일종의 기양의례(祈禳儀禮), 유교적 제례의 형태를 띠고 있으나 무속적인 죽음관에 근거하는, 해원제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조선에서 국가제사를 통해 무주고혼이라는 불특정 다수를 천도한 방식으로는 불교의례인 수륙재와 유교의례인 여제가 있는데, 이 중 수륙재는 조선조에 이르러 육전에 법제화된 유일한 불교의례로서 자리잡았다.

 

 

 

 

불교

무속

유교

기양

祈禳

팔관회

八關會

연등회

燃燈會

수륙재

水陸齋

산신제

山神祭

여제

厲祭

별려제

別厲祭

관행제

官行祭

14C

태조

1

1

3

5

1

 

 

 

0

9

정종

 

 

2

2

 

 

 

 

0

4

15C

태종

 

 

9

9

 

5

 

1

6

10

세종

1

 

41

42

1

9

 

37

46

4

문종

 

 

17

17

 

4

 

1

5

1

단종

 

 

1

1

 

2

 

1

3

 

세조

 

1

8

9

 

 

 

3

3

1

예종

 

 

3

3

 

 

 

 

0

1

성종

 

 

19

19

 

10

 

3

13

8

연산군

1

 

34

35

 

1

 

1

2

2

16C

중종

2

 

5

7

 

12

 

3

15

18

인종

 

 

 

0

 

 

 

 

0

 

명종

1

 

3

4

 

1

 

2

3

1

선조

 

 

2

2

 

10

 

3

13

1

17C

광해군

 

 

 

0

 

 

 

6

6

18

인조

 

 

 

0

 

1

 

3

4

4

효종

 

 

 

0

 

 

 

 

0

2

현종

 

 

2

2

 

14

 

1

15

3

숙종

 

 

 

0

1

8

 

2

10

17

18C

경종

 

 

 

0

 

 

 

2

2

 

영조

 

1

1

2

1

4

 

 

4

1

정조

 

 

 

0

 

11

2

 

13

1

19C

순조

 

 

 

0

 

14

8

 

22

3

헌종

 

 

 

0

 

3

3

 

6

 

철종

 

 

 

0

 

8

7

 

15

 

고종

 

 

 

0

 

14

13

1

28

8

20C

순종

 

 

 

0

1

1

1

 

2

 

 

6

3

150

159

4

131

33

70

234

117

 

 

이와 같은 국가제사의 빈도는 동시대 귀신 관련 키워드에 다소 영향이 있으나, 그보다는 해당 시대의 전염병, 재해의 발생을 짐작하게 하고, 크게는 불교의례와 무속의례, 유교의례의 빈도에 의하여 사상의 흐름을 짐작하게 한다.

 

고려시대 수륙재는 다른 불교의례에 비해 흔하게 설행되지 않았고, 특히 전염병이 돌았을 때 행하는 경우는 없었으나, 조선에 이르러 태조 이후 불특정 다수의 원혼을 위로하고 질병과 전염병을 치유하기 위한 의례로 설행되었다. 이때 수륙재가 담당하고 있는 영혼들은 대체로 정치적 관계에서 죽은 사람, 전쟁터의 전몰자, 사고로 죽은 사람 등 비명횡사한 원혼으로, 유교를 사회의 근간으로 받아들이려 한 태조가 불교의례인 수륙재를 설행한 것은 조선 건국 과정에서 고려 왕족들의 목숨을 빼앗은 것에 대한 고뇌와 번민이 있었음으로도 보인다. 이후 조선의 집권층은 무주고혼과 원혼에 의해 전염병과 재난이 일어난다고 믿어 원혼의례의 필요성에 동의하는 한편, 집권계층의 이데올로기인 성리학의 권위를 위해 고려시대 까지는 불교나 무속이 담당했던 원혼의례를 유교식으로 전환하고자 하였다. 이렇게 만들어진 것이 유교식 원혼의례인 여제다. 여제와 수륙재는 당대의 사회적 문제의 원인을 통치세력이 아닌 원혼에 돌려 사회를 통합하는 기능을 담당하였으며, 조선시대 전 기간에 걸쳐 설행되다가, 19세기 말 서구적 의료체제가 들어오며 20세기에 단절되었다.

 

그렇다면 같은 방식으로, 조선왕조실록에 언급된 빈도수를 통해 사상의 흐름을 알아보았다. 이에 대해서는 국사편찬위원회에서 부가열람-분류색인-문화-사상항목을 통해 별도로 정리한 자료를 참고하였다.

 

 

 

 

토속신앙

土俗信仰

유학

儒學

불교

佛敎

도교

道敎

동학

東學

서학

西學

기타

其他

14C

태조

53

6

147

12

 

 

 

218

정종

8

4

53

4

 

 

 

69

15C

태종

323

35

280

54

 

 

 

692

세종

799

97

779

31

 

 

 

1,706

문종

42

6

181

1

 

 

 

230

단종

85

5

79

 

 

 

 

169

세조

160

69

268

4

 

 

 

501

예종

32

4

48

1

 

 

 

85

성종

320

146

1057

28

 

 

 

1,551

연산군

59

31

435

6

 

 

 

531

16C

중종

423

492

543

195

 

 

 

1,653

인종

1

15

4

1

 

 

 

21

명종

143

360

898

12

 

 

 

1,413

선조

249

476

154

5

 

 

3

887

17C

광해군

145

424

38

1

 

 

 

608

인조

141

102

48

4

 

2

 

297

효종

64

93

21

2

 

1

1

182

현종

175

118

39

 

 

 

 

332

숙종

395

529

59

 

 

 

 

983

18C

경종

30

36

6

 

 

 

1

73

영조

345

240

48

1

 

 

 

634

정조

148

111

10

 

 

36

 

305

19C

순조

156

35

11

 

 

60

 

262

헌종

25

2

3

 

 

 

 

30

철종

16

1

 

 

 

 

 

17

고종

282

356

12

1

129

91

5

876

20C

순종

 

3

9

 

 

2

1

15

 

4,619

3,796

5,230

363

129

192

11

 

 

 

위와같이, 사상 관련 키워드 중에서도 토속신앙, 유교, 불교, 도교는 초기부터 후기까지 일관되게 나타난다. 또한 세종(1,706건), 성종(1,551건), 중종(1,653건), 명종(1,413건) 시기에 사상 관련 키워드가 1,000건 이상 두드러지게 언급되었으며, 선조(887건), 숙종(983건), 고종(876건) 때에도 800건 이상 언급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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