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드박스>의 설정은 이러하다. 무언가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가 세상을 돌아다닌다. 이 존재를 목격한 사람들은 강박적으로 자살을 시도한다. 단 여기서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이들은 예외다. 이들은 이 존재를 목격해도 자살을 시도하지 않으며 도리어 아름답다 칭송하다 못해 아직 이 존재를 목격하지 않은 다른 이들도 이 존재를 보게 강제하려 한다. 이 존재는 육안이나 카메라에 잡히지 않기에 새들의 울음소리 외에는 이 존재의 접근을 알 수 없다.

 

트위터잖아. 이 영화 너무 트위터잖아. 나에게 이 영화는 어딜 봐도 그렇다. 나는 SNS에서 혐오스러운 일화를 접하면 정말 이 세상에 대한 신뢰와 인류에 대한 애착을 잃고 빨리 뒤졌으면 싶어진다.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이 혐오스러운 일화를 적극 재생산하며 다른 사람에게 너도 자신처럼 냉소적이고 멍청해지라 강요한다. 이 혐오스러운 일화가 가장 빨리 퍼지는 매체는 트위터다. 이정도면 1:1 대응이지 않나? 내게 <버드박스>는 트위터의 직유다.

 

그러니 이 영화의 결말은 어찌 보면 당연히 이밖에 없지 싶다. 주인공은 사랑하는 아이들이 이 존재와 마주 보지 않도록 경계하는 책임감 있는 어른이다. 그리고 주인공이 간신히 찾아낸 안식처는 사회에서 배제되었던 소수자들의 공동체였다. 혐오로 가득 찬 세계에서 결국 우리는 연대로부터 출발할 수밖에 없다는 뻔하지만 마땅하고도 옳은 답변인 셈이다.

 

물론 이 구도 속에서 이 영화는 많은 지점에서 나이브한 고민 특유의 한계도 보인다. 듀나와 정보라의 지적대로 "정신질환자를 전형적인 호러 악역으로 그린" 것이나 "장애인이 모여사는 곳을 천국으로, 장애인을 무조건 착한 사람들로 묘사하는" 것은 확실히 이 작품이 가진 나이브한 태도에서 기인할 터이다.

 

하지만 이 나이브한 태도조차 <버드박스>가 현실의 거울상으로 기능한다는 증거일지 모른다. 시선만큼이나 권력 관계를 잘 보여주는 도구는 없다. 관객이 영화의 인물들에 비해 더 강자로 위치하는 것은 그들이 시선의 주체이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우리 관객은 그들에게 자극적인 일이 일어나기를 기도하는 어떤 존재와 동일하게 기능한다. -다른 예시를 들자면 <케빈 인 더 우즈>가 있겠다- 그러니 <버드박스>가 다룰 문제는 혐오 그 자체를 넘어서 이 혐오스러운 순간들을 비난하면서도 책임감없는 연대를 표명하여 누군가의 고통을 관음하는 것까지도 포함해야 하지 않겠는가? 비록 우리 스스로는 깨닫지 못했을지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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