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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무협의 시대와 그 기록> - 좌백, 진산 선생님을 만나다(3편)

 

 

 

: 선생님도 인터넷 연재는 종종 하셨는데, 출판사에서 나온 이후부터 인터넷 연재를 하신 거죠?

 

좌백: 정식 인세 계약은 97년 뫼 출판사를 나와 시공사를 가서. 처음으로 10%인세 몇 부, 초판 얼마하고. 팔리는 대로 정산해서 주고. 인터넷 연재는 아주 후에 해요.

 

진산: 그거, 아주 후는 아니고. <광협대요마전기><바둑신문>에서 연재하지 않았나? 그거는 오프라인 매체였나?

 

좌백: <바둑신문>은 원래 오프라인 매체인데, 나중에 온라인으로도 전환했죠. <혈기린 외전>을 주간지였던 <바둑신문>에 연재했었죠. 2부까지 연재를 했을 때 신문사가 망해버렸어요. 더 이상 종이로는 손해를 내서 못 내고, 인터넷 판으로 돌리고. 본의 아니게 인터넷 연재로 바뀐 거죠. <혈기린 외전> 3부가 그렇게 된 거고. 그 이후에 <광협대요마전기>라고 또 연재를 하게 됐고. 정확하게는 인터넷 연재라기보다는 매체 연재에 가까웠지.

지금 같은 인터넷 연재는, 문피아가 처음 만들어질 때 문피아의 금강 작가가 도와달라고 해서, 일종의 선전용으로 거기에 연재를 했죠. <천마군림> 앞부분 5권까지. 그게 처음으로 한 인터넷 연재다운 연재였을 거예요. 제약 없이 그냥 한.

 

: 최근 들어서 선생님께서는 모바일 연재를 하시는데, <소림쌍괴>의 후기에서는 연재본을 출판본으로 다듬을 때 문장과 단락을 많이 수정 하셨다고 하시더라고요.

 

좌백: 인터넷 연재 시작을 해보면서, 사실은 <혈기린 외전>을 인터넷에서 연재를 하면서부터 바로 느낀 문제인데, 연재를 하면 한 번 실수를 하면 수정할 수가 없으니까 책으로 낼 때 당연히 수정을 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막상 수정을 해봤더니 독자들이 책을 반이나 자르고 다시 썼는데도, ‘뭐가 달라졌는지 모르겠다.’ 이래요. (웃음) 굉장히 허무한 거예요. 그래서 인터넷 연재 때는 수정은, ‘양심상 수정을 안 하고 낼 수는 없다.’라는 게 있었는데. 이게 정리가 안 되더라고요.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은가?

요즘은 수정 안 하고 대부분 책을 내잖아요. (진산: 책을 안 내.) 아 그렇구나, 책을 안 내는구나. (웃음) 나는 그래도 옛날 작가인 셈이라 그래도 전체로 봤을 때는 수정하는 것이 맞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하는데. 어떤 연재를 하다보면. 오류만이 아니라 분위기라던가 다듬어서 간추리고 전부 구조를 만들 필요가 있지 않나. 한편 생각하면 열권 스무 권씩 쓰는데 아무리 다듬어도 부족한 것이 다듬어질 리가 있나. 쓸 때 느꼈던 날것 그대로의 느낌으로 완결 내는 것이 괜찮겠다. 그런 생각도 들고. 아직까지도 잘 모르겠어요.

 

: 좌백 선생님은 다른 무협소설가분들에 비해서 짧게 쓰는 경향이신데요. 권수 자체가 보통 7-8, 일반적일 때도 5권 정도 내외에서 끝내시는 경향이 있던데. 거기에는 어떤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지.

 

좌백: 길게 쓰면 지겨워서요. 내 성격 탓이죠. 전 처음 쓸 때는 이제, 야심만만하게 뭐도 쓰고 뭐도 쓰고. 써야지 하고 들어갔다가 막상 한 2권쯤 쓸 때 되면 내 소설이 내가 재미없어서. 왜냐하면 1권 쯤에서는 처음 설정을 하잖아요. 그러다가 2권쯤까지는 이야기를 펼쳐나가고. 계속 새로운 사람이 등장하고 이야기도 등장하죠. 그렇게 2권까지 나오면 어떤 이야기인지 보이게 되는 거예요. 그러다보면 쓰는 입장에서는, 쓰기 전에 수없이 생각했고 계속 생각하면서 끝이 명확히 보이고, 그 중간과정은 사실 거기까지 가기 위한 때우기식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갑자기 막 쓰기가 싫어져요. 재미가 없어요.

저는 말하자면 프로의식이 부족한 것일지도 모르겠는데. 시작하는 부분은 쓰는 작가라면 누구나 재미있어해요. 하지만 중간부분으로 가면 누구나 재미없다고 해요. 그때는 참고 꾸준히 써야 하죠. 나는 길게 쓰는 사람들을 보면, 원래 태생적으로 인내력을 타고나야하나. 안 그러면 자기애가 대단한 사람들 아닌가 싶어요. 어지간하면 빨리 끝내고 다른 이야기. 이번에는 못 했던 문체에서부터 분위기에서부터 이야기의 성격부터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싶은데 어떤 사람은 예를 들면 <동천>의 조재윤 작가는 하이텔 연재에서 시작해서 지금까지 쓰고 있더라고요. 벌써 20년 넘게 쓰고 있는 거야. 그런 경우를 보면, 만나본 적은 없지만 되게 감탄스러워요. 만나서 보면 어떤 사람일까. 인내력이 정말 초인적인 것일까 아니면 자기가 쓴 것에 대해서 애정을 많이 느끼는 걸까.

가끔 만화가들도 보면 자기가 그렸던 것을 자기가 그걸 깨부수고 다시 그리고 다시 그리고 그러잖아요. 멀리 가지 않아도 풍종호만 해도. <경혼기>, <지존록>, <리 지존록>해서 새로 쓴다고 하더라고요. 처음부터. 물론, 옛날에 내가 쓴 것을 돌아보면 부족한 것도 많고 다시 쓰고 싶지. 그런 생각은 나요. 다시 손 봐서 문장도 고치고 이야기도 고치고. 하지만 막상 쓸려고 들면 엄두가 안 나요. 게다가 막상 쓰기 시작하면 그렇게 고쳐봤자 별로 안 고쳐지고.

아예 아무것도 없는 것에서 새로 시작하는 편이 낫죠. 이미 쓴 것을 고치는 것은 굉장히 힘든 작업예요. 앞에 쓴 것이 계속 걸려서. 나 같은 경우는 그런 건 안 하고 싶을 텐데. 어떤 사람들은 그런 걸 하는 걸까. 자기 자신이 낳은 자식인데 이놈이 눈도 삐뚤어졌고 코도 삐뚤어졌으니 어떻게든 배에 집어넣고 다시 태어나게 해야겠다. 라는 생각이.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닌데 막상 시도하는 것을 보면 대단해요. 단적으로 말하면 제가 끈기가 없는 거, 쉽게 싫증나는 타입이죠.

두 번째로는 처음 글을 쓰면서 했던 게. 영화 같은 것을 보면 영화를 시작할 때에는 어떻게 이야기를 펼치다가, 전체에서 3/4쯤 지난 후에는 끝내기 위한 준비를 하죠. 구조라는 것이 있잖아요? 그게 이제 전체로 봤을 때는 마치 책 한 권처럼 구조와 모양이 있는 거고. 3권짜리면 어떤 모양이 있는 거예요. 보통 5-6권까지는 구조가 있는데, 이게 그 분량을 넘어가면 구조고 뭐고 없는 거예요. 10권이 넘는 대하소설에는 더 이상 구조가 없고, 그냥 쭉 이어나가는 거죠. 이야기를 이어가다가 에피소드들을 만나고, 그러다가 마지막에는 어쨌거나 끝났다는 식으로.

난 대하소설 치고는 잘 끝나는 것이 잘 없다고 생각해요. 순문학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는데. <태백산맥>이나 <장길산>이나 <임꺽정>이라던가. 끝날 때는 다 망하잖아요. 끝내기가 다들 힘들어서 그런 거예요. 이야기 시작할 때는 뒤에 이런 이야기도 있을 것 같고 저런 이야기도 있을 것 같고, 작가 스스로도 그런 이야기를 쓸 생각에 들뜨는데, 끝이 보일 때는 끝을 내려면 끝내기 1-2권 전에 끝을 내기 위한 준비를 시작을 해요. 그래서 그때쯤 이런 식으로 끝나겠구나 그런 생각이 드는데, 원래 끝내기 위해 오므리고 다듬고, 간추리는 과정이 재미가 없죠. 작가도 재미가 없고, 독자도 마찬 가지죠. 그래서 <임꺽정>은 결국 끝이 안 났고, 홍명희 선생은 붓을 놨고, <태백산맥>도 끝이 황이고, <장길산>도 끝이 그렇죠. 그 외에도 우리나라에서 잘 끝난 장편소설이 있나요? 제 생각에는 없는 것 같아요.

일본에서 길게 나오는 소설들 보면, <역시 내 청춘 러브코미디는 잘못됐다>, <나는 친구가 적다> , 10권 넘어가면 굉장히 재미있게 보다가도, 뒤로 가면 갈수록 점점 봐도 그만 안 봐도 그만이라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아 이것도 한 방법이겠구나. 한없이 길게 써가지고 독자들이 지치게 만드는 거죠. (웃음) 끝이 어떻게 나건, 끝났다는 것만으로 의미를 내게. (진산: 거기까지 가면 의리로 사. 의리로 사고 읽지 않아.) 의리로 사고, 습관적으로 사. 돈 버는 데에는 그게 좋을지 모르나, 나는 별로 잘 모르겠어요. 방금 한 말에서 예외는, 내가 안 읽은 것 중에는 혹시 있을 지도 몰라요. 그거는 모든 장편 소설을 쓰는 사람들을 모욕하는 게 될지도 모르니. 그런 의도는 전혀 없고. 그냥 원래 끝내기라는 게 힘들고, 장편소설은 더 힘들다. 그런 거죠.

 

진산: 여기에 대해서 한 마디만 더 보태자면. 요새는 다들 긴데, 짧은 편이라고 느끼셨잖아요. 무협시장이 시작을 할 땐 그게 짧은 게 아니었어요. 옛날 무협들 박스판은 보통 5? 좀 긴 게 7-8. 이렇게, 약간 대작으로 홍보된 게 그 정도였어요. 박스판에서 그 분량이면, 우리가 낸 신국판에서는 3~4권이예요. 그게 기본 포맷인 거예요. 그러니까 그게 무협 유통되는 적당한 무협 장편의 사이즈였던 거예요. 원고지 기본이 3000. 요즘 식으로 치면 60만자죠. 많으면 80만자-100만자. 그랬으니 그게 당연한 거고. <야광충>이 오히려 길었고 1,2부로 해서 총 6권이었으니까. 120만자 정도. 그게 적당하게 대여점 구조에서 통하는 포맷이었고.

요즘의 기준에서는 짧은 것 같다 생각하는 것은 <묵향> 이후 통신연재가 나와서죠. 그 이후 영원히 끝나지 않는 네버엔딩 스토리가 나오기 시작했으니까. 우리 때는 120만자나 된다고? 이건 뭘 쓰겠다는 거지? 그런 생각을 했었어요. 이야기가 소구되는 방식이 시대에 따라 다른 거예요. 그 정도로 길면 하나의 브랜드가 돼요. 단일한 플롯의 이야기로 딱 시작해서 읽고 길어야 1주일 정도 내에서 다 읽을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라 끝없이 계속, 계속 바꿔야 하는 내용들, 그런 이야기가 되는 거예요. 연재가 안 끝나도 상관없는 거죠. 그런 걸 쓰는 최근의 연재 작가들은 그거 하나로 먹고 살아야 해요. 끝내면 안 돼. 오히려.

 

좌백: 문제는 그렇게 쓰고 싶어서 쓰는 게 아니라는 점예요. 옛날에 처음 데뷔했을 때는 3권 아니면 대여점들에서 안 샀어요. 4권만 되어도 대여점들이 싫어해요. 공간의 문제가 있으니까. 대여점에서 총판체제가 진행되면서 (대여점에서) 독자들이 안 보면 반납하면 되는구나하고. 초창기에 출판사가 좀 더 유리했었죠. 공급이 적을 때에는 3-4권짜리를 당연히 사야 되고. 3권짜리는 몇 명이라도 빌렸으니까 반납 안 받고, 그런 게 됐는데.

뒤에 가서 공급자가 많아지니까 대여점 쪽이 유리해져서 반품을 강제할 수 있으니까, 반품을 못 하게 하기 위한 수단으로 길게 쓴 거예요. 아직 (작품이) 끝이 안 났어. 그러면 뒤에 찾는 손님들이 계속 있단 말예요. 그럼 반납을 못 하는 거죠. 최소한 그때는 8-10권 이상 써야 했죠. 그쯤 되면 앞에 책은 낡았으니 반납을 못 했으니까. 처음에 작가들이 장편을 쓰고 싶어서 쓴 게 아니라 시장이 그렇게 되니까 어쩔 수 없이 쓴 거죠.

지금은 연재를 하면, ‘기다리면 무료이런 식의 서비스를 하면, 당연히 길면 길수록 유리해요. 글이 짤으면, 1권 서비스로 읽게 한 뒤, 2권을 돈 받고 팔아봤자 수익이 별로 안 나요. 그러니까 긴 것이 유리하죠. 이건 시장상황에 맞춰야 하는 것은 맞다고 생각은 하는데 마음에는 안 들어요.

이 사람이 <대망> 같은 장편을 처음부터 기획하고 쓴 것이라면 얘기가 달라요. 그 장편을 위한 할 말이 얼마나 많으면 스무 권씩 쓰겠어. 할 말이 많더라도 반복적이거나, 에피소드나 옴니버스 식의 때워 나가기 식이 아니라 하고 싶은 말이 그만큼 있으니까 쌓여서 이만큼의 이야기가 나오겠지. 지금은 상황이 그래서 이렇게 글이 나오는 거고. 처음에 무협보다는 판타지 쪽에 훨씬 더 그런 게 많다고 생각하는데, 판타지 세계를 구축하면서 쓰다보면 거기서 파생되면서 나온 얘기가 많죠. (무협은) 그런 게 아니잖아. 상황이 그래서 그렇게 나오는 거예요.

물론 이런 게 있어요. 판타지 쪽에 그런 거지. 판타지는 하나의 세계를 구축하면서 쓰는 거잖아요. 그러면 거기서 파생되는 이야기들이 굉장히 많은 거예요. 그니까 초보라고 해도. 당시 대여점 3-4권이 주류라고 해도 <가즈나이트> 등의 작품은 10권씩 넘어갔어요. 그건 그게 길어질 만한 이야기였다는 말이죠. 무협은 사실 그렇지 않아요. 짧을 수도 있고 길수도 있죠.

 

진산: 작가의 취향도 장편화에 영향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길이나 주로 유통되는 구조에도 영향을 받는다. 그게 결론.

 

좌백: 첨언하면, 무협도 길면 길수록 재미있긴 해요. 이야기들이 생략하면서 넘어가는 것들이 많긴 한데, 그래도 독자는 계속 이야기를 읽고 싶잖아요. <군림천하> 같은 경우도 시장상황이랑 별 상관없이 한 8권 정도 예상하고 썼대요. 그때 8권 정도가 기준이었어. 쓰다보니까 점점 길어지는 거야. 나는 실장님 만날 때마다 최근 10, 만날 때마다 듣는 이야기가. 나도 그만 쓰고 싶다. 빨리 끝내고 딴 거 쓰고 싶다고. 뒤에 쓸 것 제목이랑 스토리도 다 잡아놓고 있더라고. 얼른 그쪽으로 가고 싶은데, 이 이야기를 시작해놓고 나면, 거기에 맞는 끝맺음이 있다 보니까. 어쩔 수 없이 계속 쓰는 경우도 있죠.

 

진산: 나는 실장님도 시장 상황이 달랐으면 일찍 끝냈을 거라고 봐. (웃음) 그거는, 프로의 영혼은 시장판에 따라서 아, 이거 한 권을 더 쓰면 인세가-. (좌백: 그럴 수도 있지.) 당연히 따라가지! 실장님 정도의 프로면 맞춰지는 법이야. 새 타이틀을 쓰는 게 더 유리했으면 얼른 새 타이틀을 쓰셨을 걸.

 

 

 

  <4편에 계속>

 

 

 

※ 텍스트릿에서 기획·진행한 좌백, 진산 선생님과의 인터뷰입니다. 6회에 걸쳐 이틀 간격으로 연재될 예정이며, 퍼가실 경우에는 출처를 명기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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