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스러운 시대를 기록하다> - 김유리 작가를 만나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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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융희(이하 이) : 안녕하세요, 작가님. 이렇게 인사드리게 되어서 반갑습니다. 작가님에 대해서 아시는 분도, 모르는 분도 있을 거로 생각합니다. 간단하게 소개를 부탁드려도 좋을까요?

 

김유리(이하 김) : 안녕하세요. 데뷔작 <옥탑방 고양이>, 대표작 <옥탑방 고양이>. 한물간 작가라고 여러분들이 알고 계실, 어후, 정체에 대해서 뭐라고 소개해야 할지 모르겠네요(웃음). 이야기 드릴 수 있는 것은 ‘여러분들이 생각한 만큼 잘 풀리지는 않은’ 김유리 작가입니다.

 

: 소개가 인상적인데요. ‘여러분들이 생각한 만큼 잘 풀리지는 않은’의 의미가 뭔가요? 아마 <옥탑방 고양이>라는 작품의 이야기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은데, 이 글을 쓰시게 되셨을 때부터의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 <옥탑방 고양이>는 24살의 저에게 일어난 정말 우연한 일이었어요. 그 전부터 팬픽을 비롯해 글을 쓰긴 했지만, 이걸 해서 작가를 해야지 그런 생각은 없어요. 정확히는 작가가 주변에 한 명도 없었고, 그 의미를 몰랐을 때였기 때문에, 책과 글을 좋아하다가 어떤 경지에 오르면 작가가 되겠구나하는 어렴풋한 생각만 있었지요. <옥탑방 고양이>도 인터넷 연재를 했던 소설이 아니었어요. 당시 ‘마이클럽’이라는 곳의 ‘나의 연애 이야기’에 제 이야기를 써서 올리면 사람들이 좋아해 줬거든요. 그래서 7편 정도의 글을 올렸고, 그 글을 보고 출간하자고 제의가 왔어요.

 

: 그럼 그 7편 이야기를 기반으로 새로 글을 써서 책을 만드신 건가요?

 

: 네. 당시 게시 글의 조회 수가 이상하게 좋았어요. 어느 날 출판사에서 전화가 와서 이 게시 글을 책으로 쓸 수 있겠냐고 했죠. 그래도 어렴풋이 신춘문예에 도전은 해봐야 하지 않을까 하던 때문에 주저했어요. 편집장이 ‘한 달에 얼마 버냐’고 물었어요. 당시 제가 피시방에서 일할 때여서 50만 원 번다고 했어요. ‘몇 시간 일하냐.’ 12시간 일했죠. ‘몇 번 쉬냐’ 못 쉬는데요, 했더니, 이거 쓰면 그거 안 해도 된다, 라고 했죠. 그래서 그냥 했어요. 글을 쓰면 돈을 줘서 그냥 꾸준히 썼죠. 지금까지 글을 쓰는 가장 큰 동력이 이거예요. 제가 다른 걸 하는 것보다 시간 대비 좋은 벌이가 나오니까요.

 

: 그전까지는 그럼 글은 전혀 안 쓰셨나요? 이를테면 2차 창작이라던가.

 

: 물론 했죠. 2차 창작은 지금도 해요. 저의 첫 글쓰기는 팬픽이었습니다.

 

: 혹시 누구…. 서태지…?

 

: (웃음) 이거 나이가 나오는데, 지금도 활동을 하고, 여자분 이세요.

 

이 : 김완선이요?

 

: (웃음) 맞습니다. 아직도 저는 김완선 덕이에요. 저를 실망하게 하지 않죠. 그래서 혼자 막 글을 쓰고 그랬거든요. 지금까지도 계속 아, 이거 너무 재미있다. 그러면서 글을 써요. 제가 객사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해요. 내가 죽고 나서 노트북이 열리면 어쩌지? 가족들이 유작을 출판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 천국에서도 두 발 뻗지 못할 거예요. 버리지는 못하지만 공개될까 두려운 폴더가 있어요.

 

: 처음으로 책을 만드시는데 꽤 품이 들어갔을 것 같아요. 정식 소설도 아니었고. 그럼 연재한 글의 형태를 그대로 모방해서 글을 쓰신 건가요?

 

: 글 쓰는데 얼마나 걸릴 거냐고 물어보시더라고요. 그때는 장편을 한 번도 안 써봤거든요. 그래서 아무렇게나 대답했어요. ‘한 달쯤 걸리지 않을까요?’ 그 이후 한 달 동안 그 10초를 엄청 후회하면서 두 권을 썼죠. 정말 급하게 썼습니다.

 

: 저는 처음에 <옥탑방 고양이>를 보고 채팅 언어와 이모티콘 때문에 인터넷 연재글을 모아서 책으로 내신 줄 알았어요.

 

: 책으로 쓰면서는 이모티콘을 안 넣었어요. 이모티콘이 책에 들어있는 걸 지금도 싫어하고요. 그런데 그때 편집장이 이모티콘을 임의로 문장 뒤에 넣었어요. 재수 없는 얘긴데요, 제가 이모티콘을 넣으려고 작정했으면 그렇게 진부하게 넣지 않았을 거예요. 그런 이모티콘을 거기 넣으면 안 될 것 같아요, 라고 말할 용기가 그때는 없었거든요. 그 사람이 하는 말이 다 맞는 말인 줄 알았죠. 게다가 저는 집필 당시엔 이 소설에 애정이 별로 없어서, 그냥 아르바이트만 안 했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했는지도 모르죠. 글쎄요. 쓰고 나서는 다 내 새끼니까 뭐라고 얘기하긴 싫은데.

 

: 아르바이트를 오래 하셨나요?

 

: 평생 아르바이트를 하며 살았죠. 지금은 최저임금이 있고, 임금을 주지 않으면 고용안정센터에 신고를 할 수 있잖아요? 그때는 노동 시장이 너무 안 좋아서 돈을 못 받는 경우도 부지기수였어요. 그나마 글을 쓰면 돈이 나왔으니까, 그래서 글을 썼어요. 옥탑방 고양이는 그냥 그런 말만 하고 싶었어요.
“내가 살고 싶은 방법대로 사는데, 남한테 피해 안주는데 그게 뭐? 동거하는 애들이 매일 가스 마시고 오토바이 타고 다닐 것 같지? 근데, 우리 저축해, 분리수거도 잘 해.“
두 분도(당시 텍스트릿 팀원 서원득, 이융희 두 사람이 인터뷰하였습니다) 장르 비평을 하니까 다 덕후로 살았을 것 같아요. 저도 덕후이고요. 세상 사람들이 우리 취미생활을 가지고 좋다 나쁘다 하잖아요? 그 사람들 쓸데없이 피규어나 건프라 산다, 그런 얘기를 하잖아요? 그런데 세상 모든 취미 중에 덕질이 제일 건전한 취미거든요. 문화를 좋아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사는 방식들에 대해서 되게 함부로 말을 잘해요. 아직도 그런 게 싫고요. 싫다는 말을 화를 내면서 하면 아무도 안 들으니까 재미있게 쓰려고 했던 거고요. 그  뒤로도 누가 누구 사는 방식에 대해서 이래라 저래라 하는 사안만 접하면 폭발해서 페북에 글을 썼는데 최근엔 끊었죠. sns가 저한테는 그렇게 좋지 않았던 것 같아요. sns한다고 글을 안 써요(웃음).

 

: 그렇게 만든 작품이 <옥탑방 고양이>군요. 드라마도 되고 연극까지 될 정도로 큰 인기가 있었는데 생활은 괜찮아지셨어요?

 

: 사실 아직도 <옥탑방 고양이>의 매력이 뭔지 모르겠어요. 저에겐 너무 슬픈 기억을 잔뜩 남긴 미운 자식이거든요. 사람들이 좋아하니까 재미있는가보다 하는 거죠. 처음 계약할 때부터 출판사가 저작권이나 그런 거 잘 모르니까 우리가 다 해준다고 하면서 저작권을 5:5로 가져갔어요. 그리고 매일 출판사가 어렵다, 힘들다, 그러면서 지급을 계속 미룬 거예요. 사장 주장은 5천만 원 정도 벌었다고 하는데 다른 사람을 통해 들은 액수는 그것보다 훨씬 크거든요. 지금은 그 돈의 일부를 나눠 받고 있어요. 전 아직도 <옥탑방 고양이>의 판매대금이 얼마인지 정확히 몰라요. 멘토도 없었고 물어볼 사람도 없었죠. 진짜로 이렇게 일하고 이만큼 받는 게 맞나요? 하고 물어볼 사람이요. 더군다나 편집장의 가스라이팅도 엄청 심했어요. 자기 집에서 글을 쓰고 가르치면서 먹이고 재우면서 계속 ‘장사가 잘 안 되는데 내가 이만큼 해주는 거다’ ‘이 바닥 좁다’ ‘여기서 잘 못 보이면 다른 곳에 가서 일 못 한다’ ‘유리 씨 나 믿어요?’ 이 얘기를 반복해서 했죠. 그땐 무책임한 사람인줄 몰랐어요. 나를 도와주는 사람인 줄로만 알았지.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어요. 비슷한 시기에 조정래 선생님이 책을 냈는데 돈을 못 받아서 출판사랑 소송을 한 적이 있었어요. 그때 편집장이 옆에서 ‘오바한다’ 하면서 조정래가 대가라고 해서 이래도 괜찮을 줄 아느냐, 다 끝났다. 인세 그게 뭐라고 그러냐. 24살의 어린 저에게 계속 그랬거든요. 아니 조정래 작가 같은 사람도 인세 못 받았다고 고소를 하면서 사는데 저 같은 신인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얼마나 등쳐먹기 쉬운 사람이었겠어요.

 

: 나눠 받으신다면 그 5천만 원을?

 

: 아뇨. 나눠 받는 건 500만 원. 청구시효를 넘는 바람에 그렇게 합의하자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매달 10만 원씩 보내 달라고 했어요. 저한테 했던 일이 어떤 일이었는지 매달 깨닫고 좀 반성하고 살라고 그렇게 하자고 했죠. 그것도 지금 두 달째 밀리고 있지만(웃음).

 

: 그래서 그 돈을 못 받게 된 건가요?

 

: 그렇죠. 저는 하라는 거 다 했거든요. TV 나가라고 하면 TV 나가고, 기자들이랑 인터뷰하라고 하면 인터뷰도 했어요. 인터뷰를 하기가 그렇게 싫었어요. 기자 중에 100명 중에 단 한 명만 사람대우를 해줬거든요. 99명은 “돈벌이 잘 돼요?” “부모님 속 썩이지 않았어요? 내가 부모라면 그랬을 것 같은데.” 이런 식으로 질문했죠. 그렇게 별별 모욕을 다 하면서 자극적으로 인터뷰하는데, 책을 팔기 위해서는 그렇게 해야 한다는 거예요. 그나마 사진이 안 나가는 인터뷰는 그냥 오프라인상에서 모욕을 참고 넘기면 그만이었거든요. 진짜 곤욕은 사진을 찍는 인터뷰였어요. 별의별 것을 다 시켰죠. 자극적인 화두를 찾아야 하니까 신문사 옥상에서 양팔을 벌리고 하하하 소리 내면서 웃고 있는 사진 같은 거 다 찍으라고 했죠. 이건 연예인도 하기 싫을법한 일일 거예요. 그것도 다 참으라고 해서 참았어요.
너무 못 먹고 못 살았고 그래서 그렇게 했는데, 사장은 돈을 내년에 주네 내년에 주네 하다가 청구시효를 넘겼죠. 그게 7년이에요. 7년 동안 불쌍한 사람 흉내 내니까, 그 동안 제가 바보라서, ‘사정이 있구나’ 하면서 참았죠. 그런데 시효 넘기니까 태도가 달라지더라고요.

 

: 그러다가 돈을 어떻게 받게 되셨나요?

 

: <옥탑방 고양이>의 계약은 2001년이었어요. 2008-9년만 하더라도 제도적으로 구해줄 수 있는 사람이 없었는데, 몇 년 전부터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법적 조정 위원회에서 이런 사건들을 전담해주었거든요. 그 사람 아직도 출판사를 해요. 자기 관점에서도 출판계에서 자기가 한 말도 있고, 또 돈 안 주는 출판사로 걸리면 안 되니까 조정에 응했겠죠. 그게 500만원이었어요.

 

: 그렇게 조정을 하시고 돈을 받게 되셨군요. 그런데 그게 고작 500….

 

: 사람이 악한 게 아니라 상황이 사람을 악하게 하는 거니까요. 웃긴 게요, 그 출판사가 백석 시집을 처음으로 출판한 곳이거든요. 그 사장도 정치적으로 올바르게 살려고 노력해요. 한 달에 10만 원 주는 돈도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면서 미뤄요. 자기 페북에는 온통 나라걱정 민족 걱정 우리나라 정치 걱정 하고요. 이중적이지요. 저는 그 사람이 한 짓이 세상에 좀 더 알려졌으면 해요. 후배 작가 분들이 더 피해를 받지 않게. 사람 하나를 망가뜨린 사람이 저기 있다고요.

 

 

※ 텍스트릿에서 기획·진행한 김유리 선생님과의 인터뷰입니다. 퍼가실 경우에는 출처를 명기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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