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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무협의 시대와 그 기록〉 - 좌백, 진산 선생님을 만나다 (4편)

 

: 두 분이 <무혼>을 공저하시기도 했었죠. 그리고 <구룡쟁패>로 그 산하 시리즈라고 해야 될까요. <하급무사><구대검파>같은 작품들을 연재하시기도 했는데, 게임이랑 스토리 협업하실 때는 어떤 감각으로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좌백: 둘 다 별로 좋은 이야기는 아닐 거예요. 욕심이 있었어요. 무협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해보고 싶다는. 제가 뭐, 따로 글에 대한 욕심은 그다지 없는데, 가령 판타지 등을 안 쓰는 것처럼. 원래 무협을 좋아해서 무협을 쓰고 싶다고 뛰어든 것이라. 대신 무협 쪽으로는 이것도 해보고 싶고 저것도 해보고 싶다는 그런 게 좀 있었어요. 그래서 무협으로 만화화도 했었고. 게임으로 제안이 들어왔을 때에도 겁 없이 하자고 한 거죠.

판타지만 세계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무협도 이미 있는 세계를 정리해서 체계화만 시켜도 하나의 멋진 세계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이제 게임(<구룡쟁패>)이랑 같이 시작했던 거고요. 거기에서 스토리까지 하게 되면, 조금 하다가 말았는데, 게임 쪽에서 선전을 위해 필요한 것이 있다 해서 쓸려고 했는데, 별로 광고 되는 것 같지도 않고, 쓸 얘기도 없는 게 내키지 않고 해서 쓰다 말아버렸죠.

<무혼>은 얘기가 다른 게, 아는 분이 게임 제작 PD를 맡아서 우리 둘한테 선전을 위한 한 권짜리 소설을 써달라고 해서 시작을 했던 거예요. ‘일이 재미있겠다.’해서 시작했던 거지만, 문제는 우리 둘이 공저를 하기는 상성이 너무 안 맞아요. (웃음)

 

진산: 아 정말, 공저 생각만 하면 이가 갈리고. 진짜.

 

좌백: 둘째로는 그 책 자체가 중학생 눈높이로 쓴 거예요. 그쪽에서 게임사에서 잘못 생각한 거지. 게임의 주 타겟층이 중학생 이하라고 보았으니. 실제로 보면 아재들인데. 잘못 생각해도 많이 잘못 생각했어. 중학생 기준이니까 쓸 때 어려운 말 쓰지 말고, 내용도 너무 좀 흉폭하거나 선정적이지 않게 썼더니, 중학생 눈높이에는 잘 맞췄다고 생각하지만 작품으로서 괜찮냐 하면 그건 또 아니예요.

 

진산: 그 공저에 대해 한 마디만 하자면. 공저를 하려고 나름대로 노력을 했는데, 하다보니까 어떤 식이 됐냐면. 내가 일부를 써서 보내서 좌백에게 주잖아요. 그러면 좌백이 보기에 그 부분이 마음에 너무 안 드는 거야. 그래서 내가 쓴 부분을 (좌백이) 다 지운 거예요. 물론 나도 똑같이 했지. 그냥 다른 사람이 쓴 작품이라고 볼 때는, 너그럽게 넘어갈 수도 있는데. 근데 공저자가 되잖아. 내 이야기 속에 들어오는 이질적 요소들이 용납 안 되고. 게다가 말도 안 하고 지우고 원수같이. 그렇게 되더라고요. <무혼> 할 때. 결국 나중에 어떻게 되냐면, 논의하는 과정에서 의견 제시는 했으니까. 한 명이 책임지고 나머지가 다 쓴다가 되었어요.

최근은 아직 공식적으로 공개되지 않았지만 우리가 또 공저를 했어요. 마찬가지로 무협 게임 쪽의 의뢰가 와서, 스토리 공저를 했는데 역시 몇 년 만에 그 악몽이 되살아났죠. <무혼> 때는 좌백이 책임 집필을 했는데, 이번에는 (좌백의) 몸 상태가 안 좋으니까, 내가 책임 집필을 하고. 앞부분의 서장, 시놉시스를 좌백이 쓰기로 했어요. 헌데 그 몇 년 전의 보복인양 좌백이 도저히 무협으로 쓰기 힘든 시놉시스를 가져오는 거야. 게다가 서장은 제 1권의 서장은 헤겔이야. 무협인데! 2권은 하이데거야. 이러면서! 개똥철학을 막. 이걸로 어떻게 소설을 쓰냐고! 나는 버럭버럭 화를 냈지만 책임 집필이니까, 알아서 해!’ 하면서 고소해면서 떠나더라고. 이건 <무혼> 때의 복수구나. 할 수 없지.

 

좌백: 3권이야기도 해야지. 3권 서장은 메를로 퐁티.

 

진산: 너무 화나가지고. 요즘 하이데거 보는 이유는 그거 때문이야. 너무 화나서! 다시는 공저를 하지 않으리. 물론 입금되는 액수에 따라 다릅니다. 하지만 이것에 대한 시발비용은 엄청 세요. 도대체 왜 메를로 퐁티냐고! 내가 무협 게임 소설을 쓰는데 그딴 거를! 아직도 이가 갈리네. 끝나니까 지금은 잊혀 졌지.

 

: 두 분이 좀 오래 쓰시다보니까 이런 저런 무협소설 뿐만 아니라, 장르 판타지계에서 벌어진 오랜 논쟁들을 보셨을 거라고 생각이 되는데. 저는 유독 기억에 남는 게, 2000년대 초반 쯤 해서. 양산형 판타지 소설의 과도한, 허무맹랑 이런 게 문제가 된다. 한참 비화가 됐었잖아요. 저는 이제 질문을 드리는 게. 무협 소설이나 장르 판타지의 리얼리티에 대해서 두 분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좌백: 나는 뭐, 리얼리티랑 상관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아까도 얘기했듯이 장르 소설이라는 것이 몇 편만 읽어도 쉽게 뛰어들 수 있고, 또 쉽게 쓸 수 있다는 전제가 있잖아요. 독자는 누구의 어떤 작품을 읽어도 무협 읽을 때에 기대하는 게 대부분 충족되죠. 아주 별로인 작품이 아니면.

헌데 사람들이 새로운 것을 보고 싶어 하지 않아요. 자기가 잘 아는 거, 기대하는 거를 보고 싶어 하는 거지. 그렇기 때문에 무협장르소설이라는 것이 단기간에 많이 소비되고, 독자가 하루에도 몇 권씩 읽고, 다 그런 거죠. 대신 그것들은 금방 싫증이 나고, 싫증날 때쯤에는 다 똑같고 황당하다라고 이야기 하는 거고.

양산형이라는 말을 보았을 때 재미있는 건 옛날 80년대 무협을 보면서도 똑같이 이야기했거든요. 하나 인기 끌면, 사무실 체제에서 습작생들이 다들 비슷한 것을 쏟아내고. 그 당시에 누가 신선한 시도를 하면, 그것은 시도는 신선했지만 금방 수십 명이 똑같이 하니까. 안 신선해지고. 그런 상황이 2000년대 양판소라는 것이 똑같이 나오는 거죠. 장르소설의 이면 같은 것처럼. 지금이라고 해서 달라지나? 요즘 웹소설이 얼마나 달라졌기에 사람들이 다 보겠어요. 웹소설을 보면 헌터물이나 무슨 물이나 무슨 물하고. 누구 하나가 참신한 생각을 하면, 금방 비슷비슷해지고. 장르판의 기본 구조 자체가 그래요. 이게 질릴 때가 되면 또 망하겠죠. 또 망하면 그 다음이 걱정되는 건 아녜요. 누군가 새로운 것을 시도하면 또 그것이 (비슷하게) 나올 거니까.

무협의 흥망성쇠라는 것도, 60년대 <군협지>로 히트를 치다 70년대 중국무협이 들어오면서 기정무협군을 이루었죠. 그 다음 81년도에 사마달, 금강이 데뷔하면서 창작무협 시대가 열렸다가 한 5년 만에 끝났어요. 그 전성기가 길지 않았어요. 사람들이 흔히 착각하는 게, <영웅문>이 나오면서 끝났다고 보는데. 선후 순서를 보면 창작무협 시대가 끝난 후에 <영웅문>이 나왔죠. <영웅문> 덕분에 시장이 갑작스럽게 형성이 됐어요. 그 시대에 창작 무협은 없었지만, <영웅문>을 위시해서 <소오강호>, <녹정기>로 해서, 굉장히 많이 팔렸어요. 그쪽으로 독자들이 바뀐 거지. 그리고 90년대 신무협이 된 거예요.

신무협이라는 게 난 그 시대에, 사실 90년대 이전 <영웅문>으로 촉발된 중국 전통무협을 본 독자들이 이제 옛날 같은 것으로 만족을 못하니까, 그렇게 어느 정도 학습되고 머리도 큰 독자들이 대기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해요. 그 사람들의 눈높이에 맞춘 소설들이 나오는 거죠. 94년부터 태극문으로 시작되어 97-8년까지의 전성기를 누리다가, 재간무협이 나오면서 주춤했다가, <묵향>을 비롯해서 <비뢰도>같은 통신무협이 나오면서 묻혔죠. 이런 식으로 흥망성쇠와 높낮이가 있어요. 그것을 망했다, 흥했다 얘기하는 것은 좀 그렇고, 그냥 붐업이 되었다가 좀 떨어졌다가 한때가 있을 뿐이죠.

지금도 그렇지만 텍스트릿에 올라왔던 무협이 쇠락했다는 말이 어떤 근거를 가지고 망했다고 하는지 모르겠어요. 예전에 신무협이 망했다는 소리가 98-99년에 들렸어요. 그것은 뭐냐면 망하길 바라는 사람이 그런 얘기를 한 거에요. 나는 그렇게 생각을 해. 80년대 작가들은 자기들의 무협을 대체하는 신무협이 나오는 것을, 무협이 이런 것도 가능하다라는 것을 반기면서도 한편으로는 너희들 예술 하냐, 문학 하냐 그러면서 꺼리는 것도 있는 거죠. 특히 <묵향>, <비뢰도> 나오면서. 역시 무협은 내가 알던 무협이지. 무협은 문학이 아닌 거야! 그렇게. 클래식, 오래 기억될 것도 아니고, 교훈을 주는 작품도 아닌 거야! 이러면서 멀쩡히 활동하고 있는 신무협 작가들에게 신무협은 망했다는 소리를 하는 거예요.

타계한 장경이 그런 말을 하더라고요. ‘아니 신무협 작가와 작품이 꾸준히 나오고, 처음부터 뜨문뜨문 작품이 나와서 그렇지, 여전히 그렇긴 하지만, 고료도 계속 높아지고 있고 10%를 받아도 보장부수가 7000, 10000부 꾸준하게 올라가고 있는데 왜 자꾸 망했다고 하느냐.’ 그와 똑같은 질문을 지금도 하고 싶어요.

물론 이쪽에 통계도 없고 공식적으로 확인해 줄 수도 없지만, 작년에 대략 장르판에 글 쓰는 사람이 4만 여 명이었다 그래요. 그 중에 2만 명, 절반 정도는 대충 시도처럼 이렇게 하고, 아닌가보다 하고 사라진 쪽이고. 꾸준히 직업삼아 하는 사람은 한 그 중에 절반인 2만 명 정도인데.

이쪽은 돈을 많이 벌수록 조용해요. 서점 시장이랑 다르게. 책이 잘 나가면 출판사에서 먼저 나서 가지고. 이거 10만부 팔렸네, 50만부 팔렸네, 100만부를 향해 뛰고 있다. 그래야 더 잘 팔리니까. ‘어머 그러면 안 보면 남들이랑 대화가 뒤처지는 거 아냐?’ 그러면서 사잖아요. 이쪽 시장에서는 그냥 어느 게 잘된다고 그러면, 그냥 어차피 지금까지도 마케팅을 안 했고 앞으로도 안 했지만, 알아서 잘 봐요. 헌데 이걸 많이 팔았다고 하면 당장 세무서에서 달려들잖아요. 주변에서 질투하고. 그래서 잘 팔릴수록 이야기를 안 해. ‘나 요즘 잘 하고 있어.’라는 이야기는 벌기 시작한 애들이나 얘기를 하지, 진짜로 많이 벌고 있는 사람은 돈 세는데 바빠서 자랑할 시간이 없어요. 그래서 얘기지만. 작년에 최고 수입을 올린 작가가 2명이 무협인데, ‘왜 무협이 망했다고 하는 거야.’

하지만 한편으로는, 중견 작가는 무협 써도 별 문제 없이 그대로 연재하는데, 신규 작가는 새로 연재하려고 연재처랑 이야기할 때, 무협이라고 하면 아 좀... 그런 반응이 있죠.

 

진산: 나는 이해는 가. 무협이 침체되었다고 보이는 이유가, 시장을 리드하는 대표작이 없어서일 거야. 비평가 측에서는 제일 민감한 문제겠지.

 

좌백: 옛날에 <묵향>이 나올 때는 마음에 들건 안 들건 많이 팔리니까, 2000만부 팔렸다는 얘기도 있는데, 그런 식으로 대표작이 있어야 논쟁이 되잖아요. 요즘은 그렇게 많이 팔린 작품이 있으면 되게 유명해야 할 것 같은데 별로 안 유명해요. 그 차원의 문제가 있어요. 옛날 서점 시장 같으면 당연히 많이 팔리면 좋든 싫든 소문나는 게 있어요. 헌데 연재로 하면, 그 사람이 수입이 많은 건 한 작품만 연재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동시에 2-3작품 정도 연재를 심하게 열심히 해서 그런 거예요. 일주일에 5편씩 연재하고. 그러면서 어지간히 인기가 있고. 게다가 매일 연재하고, 게다가 2작품이고, 그런 식이면 계산해보면 그렇게 많이는 못 벌텐데.’ 싶은데. 계산해보면 진짜 1년에 얼마씩 버네.’ 이렇게 나오는 거죠. 이게 유명해지는 것과는 상관없어요. <전독시><달빛조각사>처럼 한 작품으로 화제를 불러 일으켰으면, 당연히 그쪽도 유명했겠지만. 차원이 다른 이야기죠. 여기서 나오는 이야기가 그 이야기지.

열심히 쓰면 누구나 다 100만부 작가가 될 수 있어요. 왜냐면 권당 1만부씩 팔리는 거 100권 쓰면 돼요. (웃음) 우스운 이야기지만 지금 장르판에서는 그게 실제로 작동을 해요. (진산: 그걸 좌우명으로 실제 썼던 작가가 백야 씨라고. 내가 하나를 100만부는 못 팔겠으니까, 여러 개를 쓰겠다고 했지.) 오히려 침체되면 겉으로 드러나는, 시장 주도적인 작품이 없으면 보통 망했다고 하는데, 오히려 그렇게 끝난 것이 조금 지나면, 시장을 뒤집는 또 다른 작품이 나올 거예요. 아주 지독하게 고루한 옛날 식일 수도 있고.

 

진산: 양판소에 대해서, 처음 논쟁 나올 때. 환협지가 주로 많이 공격을 받았죠. 그때 양판소니 불쏘시개니 이런 이야기가 나왔는데. 냉정하게 이야기하면 저는 그런 것들을 비난하고 싶지 않아요. 왜냐면 그게 일종의 장르 시장에서 제일 밑바닥이라고 해야 하나. 하수구라고 할 수 있고 지하수라고도 할 수 있고. 개별 작품의 가치는 인정받지 않지만 그 플로우 자체는 당대 대중의 욕망을 찔러주는 대량복제 상품이라서, 그게 필요한 구역이 있어요. 그리고 그런 시장을 형성한 장르가 무협이 가장 대표적예요. 한국시장에서 판타지가 그 다음 주자가 되었고요. 재미있는 현상이라고 생각했어요. 가장 즉자적인 어떤 욕망에 대응하는 시장이 만들어질 수 있는가. 그게 되면 향후 몇 십 년은 먹고 살 수 있는 시장이 형성되는 거예요. 저급화는 되겠죠. 무협, 판타지, 로맨스 등은 그게 만들어졌어요. SF는 아닌 것 같고. (웃음) 전략이나 지향에 차이가 있는 거죠.

 

좌백: 우리 장르판은 몇몇 작가들을 간판으로 내세우고, 아류작이나 양판소들이 몸통을 이루는 구조지.

 

진산: 그런 양판소 시장이 형성 되면 물론 악영향을 끼치는 부분들도 없진 않으나, 사실 주기적으로 좋은 작가들이 나올 수 있는 어떤 기본적인 기반이 돼요. 왜냐하면 처음에는 그런 코드들이 좋아서 양판소를 봐요. 그러다가 보다가 질리고 그럼 내가 써야지, 이런 식으로 장르 내에서의 흐름이 만들어지는 거고. 그런 작가들 중에 좋은 작가들이 나오는 거죠. 일정 시기마다 한 번씩이죠.

층위가 여러 가지가 있다고 봐요. 내 머릿속의 구도가 있는데. 하위문화, 중위문화, 고급문화의 층이 있는데. 중위와 하위를 이어주는 경계 층위의 작가가 있어요. 이들이 (하위문화)에서 성공적으로 위로 올라와 중위문화를 장악하면. 그 중위문화는, 퍼블릭하다고 해야 하나. 영화나 드라마. 19금이나 오덕 코드가 아니더라도 보통 사람들에게 유행이 될 수 있는 거고, 그렇게 중위문화까지 가면 굉장히 성공하는 상품이 되는 거죠. 그 층위까지 갈 수 있도록 해주는 원동력이 가장 밑바닥의 그것이라서요. , 물론 즐겨 보지는 않습니다. 보면 좀 그러니까. 그럴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 흐름 자체는 긍정적인 면이 있다고 보아서, 미워하지는 않아요.

 

  <5편에 계속>

 

 

 

 

※ 텍스트릿에서 기획·진행한 좌백, 진산 선생님과의 인터뷰입니다. 6회에 걸쳐 이틀 간격으로 연재될 예정이며, 퍼가실 경우에는 출처를 명기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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